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 박철홍 천정인 임성호 기자 = 제주항공 참사의 주요 요인으로 지목된 로컬라이저(LLZ) 콘크리트 둔덕에 대해 국토교통부가 지난 7일 규정 위반 등에 대한 조사·검토 결과를 발표했다.
국토부는 ▲ 둔덕 위치 ▲ 재질과 형상 ▲ 건설규정과 운영규정 간 충돌 문제 등을 쟁점으로 보고 내부 조사·검토 결과를 발표했으나, 로컬라이저의 규정 위반 논란에 대해선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취재 결과 국토부의 발표는 대부분 쟁점에서 석연치 않은 부분을 노출했다.
둔덕에 파묻힌 엔진
[ 자료사진]
◇ 미국 규정 끌고 와 "콘크리트 둔덕 문제없다"
무안공항 로컬라이저는 2007년 개항 당시 높이 1.8m·폭 0.26m·너비 3m의 콘크리트 기초 19개를 사용한 둔덕 위에 설치됐다.
2023년까지 콘트리트 상판을 추가 설치하는 개량 사업을 거쳐 사고 당시 모습으로 바뀌었다.
문제는 로컬라이저를 설치한 둔덕의 위치다.
무안공항 로컬라이저는 활주로 끝단에서 264m에 위치하는 데 항공기가 위급한 상황 시 충돌할 수 있는 곳에 콘크리트 구조 시설물이 존재하는 것에 대한 위법성 논란이 일었다.
국토부는 착륙대 60m, 종단안전구역 199m, 이격거리 5m까지 더하면 활주로에서 총 264m 떨어진 로컬라이저 위치는 종단안전구역 밖으로 위법성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국토부 고시 설치기준에는 "방위각제공시설(로컬라이저 등)이 제공되는 지점'까지' 활주로 종단안전구역(Runway End Safety Area·RESA)을 연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로컬라이저 둔덕이 RESA에 포함되는 지가 위법성을 가르는 기준점으로 제시됐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상세 검토 결과로도 "문제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다만 근거는 국내고시나 국제규정이 아닌 미국항공청(FAA)의 규정(6750.16E)상 '활주로안전구역(Runway Safety Area·RSA) 끝 너머(beyond)'라는 표현에서 찾아 제시했다.
국토부 고시와 국제민간항공기(ICAO) 부속서(ANNEX14)에는 RESA 연장 범위를 특정하는 표현이 각각 '까지'와 'up to'로 돼 있어 둔덕이 RESA에 포함되는지 모호하다.
그러나 ICAO 기준을 준용하는 FAA는 규정에 '너머'라고 명시해 로컬라이저가 RESA에 포함되지 않아 부러지기 쉽게 만들어야 할 의무도 없다는 것이 국토부의 설명이다.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관련 설명하는 박상우 장관
[ 자료사진]
◇ "국토부 검토 결과 사실 왜곡 우려"
가 FAA 규정 전문을 살펴본 결과 국토부 해석에는 맹점이 있었다.
해당 FAA 규정은 "beyond the end of the runway safety area'라고 돼 있는데, 활주로종단안전구역이 아닌 활주로안전구역(RSA)을 기준으로 삼아 국내 규정과 ICAO 규정 간에 차이가 있다.
표면적으로 ICAO 규정의 RESA(착륙대 제외 안전구역)와 FAA 규정의 RSA(착륙대 포함 안전구역)는 활주로 끝단에 조성하는 착륙대 60m를 안전 구역에 포함하는 지 여부만 다른 개념이다.
그러나 FAA는 RSA 개념을 적용하며 오히려 국제 기준보다 더욱 강화해 활주로 안전 구역을 설정했다.
국토부의 설명대로라면 무안공항은 RESA를 활주로 착륙대로부터 90m 이상 확보만 하면 되지만, FAA 규정을 적용하면 로컬라이저는 RSA를 활주로 끝단 착륙대를 포함해 1천ft(약 304m) 떨어진 곳에 세워야 한다.
만약 1천ft 이내로 로컬라이저를 설치할 수밖에 상황이라면 별도 승인받아야 하며 볼트 등 결합구조가 약해 부러지기 쉬워야 하고, 가능한 활주로에서 멀리 떨어트려야 한다는 조건도 붙어있다.
결국 국토부 해석대로 FAA 규정을 무안공항 콘크리트 둔덕 로컬라이저 시설에 적용하면, 해당 시설이 RSA 구역 내에 존재하고 단단한 콘크리트 구조로 지어져 규정 위반 시설인 셈이다.
국토부 측은 보충 설명으로 "로컬라이저뿐만 아니라, 도로 등 불가피한 장애물로 인해 규정을 충족할 수 없으면 RESA를 장애물까지 연장해야 한다고 관련 고시에 규정돼 있다"며 "도로 등은 제척할 수 없는 장애물인 탓에 RESA에 포함할 수 없어 일관적으로 해석하면 로컬라이저도 RESA에 포함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해당 설명도 규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일단 우리나라 해당 규정은 국제적 기준인 ICAO 규정과 차이가 있다.
ICAO 'Aerodrome Design' 매뉴얼에는 "도로, 철도, 인공·자연적 요소가 첫 번째 장애물일 경우, RESA 제공은 그런 장애물도 고려(consideration)하라"고 되어 있어, 도로 등 불가피한 장애물에 대한 RESA 연장 규정은 없다.
이 때문에 '연장'하고 '고려'해야한다는 규정은 "로컬라이저뿐만 아니라, 도로·철도 등 불가피한 장애물도 RESA에 포함(연장)해 항공기 사고 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구조와 형태로 만들어야 한다"는 권고로 충분히 해석될 여지가 있다.
결국 국토부의 검토 결과는 '로컬라이저 시설은 종단안전구역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책임 면피성 부분에만 초점이 맞춰졌고, 로컬라이저까지 종단안전구역을 왜 연장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이 결여된 결론이다.
상식적으로 불가피한 시설로 인정해 RESA 포함 장애물에서 제외해야 한다면 '연장' 대신 '축소'라는 규정을 두었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조성일 르네방재정책연구원 교수는 "국토부는 FAA 규정에서 '너머'라는 단어만 인용하면서 RSA 304m 너머에 로컬라이저를 설치하거나, 부득이 304m 이내에 설치 시 주변지반과 같은 높이에서 부러지기 쉽게 만들라는 내용은 무시했다"며 "이는 자칫 사실 왜곡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RESA를 로컬라이저까지 연장한다'는 규정은 로컬라이저를 포함해 공항 내 중요 장애물로 관리하라는 취지인데, 이 부분을 무시하기도 했다"고 평가했다.
로컬라이저와 기체 주변 수색
[ 자료사진]
◇ 위험한 둔덕 개선 안 했다는 지적에는 "수사로 판단할 문제"
국토부는 LLZ 시설을 콘크리트 기초와 상판으로 구성(재질과 형상)한 것도 "종단안전구역 밖에는 별도의 규제가 없어 국내·외 규정을 위배했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입장도 내놨다.
항공 장애물 관리 세부 지침 제23조 제3항은 '공항 부지에 있고 장애물로 간주하는 모든 장비나 설치물은 부러지기 쉬운 받침대에 장착해야 한다'고 규정했지만, 이는 종단안전구역 내 있는 경우만 적용된다는 것이 국토부의 판단이다.
그러나 해당 세부지침 4조는 "항공기 지상이동 구역·보호 표면 외부에 위치하지만, 항공기 항행에 위험 요소로 확인되는 경우도 항공 장애물 대상에 해당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25조는 장애물이 될 수 있는 공항 장비와 설치물의 종류에 LLZ도 포함하고 있어 종단안전구역 포함 시설에만 국한하지 않았다.
건설기준과 운영기준이 다른 것도 쟁점이 됐는데, 국토부는 "착륙대 종단으로부터 240m 이내 항행안전시설 설치 시 규격을 제한하는 공항안전운영기준 109조는 2010년부터 적용돼 무안공항은 해당 사항이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2023년 무안공항 시설 개량공사 시에는 개정된 규정대로 LLZ를 개선해야 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안전성 활보 방향을 신속히 검토해 향후 안전 점검 및 대책 수립에 반영되도록 하겠다"고 미래 과제로 미뤄버리기만 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항행안전시설 관리 및 운영규정'에는 "관련 법령 등 개정에 따라 잠재된 문제는 신속히 대처해야 한다"는 규정과 "개선은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내용의 규정이 있어 2023년 개선 공사 시 콘크리트 둔덕을 방치한 것은 과실에 해당할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국토부는 개선 공사 시 규정 개선 사안 미반영에 대해" 개선 공사가 진행된 경위와 과실 여부는 국토부에서 판단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과실 여부는 현재 경찰에서 이를 수사하고 있으니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12·29 제주항공여객기참사가족협의회 관계자는 "국토부가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왜곡된 검토 결과를 발표하고, 공정한 조사를 진행하지 않는다면, 사고 원인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가족들의 목소리가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래픽] 무안국제공항 '로컬라이저' 구조
[ 자료 그래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