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꺼지고 나서야 "화재 발생"…안산시 뒷북 재난문자 '빈축'
기사 작성일 : 2024-12-18 14:00:30

(안산= 강영훈 기자 = 경기 안산시가 대형화재 발생과 관련해 소방당국의 통보를 받고도 재난안전문자를 발송하지 않고 있다가 1시간이 이상이 지나서야 뒤늦게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돼 빈축을 사고 있다.

18일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6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원시동 반월산업단지 내 화학물질 제조 공장에서 불이 났다.


화재현장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소방당국은 공장 내 유황 2t을 비롯해 4류 위험물(인화성 액체)인 알코올류 200ℓ, 아세톤 500ℓ 등 다량의 화학물질이 있는 데다 연소가 확대할 우려가 있다고 보고 대응 1단계를 발령했다.

대응 1단계는 3~7개 소방서에서 31~50대의 장비를 동원하는 비상 경보령이다.

아울러 불이 난 지 5분 만인 오전 8시 11분 안산시청에 화재 사실을 통보하고, 재난문자 발송을 요청했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안산시의 재난문자 발송은 즉시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소방당국은 오전 8시 40분 초진(불길을 통제할 수 있고 연소 확대 우려가 없는 단계)을 완료하고, 비상 발령을 해제했다.

이 불로 2명이 화상을 입고, 1명이 연기를 들이마시는 등 3명이 다쳤지만, 다행히 중상 이상의 부상은 없었다.

이번 화재와 관련한 재난문자 발송은 안산시의 인접 도시인 화성시에서 먼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화성시는 화재 발생 1시간여 만인 오전 9시 8분 "오늘 08:06경 안산시 단원구 원시동 공장화재로 인해 연기가 다량 발생하여 인근 주민들은 창문을 닫는 등 안전에 유의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재난문자를 발송했다.

불은 안산에서 났는데, 화재 소식은 화성 주민들에게 먼저 전파된 셈이다.

안산시는 이때까지도 재난문자를 발송하지 않고 있다가 이로부터 15분 뒤 문자를 보냈다.

안산시는 오전 9시 23분 "단원구 원시동 위험물 취급 공장 화재 발생으로 주민은 창문을 닫고 외출을 자제하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재난문자를 발송했다.

이어 오전 9시 44분 비슷한 내용의 재난문자를 한 차례 더 발송한 것으로 파악됐다.

소방당국이 화재 발생 사실을 통보한 지 1시간 이상이 지난 데다 큰 불길을 잡아 심각한 위험이 사라진 지 40분 이상 지난 시점에 시민들에게 첫 재난문자를 발송한 것이다.

이에 대해 안산시 관계자는 "담당자들이 출근 후 오전 8시 30분 시청을 출발해 현장으로 가면서 재난문자를 준비했으나, 그사이 초진 및 비상 발령 해제 소식이 전해졌다"며 "재난문자 발송은 시민들에게 피로감을 줄 수 있는 만큼 문자 발송 여부는 현장을 확인한 뒤 신중히 결정하기로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오전 9시 조금 넘어 현장에 도착해 보니 연기가 많이 나고 있는 상황이어서 재난문자를 발송했다"며 "앞으로는 더 신속히 판단해 조치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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