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베란다 침입 사건' 범인 전자발찌 착용 알고도 체포 안해
기사 작성일 : 2025-01-06 17:00:32

(평택= 강영훈 기자 = 아파트 베란다를 통해 여성이 사는 집 안으로 들어가려 한 40대 성범죄 전력자가 검거된 '평택 베란다 침입 사건' 당시 출동 경찰관이 이 남성의 전자발찌 착용 사실을 알고도 체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또다시 논란이다.

당초 경찰은 이 남성을 지구대로 임의동행한 이후에야 전자발찌 착용자인 것을 알게 돼 이미 때가 늦어 체포가 불가능했다고 밝힌 바 있으나, 사실은 적발 당시부터 전자발찌 착용 사실을 인지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전자발찌


[TV 제공]

경기남부경찰청은 이 사건 신고 처리 과정에 대한 경위 조사 결과 평택지구대 소속 경찰관들이 주거침입 혐의로 입건된 피의자 A씨의 전자발찌 착용 사실을 적발 당시, 즉 임의동행 때부터 알고 있던 것으로 확인했다고 6일 밝혔다.

A씨는 지난달 29일 오후 10시 50분께 평택시 한 아파트 1층 여성 B씨가 사는 집 안을 몰래 들여다본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에어컨 실외기를 밟고 베란다 바깥쪽으로 올라간 뒤 이중창으로 된 창문 중 외창을 10㎝가량 열어 안으로 들어가려 시도한 혐의도 받는다.

A씨는 B씨가 "누구야"라고 외치면서 소리 지르자 달아났다.

사건 당시 집 안에는 B씨와 어린 자녀들만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사건 발생 1시간 30여분 만인 이튿날 0시 20분께 같은 아파트 단지에 거주하는 A씨를 용의자로 특정했다.

A씨는 경찰관들이 집으로 찾아오자 "나가서 얘기합시다"라며 범행을 자백했다.

경찰은 반바지를 입고 있다가 긴바지로 갈아입고 나오는 A씨의 한쪽 발목에 전자발찌가 채워져 있는 것을 목격했으며, 이에 따라 A씨를 상대로 확인을 거쳐 그가 성범죄 전력자라는 점을 파악했다.

그러나 경찰은 사안이 중하지 않다는 이유로 A씨를 긴급체포하지 않고, 임의동행 방식으로 지구대로 데려왔다.

경찰은 이후 간단한 조사를 한 뒤 A씨를 귀가 조처했다.

B씨는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A씨가 경찰에서 풀려나 집으로 돌아온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다른 가족의 집으로 피신했으며, 현재는 불안을 호소하며 이사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경찰은 A씨의 전자발찌 착용 여부에 대해 "임의동행 후 뒤늦게 알게 됐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A씨를 집에서 적발하면서 경찰 단말기로 신원조회를 했지만, 수배 여부 등이 나올 뿐 전과 조회는 되지 않고, 임의동행을 결정한 이상 신체수색 등 강제적인 조치를 할 수 없어 전자발찌 착용자인지는 몰랐다는 것이다.

결국 A씨의 성범죄 전력에 관해 알게 된 것은 임의동행 이후이므로, 긴급체포하기에는 때가 늦어 어쩔 수 없이 신병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언론의 취재가 시작되자 사건 처리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비판이 나올 것을 우려해 허위의 내용으로 응대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대목이다.

경찰 관계자는 "언론 응대를 위해 담당자들을 상대로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착오가 있었을 뿐, 거짓말을 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출동 경찰관은 A씨가 성범죄 전력이 있는 전자발찌 착용자라는 점을 인지했으나, 긴급성이 낮아 긴급체포할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한다"며 "다시는 이런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사건 발생 닷새 만인 지난 3일 A씨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조만간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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