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600대 트럭반입·조립식 진료소…유엔, 가자지구 구호채비
기사 작성일 : 2025-01-18 04:01:00

가자지구 접경지에 늘어서 있는 구호품 트럭


[로이터 자료 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제네바= 안희 특파원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가자지구에서 휴전 합의에 이르면서 유엔 산하기구들이 그동안 크게 제약받은 현지 인도주의 사업을 신속히 확대할 채비를 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팔레스타인 지부 책임자 릭 피퍼콘 박사는 17일(현지시간) 유엔 제네바사무소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휴전 임박 소식은 오랜만에 들은 최고의 뉴스"라며 "우리는 현지 주민들을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피퍼콘 박사는 "휴전과 함께 즉각적으로 가자지구의 의료 시스템을 복구할 사업이 진행되며 그동안 구호물자와 의료품 전달을 막던 안보·정치적 장애물을 제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자지구 주민들은 국제사회의 구호품에 의존한 채 생활하고 있지만 전쟁이 격화하면서 구호품 반입용 트럭 진입이 국경 검문소에서 차단되는 사례가 빈번했다.

주민들의 기본적 수요를 충족하려면 최소한 하루 300∼500대의 트럭이 가자지구로 진입해야 하지만 격한 교전이 벌어지던 작년 10월 기준으로 하루 57대만 진입이 허용됐다.

진입한 구호품 트럭을 도중에 멈춰 세워 약탈하는 사건이 끊이지 않았던 것도 절대적으로 부족한 구호품 반입 규모 때문이다.

의료 붕괴도 심각하다. 대형병원 36곳 중 10여곳 정도가 부분적으로만 가동하고 있고 일반 병원과 보건소들도 수시로 포격에 노출돼 상시 운영이 쉽지 않았다.

브리핑에 동석한 제임스 엘더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 대변인은 "이스라엘이 지난해 가자지구 남단의 라파 검문소를 차단한 이후 의료 후송 건수는 90% 감소했다"며 "전쟁으로 아동 수천 명이 숨졌고 더 많은 어린이가 구호를 기다린다"고 말했다.

유엔 산하기구들은 휴전이 확정되면 곧바로 하루 600대의 구호품 트럭을 가자지구에 들여보내기로 했다. 현재 수천 대의 구호품 트럭이 이집트의 주요 진입 경로에서 대기 중이라고 피퍼콘 박사는 전했다.

긴급한 환자 진료를 위해 임시 조립식 진료소도 짓기로 했다. 급증한 외상·응급환자를 위한 병상을 제공하고 대피소에 흩어져 있는 의료인력을 효율적으로 운용한다는 계획이다. 의료·구호 인력 현지 추가 파견도 추진된다.

다만 조립식 진료소가 완공되기까지 최소 6주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이 기간에는 외상·응급 환자 후송을 활성화하는 방식으로 공백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피퍼콘 박사는 "모든 계획이 이뤄지려면 지속적인 평화가 필요하다"며 "당사자들이 합의를 반드시 이행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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