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해저케이블 손상, '러 그림자 함대' 연루 조사"(종합)
기사 작성일 : 2024-12-27 05:00:56

해저케이블 손상 관련 기자회견하는 핀란드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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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뤼셀= 정빛나 특파원 = 핀란드가 성탄절에 발생한 발트해 해저케이블 손상 사건과 관련, 일명 러시아의 '그림자 함대'가 연루됐는지 수사 중이라고 26일(현지시간) AP 통신, 폴리티코 등 주요 외신이 보도했다.

핀란드 경찰과 국경경비대는 에스트링크-2(Estlink-2) 전력케이블 손상을 일으킨 것으로 의심되는 유조선 '이글S'호를 억류하고 선박 승무원들을 조사했다. 사고 지점 반경 3㎞에 대해서는 비행금지령을 내렸다.

당국은 이 선박이 러시아가 석유·연료 운송 제재를 우회하기 위해 이용하는 '그림자 함대'에 속한 것으로 추정한다.

뉴질랜드 속령인 쿡 제도 국기를 내건 이글S호는 무연 휘발유 3만5천t(톤)을 선적한 채 전력케이블 사고 지점 인근에서 속도를 급격히 줄였다고 핀란드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또 전날 돌연 가동이 중단된 에스트링크-2 전력케이블 외에도 핀란드와 에스토니아, 독일을 각각 잇는 통신케이블 총 4개도 추가로 손상된 것으로 확인됐다.

당국은 아직 조사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사보타주(파괴공작)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EU)도 이날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과 카야 칼라스 외교안보 고위대표 공동명의로 성명을 내고 이번 사건이 핵심 기반 시설을 겨냥한 '의심스러운 공격'의 가장 최신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성명은 "의심되는 선박에 탑승해 (조사를 벌인) 핀란드 당국의 신속한 조처를 높이 평가한다"며 "유럽의 핵심 기반 시설을 고의로 파괴하는 모든 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어 "선박은 러시아의 전쟁자금을 대고 안보 및 환경을 위협하는 러시아 그림자 함대의 일부"라면서 "그림자 함대를 겨냥한 제재를 포함해 추가적인 조처를 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도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크리스텐 미크할 에스토니아 총리와 발트해 케이블의 잠재적 사보타주 보도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면서 "기반 시설을 겨냥한 모든 공격을 규탄한다"고 말했다.

뤼터 사무총장은 "핀란드와 에스토니아 당국이 진행 중인 조사를 면밀히 지켜보고 있으며 우리는 추가적인 지원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전했다.

발트해에서는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전력·통신 케이블, 가스관이 잇달아 훼손되거나 가동이 중단되는 사고가 발생해 사보타주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한층 고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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