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LCC' 출범 앞두고 위기관리 시험대 오른 에어부산
기사 작성일 : 2025-02-01 11:01:13

김해공항 에어부산 항공기 화재 현장


(부산= 29일 오전 김해공항에서 박형준 부산시장 등이 에어부산 항공기 화재사고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사고 항공기 동체 윗부분이 화재로 전소돼 처참한 모습이다. 2025.1.29 [부산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부산= 손형주 기자 = 김해공항 거점 항공사인 에어부산[298690]이 통합 LCC 출범을 앞두고 항공기 화재라는 대형 악재에 부닥치면서 위기관리 능력 시험대에 올랐다.

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2007년 부산시와 지역 12개 지역기업이 지역 거점 항공사를 만들자는 목표로 출자해 만든 에어부산은 12년간 사고 기록이 1건도 없었다.

이 기간 준사고도 1건도 없어 항공편 수 10만편 이상인 국내 항공사 중 유일하게 10년 이상 무사고 기록을 유지해 왔다.

에어부산은 무사고 기록을 강조하며 '지역민 편의성'과 함께 '안전한 항공사'란 이미지를 최우선으로 홍보해왔다.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이후 항공 관련주가 모두 하락할 때 에어부산만 안전한 항공사란 이미지 때문에 주가가 일시적으로 상승하기도 했다.

그간 큰 사고가 없었던 에어부산에 이번 화재는 첫 위기관리 시험대다.

승객 짐에서 있던 전자기기나 보조배터리(리튬이온배터리)에서 발생한 화재로 결론이 나면 기체 결함이 아니기 때문에 에어부산은 책임을 다소 덜 수 있다.

하지만 기체 결함이 아니더라도 화재 발생 후 비상 대피 과정까지 항공사의 대처가 적절했는지 여부에 대해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어서 향후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나 경찰이 항공사의 과실에 책임을 물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에어부산 항공기


[에어부산 제공]

항공업계는 이번 화재의 원인과 위기관리 대처 능력에 따라 에어부산과 통합LCC의 미래가 그려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이 통합하는 메가 LCC 탄생을 앞두고 에어부산 분리매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화재를 어떻게 수습하느냐에 따라 향후 통합 LCC 출범 시기와 방향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항공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자회사인 에어부산은 항상 아시아나 출신이 임원을 차지하다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 통합이 마무리되면서 대한항공 임원 출신인 정병섭 대표가 지난달 16일 취임했다.

대한항공은 에어부산 화재가 발생하자 곧바로 "그룹 차원의 지원 체제를 가동한다"며 부사장을 비롯한 임원들을 부산으로 보냈다.

항공업계는 대한항공 임원이 부산으로 급파한 것을 이례적인 것으로 봤다.

대한항공이 손자회사 격인 에어부산에 사고수습 노하우를 전수하며 도움을 준다는 해석도 있지만 일각에서는 대한항공이 통합 LCC 출범을 앞두고 이번 사고 수습에 역할을 함으로써 에어부산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차원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임원까지 급파하고 이를 외부에 알리는 것을 이례적인 상황으로 봤다"며 "수습에 도움을 주고 잘 마무리할 경우 향후 에어부산에 대한 지배력이 더 공고해지는 것을 의미하며 부산지역에서 원하는 분리매각이나 LCC 본사 부산 유치는 더 멀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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