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훈 기자 =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내수경기 침체에 직면한 국내 유통사들이 해외 시장 공략에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소비 저하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국내 사업 부진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성장 가능성이 높은 해외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가시화하는 것이다.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차세대 핵심 사업으로 정한 복합 쇼핑몰 타임빌라스(TIMEVILLAS)로 해외 시장 확대를 꾀한다.
해외 매출 비중을 높이기 위한 중장기 전략의 하나로, 현재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부지를 물색하는 단계다.
타임빌라스는 롯데백화점이 주력하는 새 쇼핑몰 브랜드로 지난해 10월 수원점에 첫 간판을 달았다.
오는 2030년까지 7조원을 투자해 국내 타임빌라스 점포 수를 13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는 지난해 12월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CEO(최고경영자)로서 꿈은 K-리테일의 경쟁력을 해외 시장에 알리는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2023년 베트남에 대형 복합쇼핑몰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를 개장해 성공적으로 운영해왔다.
베트남 웨스크레이크 하노이 전경 [롯데쇼핑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웨스트레이크 하노이의 성공에 힘입어 롯데쇼핑[023530]의 지난해 1∼3분기 해외 사업(백화점·마트) 매출은 1조2천103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1천559억원) 대비 4.7% 늘었다.
현재 롯데쇼핑의 전체 매출에서 해외 비중은 11.5% 수준이지만 타임빌라스 등이 가세하면 수년 안에 20%까지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신세계그룹은 이마트[139480]와 노브랜드[145170]의 해외 시장 확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롯데와 마찬가지로 잠재력이 풍부하고 젊은 층 인구 비중과 한국 상품 선호도가 높은 동남아시아나 몽골 등 아시아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몽골의 경우 지난해 12월 현재 수도 울란바토르에만 프랜차이즈 형태의 이마트 매장 5개 점을 운영 중이다. 신세계그룹은 오는 2030년까지 몽골 이마트 수를 15개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마트는 동남아시아에서 3개의 이마트 매장이 있는 베트남에 이어 라오스를 해외 전략 거점으로 낙점하고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마트가 국내 대형마트 최초로 지난해 2월 현지 유통시장에 진출했고 같은 해 12월에는 자체 브랜드(PB) 노브랜드가 수도 비엔티안에 첫 점포를 열었다.
신세계그룹은 10년 안에 라오스에 이마트 20개 점과 노브랜드 70개 점 운영을 목표로 사업을 지속해 확대할 계획이다.
몽골 울란바토르에 있는 이마트 매장 [이마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밖에 신세계백화점은 상설 할인 매장 브랜드인 '팩토리스토어'로 라오스 시장의 문을 두드린다. 올해 상반기 중 비엔티안에 개장하는 쇼핑몰 내에 1호점을 출점한다.
신세계백화점은 10년 안에 라오스 내 팩토리스토어 매장 수를 10개까지 늘릴 계획을 갖고 있다.
편의점도 해외 사업을 강화하는 추세다. 해외에서 수요가 높은 먹거리를 중심으로 수출에 힘쓰는 동시에 해외 매장 확대에도 적극적이다.
편의점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007070]의 지난해 수출 실적은 약 900만달러(약 132억원)다. 처음 수출을 시작한 2017년(2억2천만원) 대비 60배로 뛴 것이다. 수출 대상국도 아시아는 물론 북미, 유럽을 포함한 30여개국으로 확대됐다.
아직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지만, GS리테일은 해외 사업의 폭발적인 성장성을 주목한다. 현재 추세라면 올해 수출액은 1천만달러(약 146억원)를 무난히 넘길 것으로 추정한다.
'K-편의점'의 해외 확장을 꾀하는 GS25는 현재 베트남에서 355개, 몽골에서 267개 운영 중인 매장 수를 올해 중 각각 500개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CU는 지난해 800만달러(약 117억원)의 수출 실적을 올렸고 올해는 1천만달러 달성을 목표로 한다. CU는 몽골 점포 수를 지난해 11월 기준 432개에서 이르면 올해 500개로 늘리기로 했다. 말레이시아는 오는 2028년, 카자흐스탄은 오는 2029년 각각 500개 이상의 점포 개점을 목표로 한다.
홍콩의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GS25-넷플리스 협업 상품 [GS리테일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유통업체들이 이처럼 해외 사업에 힘을 주는 것은 중장기 성장을 위한 고육지책이다. 인구 감소와 불황으로 좀처럼 활력을 찾지 못하는 내수 의존도를 낮추고 잠재력이 높은 개발도상국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해 지속 성장을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당장 올해는 경기 침체와 소비 심리 위축, 고환율, 고물가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지난해보다 더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해 12월 소매유통업체 300개사를 대상으로 시행한 '2025년 유통산업 전망조사'에서도 대형마트(0.9%)와 백화점(0.3%)은 성장률이 1%에도 못 미치고 편의점(-0.3%)과 슈퍼마켓(-0.7%)은 역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 여력이 갈수록 낮아지면서 내수 침체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는 만큼 해외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으려는 업체들의 시도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