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국가적 애도에 동참"…새해 앞두고 차분한 강원 동해안
기사 작성일 : 2024-12-31 16:00:32

새해맞이 무대 철거되는 강릉 경포해변


(강릉= 양지웅 기자 = 31일 강원 강릉시 경포해변에서 근로자들이 새해맞이 행사 무대 장비를 철거하고 있다. 강릉시는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와 관련해 국가 애도 기간에 동참하고자 경포해수욕장과 정동진 모래시계 공원에서 열 예정이던 해맞이 행사를 전면 취소했다. 2024.12.31

(강릉·속초= 양지웅 류호준 기자 = "국가 애도 기간이라 어쩔 수 없네요. 설치한 무대 치우는 저희 심정도 착잡합니다."

2025년 새해 시작을 하루 앞둔 31일 오후 강원 강릉시 경포 해수욕장 중앙 입구에서 무대 장비를 철수하던 한 근로자는 올해 해맞이 행사가 없냐는 한 관광객의 질문에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행사 취소로 무대를 철거하는 중이라고 답했다.

예년 같으면 경포와 정동진 등 강릉 주요 해변은 새해맞이 축제를 준비하느라 분주한 때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여파로 국가 애도 기간이 선포되자 강원 동해안권에서 계획한 새해 행사가 대부분 축소, 취소된 까닭이다.

이날 경포해변은 해맞이객으로 분주했던 예년과 달리 오후 들어서도 인근 공영주차장에 빈 자리 찾기가 어렵지 않았다.

비교적 포근하고 맑은 날씨에도 해변을 거니는 관광객 수는 한눈에 들어올 정도였다.

동해안을 향하는 주요 고속도로와 7번 국도도 오후까지 차량 통행이 큰 막힘 없이 원활했다.

강릉에서 양양으로 향하는 해안도로 주변에 정차한 해맞이객 캠핑카도 많이 눈에 띄진 않았다.


새해 하루 앞두고 한산한 경포 해변


[촬영 양지웅]

다른 시군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이날 오후 속초 해수욕장 인근은 평일임을 감안하더라도 다소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관광객과 시민들은 탄핵 정국 속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까지 이어지며 차분한 마음으로 새해맞이에 한창이었다.

일부 관광객은 해맞이 명소에서 '인증샷'을 남기는 것조차 조심스러워하기도 했다.

서울에서 온 관광객 이후연(31)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추모 관련 게시글을 올라오고 있는데 노는 모습을 찍어 올리기 부담스럽다"며 "올해는 새해 추억을 지인들과 공유하기보다는 개인 소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추모 분위기는 소비 심리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속초해변 인근에서 횟집을 하는 전모(50)씨는 "예년 이맘때면 하루 평균 매출이 100만원 안팎이었다"며 "올해는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숙박 업계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전체 8호실 규모의 숙박업소를 운영하는 박모(50)씨는 "바다랑 가깝다 보니 연말연시에는 70∼80%가량 예약이 찼다"며 "올해는 전체 방 중 절반 정도만 예약돼 있다"고 말했다.

한편 속초시는 해돋이 행사와 함께 준비한 '빛의 바다, Sokcho' 미디어아트 공개 행사는 예정대로 진행하지만, 손 글씨 퍼포먼스와 클래식 앙상블 공연 등 기타 행사는 취소했다.

또 종무식과 해돋이 행사 등 국가 애도 기간에 열리는 주요 행사 시작에 앞서 묵념을 진행,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기로 했다.


국화꽃 두 송이


(무안= 손형주 기자 = 30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 울타리 밖에 국화꽃이 놓여 있다. 2024.12.30

해맞이 행사는 대부분 취소됐지만, 많은 인파가 해맞이를 보러올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지자체와 각 기관에서는 안전 관리에 온 힘을 쏟고 있다.

강원경찰청은 동해안 등 해맞이 명소를 중심으로 3개 기동대 등 639명을 배치해 사고를 예방하고 원활한 차량흐름이 가능하도록 유도한다.

경찰은 해맞이 행사 당일 해 뜨는 시간을 전후해 추락·월파 우려가 있는 방파제와 인파가 몰릴 경우 붕괴할 우려가 있는 해안 둘레길 등에서 관광객 출입을 통제하거나 입장 인원을 제한할 예정이다.

또 주요 일출 명소 진입로를 부분 통제하고 불법 주·정차 관리 등 단계별 교통관리를 강화하는 한편 일부 정체 구간에서 탄력적으로 일방통행을 실시하거나 고속도로 갓길차로제를 운용할 계획이다.

동해해경도 관광객들이 동해안 명소를 찾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연안 사고 예방을 위해 주요 출항지와 방파제, 갯바위 등 해맞이 명소의 방문객 안전관리를 강화할 방침이다.


김환경 동해해경서장, 해맞이 장소인 경포해변 현장점검


[동해해경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