국내 첫 생체 간이식 받은 9개월 아기 '건강한 서른살' 됐다
기사 작성일 : 2024-12-16 12:00:39


국내 첫 생체 간이식 주인공인 이지원(30) 씨와 부모님이 당시 집도의였던 이승규 교수(뒷줄 왼쪽)와 주치의 김경모 교수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오진송 기자 = 생후 9개월에 아버지의 간 일부를 이식받은 국내 첫 생체 간이식 환자가 올해 건강하게 서른살을 맞이했다.

서울아산병원은 16일 국내 첫 생체 간이식 주인공인 이지원(30) 씨가 서울아산병원에서 간이식 수술을 받은 지 30주년이 됐다고 밝혔다.

이 씨는 선천성 담도 폐쇄증에 따른 간경화로 첫 돌이 되기도 전에 생사의 기로에 놓였지만 1994년 12월 8일 서울아산병원에서 아버지의 간 4분의 1을 이식받고 생명을 얻었다.

이 씨의 간 이식 성공을 계기로 서울아산병원은 현재까지 총 7천392명(성인 7천32명, 소아 360명)에게 생체 간이식을 통해 새 삶을 선물했다. 세계 최다 기록이다.

생체 간이식은 살아있는 사람의 간 이부를 이식하는 수술이다.

환자 입장에서는 뇌사자의 장기를 기다리지 않아도 되고, 뇌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간 손상 위험 없이 수술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생체 간이식은 뇌사자 간이식에 비해 수술이 까다롭고 합병증 발생 위험이 커 생존율을 담보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더 많은 말기 간질환 환자를 살리기 위해 간이식의 85%를 생체 간이식으로 진행했다. 최근 5년간 시행한 생체 간이식 건수는 연평균 400례에 달한다.



1995년 5월 주치의인 김경모 교수(왼쪽 두번째) 등 의료진이 생후 15개월이던 이지원 씨의 퇴원을 축하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서울아산병원 전체 간이식 생존율은 수술 후 1년 98%, 3년 90%, 10년 89%다.

최근 10년간 시행한 소아 생체 간이식 생존율은 100%에 육박한다.

서울아산병원에서 2012∼2020년 생체 간이식을 받은 소아 환자 93명의 생존율을 분석한 결과 1년 생존율 100%, 5년 98.6%였다.

간이식 역사가 깊은 미국 피츠버그 메디컬센터와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 메디컬센터의 간이식 1년 생존율은 평균 92%다.

서울아산병원은 서구에 비해 뇌사자 장기기증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실에서 더 많은 환자를 살리기 위해 새로운 간이식 수술법에도 도전해왔다.

간이식·간담도 외과 이승규 석좌교수는 1998년 세계 최초로 이식되는 우엽 간에 새로운 중간정맥을 만들어 우엽 간 전 구역의 피가 중간정맥을 통해 배출되도록 하는 '변형 우엽 간이식'을 개발했고, 이는 현재 전 세계 간이식센터의 표준 수술법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 교수는 2000년 3월 세계 최초로 기증자 2명으로부터 간 일부를 기증받는 '2대 1 생체 간이식'을 시행해 기증자와 수혜자의 범위를 넓히기도 했다.

이 교수는 "1994년 12월 생후 9개월 아기를 살린 생체 간이식은 우리의 간이식 여정에 의미 있는 이정표가 됐다"며 "이러한 기적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은 도전 정신과 열정으로 뭉친 간이식 팀 의료진과 수술 이후 눈부신 생명력을 보이며 일상을 살아가는 환자들 덕분"이라고 전했다.

이 씨의 주치의인 김경모 서울아산병원 소아소화기영양과 교수는 "이식 후 관리를 철저히 한다면 30년을 넘어 평생 건강하게 살 수 있다"며 이식 환자의 성공적인 삶은 앞으로 이식받을 아이들과 가족에게 큰 희망을 주는 귀중한 증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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