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임시 점포살이' 대구 매천시장 상인들…설 대목에도 한숨만
기사 작성일 : 2025-01-21 08:00:33

임시점포 앞 비좁은 도로


[촬영 황수빈]

(대구= 황수빈 기자 = "임시 경매장이 좁아서 아침에는 아수라장입니다. 이런 곳에서 올해뿐만 아니라 내년 설에도 장사해야 한다니 막막하기만 합니다."

20일 오전 찾은 대구 북구 매천동 농수산물도매시장 청과물동.

청과물동에는 2022년 큰불이 나 경매장과 점포 등이 잿더미가 됐었다.

이날 찾은 청과물동 주차장에는 여전히 임시로 마련된 점포가 줄지어 늘어서 있었다.

임시 점포와 경매장 사이는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정도로 비좁아 보였다.

청과물 경매가 이뤄지는 시간이 아니라 한산할 법도 했지만 도로가 좁은 탓에 지게차, 화물차, 보행자가 서로 얽히는 상황이 자주 보였다.

지게차가 도로에서 과일상자를 화물차에 실으면 뒤차들은 지나갈 공간이 없어 작업이 끝날 때까지 꼼짝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이따금 지게차 운전자들이 경적을 울리거나 "바쁜데 빨리 비켜"라며 고성을 주고받는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정상 영업 중'


[촬영 황수빈]

이날 만난 상인들은 설 연휴를 앞둔 시기임에도 매출이 회복될 기미가 안 보인다고 입을 모았다.

임시 점포에서 만난 상인 A(65)씨는 "언제까지 여기서 지내야 하냐"며 굳은 표정으로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는 "불이 난 이후로 매출이 떨어졌는데 회복이 안 된다"며 "임시 점포들이 띄엄띄엄 있으니까 사람들이 가게가 어딘지 몰라서 못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매장이 두 곳인데 임시 점포에서 멀어서 물건 나르는 동선이 길어졌다"며 "도로도 비좁아 경매 시간만 되면 아수라장"이라고 했다.

다른 상인 B(50대)씨는 "설 연휴를 앞두면 선물용 과일 묶음이 잘 팔리는데 지금은 사러 오는 사람이 없다"며 한산한 임시 점포들을 손으로 가리켰다.

이어 "임시 경매장이 좁아서 항상 어수선하다"며 "화재 이후 물건, 사람 모두 줄었다"고 했다.


청과물동 임시 경매장 입구


[촬영 황수빈]

임시 점포가 야외에 있다 보니 추운 날씨에 청과물이 어는 문제도 있었다. 상인들은 밤에는 청과물을 비닐이나 이불로 덮는다고 설명했다.

상인 박모(61)씨는 "임시 점포는 전기를 끌어 쓴다. 그래서 온풍기를 지금보다 한두 개만 더 틀어놔도 과부하가 걸려서 전기가 나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건축 사업을 담당하는 시청에 여러 번 가서 불편한 점들을 얘기했지만, 바뀌는 게 없다"며 "앵무새처럼 했던 말 또 하기 싫어서 이제는 그러려니 한다"고 덧붙였다.

대구시는 매천시장 청과물동 재건축 사업을 내년 2월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는 당초 예정된 시기보다 8개월가량 늦어진 것이다.

시는 건설본부 기술심의위원회로부터 공사 기간이 짧아 부실시공이 우려된다는 의견이 나와 공사 기간을 13개월로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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