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사당 주변 순찰 중인 경찰
(워싱턴= 강병철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20일(현지시간) 취임식을 앞두고 18일 오전 경찰이 경찰견과 함께 워싱턴DC 의회 의사당 앞 연못을 순찰하고 있다.
(워싱턴= 강병철 특파원 = '글로벌 태풍'에 비견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20일(현지시간) 취임을 앞둔 18일 오전 워싱턴 DC는 최고 수준의 보안 조치 속에 상대적으로 차분한 분위기였다.
백악관으로 복귀하기 전부터 도발적 관세 부과 방침과 영토 팽창주의 기조를 천명, 전 세계를 초긴장시킨 것과 다르게 성조기가 곳곳에 내걸린 백악관에서 의회 의사당까지 이어지는 3㎞ 정도의 거리와 공원에서는 '트럼프 맞이' 행사 준비가 큰 혼란 없이 진행되고 있었다.
링컨 기념관부터 백악관 앞쪽 워싱턴 기념비를 거쳐 의사당 사이에 위치한 공원인 내셔널몰에는 박물관과 미술관 등이 자리 잡고 있어 주말마다 관광객이 몰리는 곳이지만, 이날은 그 자리를 형광 조끼를 입은 인부들이 대체했다.
보안을 위해 백악관 쪽에서 의사당까지 빼곡하게 설치된 2m 높이의 철제 펜스를 사이에 두고 이른바 '16 휠러(16 wheeler)'로 불리는 대형 트럭이 늘어서 있었으며 그 옆으로는 대형 크레인과 지게차가 바삐 움직이며 막바지 작업을 하면서 마치 건설 현장 같은 느낌을 연출했다.
전체적으로 행사장 주변으로 48㎞나 설치될 예정인 펜스 중간중간에는 아직은 통로가 마련돼 있어서 일반인의 이동 자체가 완전히 통제되지는 않은 상태였다.
주차금지구역 차량 체크 중인 경찰
(워싱턴= 강병철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20일(현지시간) 취임식을 앞두고 18일 오전 한 경찰이 워싱턴DC의 컨스티튜션 에비뉴의 주차 금지 구역에 서 있는 차량을 체크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은 백악관 앞쪽에서 의회로 이어지는 컨스티튜션 에비뉴의 일부 구간에 대한 통제를 시작하는 등 단계적인 교통 통제에 들어갔다.
이 부근 도로의 통제 수준은 계속 올라가 취임식 날인 20일은 일반 차량 접근이 완전히 차단될 예정이다. 테러 대비 차원에서 주변 주차장의 출입도 막힌다.
이와 함께 19일 오후 8시부터 맥퍼슨스퀘어 등 백악관과 의사당 인근의 지하철역 6곳은 열차가 서지 않는다고 워싱턴DC는 안내했다.
내셔널몰의 위아래에 위치한 컨스티튜션 에비뉴와 인디펜던스 에비뉴의 거리 주차도 이미 금지됐다.
이에 따라 붉은 글씨로 12일부터 22일까지 주차를 금지한다는 주차 금지 안내문이 붙은 도로변 주차 공간은 평소 주말과 달리 대부분 비어 있었다.
다만 공사 관련 차량 외에 일반 차량이 일부 눈에 띄었으며 한 경찰은 경찰견을 끌고 이들 차량을 살펴보는 모습도 목격됐다.
일반인 출입 금지 안내
(워싱턴= 강병철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20일(현지시간) 취임식을 앞두고 18일 오전 워싱턴DC의 의사당 주변을 둘러싼 펜스에 공무 관련 인사만 출입할 수 있다는 안내가 설치돼 있다.
시내에서는 경광등을 켠 경찰차와 자전거 순찰대 등이 곳곳에서 눈에 들어왔다. 군데군데에는 방탄복을 입은 무장 군인들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대통령 경호 담당 조직인 비밀경호국(SS)은 작년 대선 선거운동 기간 두 차례나 암살 시도 사건을 겪은 트럼프 당선인을 경호하기 위해 모두 2만5천명의 인력을 배치키로 하는 등 최고 수준의 보안으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취임식이 열리는 의사당의 경비는 더 삼엄했다. 의사당 경내 주변을 둘러싼 펜스에는 일반인 출입 금지 안내가 붙었으며 그 안쪽으로는 경찰들이 경비를 서고 있었다.
'북극 한파' 예보에 따라 취임식 장소가 의사당 외부 야외무대에서 내부 중앙홀(로툰다)로 변경되면서 의사당 주변에서는 일부 시설을 철거하는 모습도 보였다.
의사당 경내 밖에 설치됐던 의자들은 이날 오전에는 눈에 띄지 않았다.
더러 비가 내리기도 한 이날 오전 날씨는 영상 1~2도였으며 바람도 세게 불지 않았으나 야외에 있는 시간이 30분을 넘어가면서부터는 얼굴은 물론 몸에도 한기가 느껴졌다.
취임일인 20일의 기온은 취임 선서가 진행되는 정오를 기준으로 영하 6.1℃로 예보됐으며 실제 체감 온도는 그보다 훨씬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 상태다.
여기에다 미국 대통령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서는 수 시간 전에 와서 보안 검사를 받아야 한다.
캐나다에서 온 트럼프 지지자
(워싱턴= 강병철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20일(현지시간) 취임식을 앞두고 캐나다에서 취임식 관람차 워싱턴 DC를 방문한 저스틴씨가 백악관 앞에 서 있다. 2025.1.18 yna.co.kr
다만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식을 보기 위해 워싱턴 DC를 찾은 지지자들은 실내 개최로 바뀌면서 취임식을 '직관'하지 못하는 데 대해 아쉬움을 표시했다.
네브래스카주에서 온 50대 래리씨는 "역사적인 취임식을 직접 보지 못해서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2020년 대선 부정선거를 주장해온 트럼프 당선인이 작년 대선 때 수시로 언급한 '투 빅 투 리그(too big to rig·조작하지 못할 정도로 크게 이기자는 의미)'를 거론한 뒤 "이번 선거는 상대적으로 공정하게 진행됐고 그래서 트럼프가 크게 이겼다"면서 "20일 이후에는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 될 것"이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의사당 앞에 마련된 애초 취임식 장소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의사당 앞 연못에는 래리씨 외에도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트럼프의 선거 구호)' 모자를 쓴 지지자들이 수시로 와서 사진을 찍었다.
취임식이 이틀이나 남았고 아직 오전 시간 때라 그런지 예상과 달리 '붉은 모자 물결' 수준은 아니었다.
새 주인 기다리는 백악관
(워싱턴= 강병철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20일(현지시간) 취임식을 앞두고 18일 오전 워싱턴DC 백악관 주변에 펜스 등이 설치돼 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2021년 1·6 의사당 폭동 사태 당시에 지지자를 향해 "죽기 살기로 싸우라"고 연설했던 백악관 앞 엘립스 공원 쪽에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트럼프 지지자들로 보이는 인원들이 더러 눈에 띄었지만, 많지는 않았다.
자신을 미국계 캐나다인으로 소개한 저스틴(23)씨는 "트럼프는 다른 나라 지도자에도 많은 영감을 주고 있다"면서 외국인이라 대선 때 투표는 못했지만, 취임식을 보기 위해 워싱턴DC를 찾았다고 밝혔다.
그는 취임식이 실내로 옮겨지면서 직접 보기 어려워진 것에 대해서는 "추위와 경호 문제 등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것 같은데 괜찮다"는 반응을 보였다.
트럼프 당선인이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편입돼야 한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도 미국에 의존하고 있는 캐나다의 경제와 안보 구조에 부합한다면서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반면 민주당 텃밭인 워싱턴DC와 메릴랜드, 버지니아 등의 주민은 트럼프 취임식이 달가워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메릴랜드에 거주하는 줄리(54)씨는 취임식 날이 '마틴 루서 킹(MLK)의 날'과 겹친다는 점을 언급한 뒤 "민권과 평등, 정의를 기리기 위한 MLK 데이에 정반대되는 사람이 취임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그러면서 "취임 행사가 진행되는 기간에는 DC에는 아예 나오지 않으려고 했는데 일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나왔다"고 전했다.
워싱턴의 반(反)트럼프 시위 인사
(워싱턴= 강병철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20일(현지시간) 취임식을 앞두고 18일 오전 워싱턴 DC에서 열린 반(反)트럼프 시위에 참가한 코리씨가 워싱턴 기념비 앞에서 손팻말을 들고 서 있다.
워싱턴 DC에서는 적극적인 반(反)트럼프 집회인 '국민들의 행진(people's march)도 이날 낮에 진행됐으나 2017년에 비해서는 동력이 크게 약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민주주의와 낙태권 옹호 등을 주장하는 진보 단체들은 이날 백악관 뒤쪽의 공원에서 주제별로 집회를 연 뒤 내셔널몰을 사이에 두고 의사당의 정반대에 위치한 링컨 기념관 앞에서 합동 시위를 했다.
주최 측이 공원 관리 당국에 신고한 참석 인원은 5만명으로, 2017년 트럼프 당선인이 처음 취임한 뒤에 열었던 비슷한 콘셉트의 집회 때 참석 인원(50만명)과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이라고 AP통신 등은 전했다.
집회 참석을 위해 플로리다주에서 온 코리씨는 이처럼 줄어든 참가자 규모에 대해 "많은 사람이 현재 극도의 우울증과 분노 상태에 있다"면서 "그들은 정말로 (트럼프에) 지쳤기 때문에 나오지 않는 것"이라고 기자에게 말했다.
코리씨는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에서 선거인단뿐 아니라 일반 투표에서도 거의 과반의 지지를 받은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40% 가까운 유권자가 투표를 안 했기 때문에 과반이라고 말해선 안 된다"면서 "선거 자체는 박빙이었다"고 말했다.
위싱턴 DC 반트럼프 시위
[워싱턴=AFP . 재판매 및 DB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