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설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워싱턴 A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취임한 뒤 연설하고 있다. 2025.1.20
고일환 기자 = 47대 미국 대통령이 된 도널드 트럼프의 취임사에선 8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자신감이 넘쳐났다.
2017년의 경우 일반적인 예상을 뒤엎고 대선에서 승리한 '아웃사이더'의 조심스러운 입장이 취임사에 반영됐다면, 올해는 원칙과 실행계획을 겸비한 정치지도자의 면모가 전면에 부각했다.
2017년 16분 남짓한 취임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 유세 연설에 비해 상당히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일반적인 예상을 뒤엎고 대선에서 승리한 '아웃사이더'인 자신에 대한 불안감을 떨치기 위한 선택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자신과 같은 비정치권 인물이 유권자의 선택을 받은 이유를 설명하는 데 공을 들였다.
워싱턴 D.C의 정치인들이 온통 자신들의 부를 불리는 데 집중하는 동안 도시 빈곤층 증가와 공업지대 쇠락, 교육 시스템 붕괴, 범죄 급증 등의 문제가 미국의 기반을 흔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외국이 미국의 부와 일자리를 훔쳐 가는 것이 문제의 근원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2017년 취임사에 담지는 않았다.
그는 '미국 우선주의'를 제시하면서 "간단한 2개의 원칙을 지켜나갈 것"이라고만 약속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밝힌 원칙 두 가지는 '미국 물건을 사고, 미국에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이에 비해 2025년 1월2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와 관련한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훨씬 길어진 32분 분량의 취임사에 담았다.
남부 국경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불법 체류 외국인에 대한 대규모 추방을 개시하고, 외국의 범죄 카르텔을 테러 조직으로 지정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멕시코만의 명칭을 아메리카만으로 변경하고, 파나마 운하를 되찾겠다고도 하는 등 현재 미국이 겪고 있는 문제점에 대한 자신의 해결책을 분야별로 꼼꼼하게 제시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워싱턴 A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취임식에 참석했다. 2025.1.20
트럼프 대통령은 실현 계획뿐 아니라 문제점을 설명할 때도 8년 전보다 구체적으로 예를 드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무능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노스캐롤라이나의 태풍 피해와 로스앤젤레스 산불 등 실제 사례를 언급했다.
8년 전 취임사에서 도시 빈곤층과 공업지대의 쇠락을 언급하면서도 구체적인 지명까지 밝히지 않은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이처럼 구체적인 내용이 취임사에 포함되면서 취임사의 길이도 2017년 16분에서 올해 34분으로 대폭 늘었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언급을 늘렸다.
그는 2017년 취임사에서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는 자신을 '250년 미국 역사상 가장 많이 탄압받은 대통령'이라고 규정하는 등 개인적인 이야기를 취임사에 담았다.
암살의 위기에서 신이 자신의 생명을 구했다는 발언도 했다.
자신에 대한 발언이 취임사에 포함된 것은 지난해 대선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했다는 자신감이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인종과 성별, 연결과 상관없이 모든 미국인이 자신을 지지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8년 전에는 국가 수장의 자리에 오른 초보 정치인으로서 국가 통합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지지를 호소했다면, 올해는 압도적인 국민의 지지를 기반으로 자신이 제시한 목표를 속도감 있게 이뤄내겠다는 의지가 강조된 것이다.
이 같은 자신감 때문인지 비교적 정제된 표현이 사용된 2017년 취임사와 달리 올해 취임사에선 원유 증산과 관련해 '드릴 베이비 드릴'(Drill, baby, drill)이라는 구어가 사용되기도 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8년 전 취임사에선 전임자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부인 미셸 여사의 이름을 언급하면서 사의를 표했지만, 올해는 바이든 전 대통령만 언급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워싱턴 A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취임한 뒤 연설하고 있다. 2025.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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