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워치] 정국혼란 프랑스의 신용등급 강등
기사 작성일 : 2024-12-17 07:00:58

김지훈 선임기자 = 국제신용평가 회사들이 평가해 부여하는 국가 신용등급(Sovereign credit ratings)은 기업이나 개인의 신용등급과 마찬가지로 기본적으론 빚을 갚을 능력(외채상환 능력)을 측정하는 지표다. 따라서 해당국이 발행한 외화표시 장기국채의 신용등급을 그 나라의 신용등급으로 본다. 빌려준 돈의 원금과 이자를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달러를 얼마나 갖고 있는지, 다른 빚은 얼마나 지고 있는지 등이 가장 중요하지만 거시경제 여건과 재정 건전성뿐 아니라 기업·금융 부문의 건전성부터 노동시장, 안보 등 여러 가지 부문에 걸쳐 상황을 평가해 반영한다고 한다.


무디스 로고

이런 여러 분야의 종합적 분석과 판단을 거쳐 결정되므로 국가신용등급은 해당국의 대외신인도를 보여주는 척도처럼 인식돼왔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며 국내 뉴스에도 자주 등장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무디스(Moody's), 피치(Fitch) 등 3개 국제 신용평가 회사들은 민간 기업이지만 경제위기를 틈타 몸값이 높아졌고 국제기구에 버금가는 국제적 영향력과 권력을 갖게 됐다. 이들의 평가가 부당하고 불공정하다는 불평과 불만도 많지만 신용등급에 따라 채권의 등급과 금리 등 자금조달 조건이 정해지므로 비(非)기축통화국이자 경제위기를 겪었던 우리로선 국가신용등급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국가신용등급은 기업, 금융회사들이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할 때 쓰이는 기업 신용등급의 기준이 되기 때문에 민간의 해외 차입비용에도 영향을 준다.

국제신용평가회사 무디스가 지난주 정국 혼란을 이유로 프랑스의 국가신용등급을 한단계 낮췄다. 프랑스는 재정적자와 예산안을 둘러싼 정계의 대립으로 62년 만에 행정부가 붕괴되는 등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프랑스의 미셸 바르니에 전 총리는 국내총생산(GDP)의 6%를 넘는 재정적자를 줄여야 한다며 내년 예산안을 긴축기조로 편성해 통과시키려다 의회의 불신임으로 사퇴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후임 총리로 지명한 후임 프랑수아 바이루 전 법무장관에 대해서도 야당들이 반발하고 있다.


최상목 부총리,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 면담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참석차 미국 워싱턴DC를 방문 중인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5일(현지시간) 세계은행(WB)에서 마리 디론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 국가신용등급 글로벌 총괄과 면담하고 있다. 2024.10.26 [기획재정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예산안을 둘러싼 정치권의 극한 대립과 혼란, 협력과 타협의 정치력 부재, 행정부의 구심점 붕괴 등으로 나타나는 프랑스 정치권의 혼란은 최근 우리 정치권의 상황과 닮은 점이 없지 않다. 프랑스 정치권은 수 개월간 지속된 정치적 위기를 해결하지 못했고 결국 국가신용등급의 강등을 초래했다. 국가신용등급의 한 계단 하락이 당장 큰 타격을 주는 것은 아닐지라도 정치 혼란의 장기화가 경제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신용평가회사들이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여건)을 건실하게 평가하면서 당장은 신용등급에 영향은 없다고 밝혔지만, 위기 장기화에 대한 경고도 함께 내놨다는 점은 간과할 수 없다. 외교와 국방, 경제에 빈틈이 없도록 국정 운영에 집중할 시간이다.


[그래픽] S&P, 한국 국가신용등급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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