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 전야에 딸 분만 주치의 나서 손녀 직접 받은 의사 '눈길'
기사 작성일 : 2024-12-26 20:01:21

창원한마음병원 산부인과 분만실에서 보늬 씨가 딸을 안은 모습


[창원한마음병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창원= 정종호 기자 = 성탄 전야였던 지난 24일 오후 경남 창원시에 있는 종합병원 창원한마음병원 산부인과 분만실에서는 특별한 광경이 펼쳐졌다.

산부인과 의사가 딸의 자연분만 유도에 나서 손녀딸을 직접 품에 받았기 때문이다.

의사가 딸의 분만 주치의로 참여해 손녀를 받아낸 생경한 사연의 주인공은 경력 30년이 넘는 베테랑 산부인과 전문의인 장석용 교수다.

장 교수는 26일 와 통화에서 "산모인 딸아이의 진통이 길게 이어졌고, 분만 중에 아기 심장 박동수가 일시적으로 떨어지는 등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다행히 손녀가 잘 태어나 무척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분만에 대해 산모가 딸이라 무척 긴장했다고 전했다.

의료계에서는 실력 좋은 전문의라도 부모·자식 등 가까운 사이에서는 여러 가지로 신경 쓸 부분이 많아 수술 등에 쉽게 나서지 않으려고 한다.

그러나 장 교수는 1993년 4월 태어난 둘째 딸 보늬 씨를 직접 받았다.

시간이 흐른 후 결혼한 딸 보늬 씨는 자신의 출산을 누구보다 세심하게 신경 써줄 아버지가 30여년 전 그때처럼 이번 분만에 나서길 바랐다.

장 교수는 이 부탁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당초 보늬 씨 출산 예정일은 내달 1일이었지만, 지난 23일 오후 양수가 터졌고 다음 날 오전 7시부터 진통이 시작됐다.

장 교수는 긴장 속에 새 생명을 받을 준비를 했다.

12시간 가까운 진통 끝에 같은 날 오후 6시 11분께 자연분만으로 약 2.85㎏의 건강한 모습으로 손녀 강산하가 세상에 나왔다.

손녀 이름 산하는 말 그대로 산과 하천이라는 뜻의 자연을 이르는 단어에서 땄다.

장 교수는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손녀 이름에는 '임신과 출산은 자연의 순리'라는 뜻도 담겼다"고 설명했다.

이어 "요즘 우리나라 평균 제왕절개율이 75% 이상으로 알고 있는데 긴 진통 시간 자연분만을 하느라 산모와 아기가 매우 힘들었을 텐데 잘 견뎌서 대견하다"고 덧붙였다.

둘째와 셋째 출산 계획이 있는 보늬 씨는 다음에도 아버지인 장 교수에게 분만을 맡기기로 했고, 장 교수는 그때도 분만실에 설 것이라고 전했다.


창원한마음병원 산부인과 전문의 장석용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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