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덕에 왜 콘크리트 상판이…국토부·공항공사·설계업체 책임은
기사 작성일 : 2025-01-02 23:00:30

로컬라이저 길이 확인하는 미국 합동조사팀


(무안= 손형주 기자 = 2일 오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미국 합동조사팀 관계자로 보이는 외국 여성이 둔덕에 올라 로컬라이저 길이를 재고 있다. 2025.1.2

(세종= 임성호 기자 = 무안국제공항의 '콘크리트 둔덕'이 지난해 개량되면서 윗부분에 콘크리트가 덧대진 점이 제주항공 참사 규모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된 가운데, 당시 개량 공사의 적절성이 향후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2일 국토교통부와 엔지니어링 업계에 따르면 사고기가 부딪친 약 2m 높이의 둔덕은 착륙 시 활주로 진입을 돕는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을 고정하는 10여개의 콘크리트 기둥으로 이뤄졌다.

이런 콘크리트 둔덕은 2007년 무안공항 개항 당시 처음 설치됐다가, 2023년 9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개량 공사가 진행되며 두께 30㎝의 콘크리트 상판이 얹혔다. 이 과정에서 상판의 둘레에는 콘크리트가 덧대져 더욱 단단해졌다.

결국 로컬라이저는 확실히 고정될 수 있었지만, 둔덕이 견고한 구조로 보강된 점은 이번 사고의 인명 피해를 더욱 키운 원인으로 지적된다.

개량 공사는 무안공항을 관리하는 한국공항공사가 2020년 3월 시설 개량 설계 용역 공고를 내면서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2007년 처음 설치된 로컬라이저의 내구연한(15년)이 가까워진 데 따른 것이다.

이 용역은 서울 소재의 A 설계업체가 낙찰받았다. A업체는 2020년 8월 공항공사에 제출한 실시설계 용역 종합 보고서에서 "기존의 안테나 지지대를 보강 후 재사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둔덕 속 엔진


(무안= 조남수 기자 = 2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참사 현장에서 합동조사단 관계자들이 로컬라이저 둔덕에 파묻힌 엔진을 꺼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2025.1.2

이 보고서에는 콘크리트 기초물을 재사용하고, 같은 소재인 콘크리트를 사용해 보강하는 방식이 타당하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공항공사 측은 밝혔다. 구체적인 시공 방법도 기술됐다는 설명이다.

이런 결론이 반영된 설계는 감리와 공항공사의 내부 승인 절차 등을 통과했고, 이후 무안공항을 관할하는 국토부 부산지방항공청의 사업 승인도 받았다.

콘크리트 상판을 추가한 개량 공사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비바람에 로컬라이저가 흔들려 항공기 착륙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고정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정확한 보강 경위에 대해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A업체 관계자는 와 통화에서 "무안공항 활주로 로컬라이저 개량 공사 설계를 맡은 것은 맞으나, 그 이상의 자세한 내용은 보안 규정상 말씀을 드릴 수 없다"고 말했다.

A업체 측은 이번 사고의 본질은 개항할 때부터 있던 2m 높이의 콘크리트 둔덕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업체는 무안공항처럼 콘크리트 구조물이 매립된 4m 높이 둔덕 위에 로컬라이저가 설치된 여수공항의 항행안전시설 개량 사업도 설계한 것으로 확인됐다.

향후 이번 사고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사고조사위원회의 조사와 경찰 수사에서는 애초 콘크리트 둔덕을 설치한 과정과 이에 콘크리트를 덧댄 경위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또 설계업체와 발주처인 공항공사, 부산지방항공청 등의 책임 소재가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고를 들여다보는 전남경찰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수사본부는 이날 오전 무안공항 내 담당 부서, 부산지방항공청 무안출장소, 제주항공 서울사무소 등을 압수 수색을 하며 본격적인 강제 수사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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