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경 오예진 이슬기 강태우 기자 = 29일 오전 발생한 무안국제공항 여객기 참사 원인과 관련해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에 따른 기체 고장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특히 국토부가 사고 여객기 착륙 직전 조류 충돌 주의를 준 것이 확인되면서 이러한 해석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다만 조류 충돌이 일어난 엔진 외 다른 쪽 엔진과 제동장치도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확한 사고 원인은 오리무중으로 흘러가는 모양새다.
무안 항공기 사고현장
[ 자료사진]
◇ 국토부 "착륙 전 조류 충돌 주의"…"조류 충돌 따른 기체고장 가능성"
29일 국토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54분께 무안공항 1번 활주로에 접근한 사고 여객기는 1차 착륙을 시도했다.
무안공항 관제탑은 이은 57분께 조류 활동(조류 충돌)을 주의했고, 사고기는 곧 재상승해 복행(Goaround)했다.
이어 2분 후 59분께 조난신호 '메이데이'를 보낸 사고기는 9시께 당초 착륙해야 하는 방향(01활주로)의 반대 방향인 19활주로를 통해 착륙을 시도했다. 그리고 3분 후인 9시3분께 랜딩기어를 내리지 않은 채 이 활주로에 착륙했다.
사고기는 활주로 끝단에 이를 때까지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공항 끝단 구조물과 충격 후 동체가 파손돼 화재가 발생했다.
항공 전문가들은 랜딩기어가 작동하지 않은 점이 사고의 직접적 원인이 됐다는 점은 대부분 동의했다.
최기영 인하대 항공우주학과 교수는 "동영상을 보면 랜딩기어가 안 펴지고, 속도가 거의 줄지 않으면서 충돌했다"며 "비행기는 여러 브레이크 장치가 있는데 랜딩기어가 작동하지 않으면 엔진이 역추진하며 에어브레이크 역할을 하는 날개 위판들이 들려야 하는데 이것도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규왕 한서대 비행교육원장은 "랜딩 기어가 작동하지 않으면 브레이크가 작동이 안 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제동하는 장치가 없어졌고, 결국 동체 착륙하다 사고로 연결됐다"고 해석했다.
무안 여객기 사고 현장으로 향하는 구급차
(무안=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탑승객 181명을 태운 여객기가 착륙 중 충돌 사고가 났다. 긴급 출동한 119구급차들이 부상자를 이송하기 위해 사고 현장으로 향하고 있다. 2024.12.29 [전북특별자치도 소방본부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여러 전문가들은 랜딩기어 미작동 원인으로 조류 충돌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이 조류 충돌이 비행기의 엔진, 유압장치의 문제를 일으켰다는 것이다.
김규왕 한서대 비행교육원장은 "갈매기 등 새들이 엔진으로 들어가면 엔진도 망가지고, 거기에 연결된 유압시스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유압 시스템이 이착륙할 때 랜딩기어를 올리고 내리는데 그 부분이 망가졌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항공보안학회 회장인 황호원 한국항공대학 항공우주법학과 교수는 "직접적으로 새가 랜딩기어에 부딪힌 것은 아닌 거 같고, 새가 엔진에 들어가 타면서 랜딩기어를 내리는 것이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안 항공기 사고현장
[ 자료사진]
◇ "한쪽 엔진고장만으로는 이런 사고 불가능…다른 사고 원인 분석해야"
다만 조류 충돌로 한쪽 엔진이 작동하지 않더라도 나머지 엔진으로 동력을 공급받아 랜딩기어가 작동할 수 있었다며 모든 엔진의 결함 가능성을 지적하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최기영 인하대 항공우주학과 교수는 "뒤쪽 랜딩 기어들도 다 내려오지 않아 동체로 내려온 것"이라며 "동체 착륙을 하면 날개 등으로 항력을 더 키워 속도를 줄여야 했는데 영상으로는 그런 것이 잘 안 보인다"고 했다.
이어 "추정하기는 항공기 양쪽 엔진에 다 문제가 생긴 거 같다"며 "엔진이 작동하지 않으면 비행기 전체가 먹통이 되고, 조종사 명령이 전달이 다 안 될 수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윤식 가톨릭관동대학교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유압장치가 다 고장 나도 보조 장비가 있을 텐데 그 작동이 시간이 걸린다"며 "사고 나기까지 3∼4분도 안 걸렸을 텐데 보조 장치 작동에는 최대 15분까지 걸린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조류 충돌에 따른 한쪽 엔진 고장만으로는 이러한 대형참사가 벌어지기 어렵다며 사고 원인이 조류 충돌인지, 기체 결함인지, 정비 불량인지 철저히 분석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인규 한국항공대 비행교육원장은 "원인은 분석해봐야 알겠지만 애초에 랜딩기어 3개가 모두 안 나온 것은 매우 드문 현상이다. 조류 충돌만으로 일어났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다"며 "기체결함 여부도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안오성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박사도 "단일 사고로는 절대로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항공기 설계의 첫 번째 철학"이라며 "하나의 결함만으로 이러한 사고가 발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조류 충돌과 같은 물리적 충격으로 한쪽 엔진 유압펌프가 작동하지 않더라도 다른 엔진으로부터 랜딩기어에 동력이 공급된다"며 "이도 안되면 축압기라는 장치도 있는데 이 3가지가 모두 고장이 났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허드슨강 사태처럼 바다로 비상착륙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에 너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무안국제공항의 짧은 활주로가 사고 피해를 키웠다는 주장도 나왔다.
장조원 한국항공대 항공운항학과 교수 "불이 났는데도 활주로 끝에 가도 정지가 안 됐다"며 "무안 공항 활주로가 너무 짧다. 그래서 이탈해서 넘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국토부는 "무안공항 활주로는 2천800m로, 그전에도 항공기가 운행했다"며 선을 그었다.
무안공항 활주로는 인천공항(3천750∼4천m), 김포공항(3천200∼3천600m) 보다는 짧지만, 다른 국제공항인 청주공항(2천744m), 대구공항(2천755m)보다는 길다. 유튜브로 보기
https:https://youtu.be/hx9uOEcYw4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