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현지시간) 이스라엘 공습을 받은 가자 마을
(AFP=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금지]
신재우 기자 = 상당 부분 진척된 것으로 알려졌던 가자지구 휴전 논의가 막판에 교착 국면으로 빠지는 조짐을 보이면서 협상 타결이 결국 해를 넘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임기 만료를 앞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총력전을 벌이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하는 내년 1월 20일 이전에 협상 타결 소식이 전해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미국 매체 폴리티코와 악시오스에 따르면, 최근 협상이 90%까지 진척됐다는 얘기가 나왔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의 휴전 협상은 더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교착 이유가 구체적으로 공개된 바는 없지만, 이스라엘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가자지구에 억류된 생존 인질의 명단이 쟁점이 된 것으로 전해진다.
양측은 여러 단계로 진행될 휴전에서 첫 단계로 하마스가 여성과 노인, 부상자를 포함한 인질 다수를 풀어주고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인 수감자 수백명을 석방하는 방안을 논의했는데, 하마스가 아직 석방할 인질 명단을 전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마스는 인질 명단을 제공하고 싶어 하지만 인질을 데리고 있는 가자지구 내 여러 세력과 접촉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어 정확한 명단 제공이 힘든 것으로 전해졌다.
하마스는 작년 10월 7일 이스라엘 남부를 기습 공격해 약 1천200명을 살해한 뒤 군인과 민간인 251명을 납치했다.
작년 11월 일주일간의 임시 휴전 기간 풀려나거나 숨진 채 발견된 이들을 제외하고 96명이 가자지구에 남아있고, 이 가운데 생존자는 62명 정도로 추정되며 이 중 3명은 미국인이다.
양측은 지난주 카타르 도하에서 진행된 협상에서 일부 진전을 보기는 했지만, 전쟁 종식과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철수 등 핵심 문제에 대해서도 합의를 이루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은 지난 25일 합의 지연을 놓고 서로 책임을 미루며 비난을 주고받았다.
하마스는 협상에 진지하게 임했지만 이스라엘이 받아들일 수 없는 새로운 요구를 제시했다고 주장했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하마스가 거짓말을 하고 있으며 암묵적 합의를 어기고 있다고 반박했다.
한 이스라엘 관계자는 협상이 깨진 것이 아니라 교착 상태에 빠졌다면서, 양측 모두 교착 상태를 타개하길 바라지만 큰 양보를 하길 원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국제사회의 시선은 휴전 합의가 바이든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고 트럼프 당선인이 임기를 시작하는 내년 1월 20일 전에 타결될지에 쏠려 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이날 가자 휴전 협상은 계속되고 있으며 행정부가 "임기를 마치기 전에 협상을 성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크리스마스 연설에서 "대화와 평화의 문을 열어젖혀야 한다"고 휴전을 촉구하고 국제구호단체들도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이 충분하지 않다면서 기근 가능성을 거듭 제기하는 등 조기 타결을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협상에 관여한 이스라엘과 미국 관계자들은 트럼프 당선인 취임 전에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관측을 내놨다고 악시오스는 보도했다.
이들은 만약 내년 1월 20일까지 협상이 결실을 보지 못하면 새 행정부로의 전환으로 인해 협상이 몇 달가량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인질 가족들은 협상이 지연되면 하마스에 의해 살해되거나 질병, 부상 등으로 사망할 인질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스라엘 매체 왈라도 미국과 이스라엘의 당국자들을 인용해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식 전에 합의가 체결될 가능성은 작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하마스가 자신의 취임 전까지 인질을 석방하지 않으면 엄청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엄포를 놓은 바 있다.
일부 이스라엘 당국자들은 이번에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향후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행정부가 반대하던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인도적 지원 제한 등의 조치를 지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