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홈스 정유공장
(시리아 홈스 AFP= 2024년 12월 20일 비행 드론으로 촬영된 시리아 홈스 정유공장. 2024.12.22.
임화섭 기자 =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의 철권통치가 몰락하는 과정은 눈 깜짝할 사이 진행됐으나, 무너진 시리아 경제를 재건하는 작업은 시간이 무척 오래 걸리고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전망했다.
그러면서 이런 작업의 시작은 서방 제재 해제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NYT에 따르면 시리아는 내전과 정치적 억압에 시달리면서 유정과 가스정, 전력 공급망, 농지, 인프라 등 대부분의 시설이 폐허로 변했다.
시리아 파운드의 가치는 폭락했으며 중앙은행의 외환보유고도 거의 바닥을 드러냈다.
2011년 3월 내전이 시작되기 전에는 시리아 수출의 3분의 2를 석유가 담당했고 농업이 경제활동의 약 4분의 1을 차지했다. 반면, 최근에 시리아에 가장 큰 수익을 안겨주는 수출품은 불법마약 '캡타곤'이었다.
시리아 경제 체제 전체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NYT는 과도정부의 실권자이며 반군 주도세력인 하야트타흐리르알샴(HTS)의 지도자인 아메드 알샤라(옛 가명 아부 무함마드 알졸라니)가 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지만, 시리아 경제 재건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경제 제재 해제 조치는 미국만이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2019년 미국의 경제 제재는 아사드 정권을 압박하기 위해 부과됐지만, 현재는 시리아가 재건과 경제개발을 위해 절실한 자금을 구하지 못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경제제재 해제를 위해서는 HTS와 알샤라에 대해 미국과 유엔이 붙인 '테러분자' 꼬리표를 해제할 수밖에 없다는 게 NYT의 분석이다.
시리아의 석유생산 중심지이며 아직도 가동 중인 유정들이 남아 있는 북서부 지역은 미국이 지원하는 쿠르드족 주도 민병대가 장악한 상태다.
미국 오클라호마대 중동·근동학센터의 조슈아 랜디스 공동센터장은 이 유정들이 다마스쿠스 소재 시리아 정부의 것이라며 통제권이 정부에 반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내전 시작 전 시리아의 하루 평균 원유 생산량은 38만3천 배럴이었으나, 현재는 9만 배럴을 밑돈다.
이라크, 요르단, 이집트로 가는 송유관들도 파괴되거나 손상됐다.
인프라 파괴 탓에 시리아는 산유국이면서도 석유 수입량이 수출량보다 더 많다.
에너지 인프라 재건을 위해서는 시리아 신정부가 안보를 튼튼히 하는 한편 석유 개발권을 팔 수 있는 권리도 있다는 점을 확실히 해 둬야만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건을 위한 기술과 자원을 보유한 외국 업체들을 끌어들이는 일도 중요하다.
아울러 고국을 떠난 시리아인들 800만명, 특히 그 중에서도 교육을 잘 받고 기술과 돈을 가진 사람들이 시리아로 돌아오도록 유도해야만 시리아의 재건이 가능하다는 견해도 제시됐다.
랜디스 센터장은 "돈 있는 시리아인들이 핵심"이라며 전력 공급이 안 되고 법치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는 이들이 귀국할 리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웃 국가들의 협조도 중요하다.
특히 그 가운데에서도 튀르키예는 시리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데다 시리아 난민 300만명을 수용하고 있어 영향력이 가장 크다.
튀르키예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시리아 반군을 지원했을 뿐만 아니라 HTS와 연합해 싸운 무장단체에 자금을 대주기도 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튀르키예의 건설업체들과도 관계가 밀접하며, 이들이 시리아의 재건 프로젝트를 수주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기대를 반영해, 아사드 정권 몰락 후 튀르키예의 건설, 시멘트, 제강 업체들의 주가가 치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