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시크와 중국
딥시크 로고와 중국 국기가 포함된 2025년 1월 27일 제작 로이터 일러스트레이션 (REUTERS/Dado Ruvic/Illustration) [재판매 및 DB 금지]
임화섭 기자 =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深度求索)가 인공지능(AI) 분야 경쟁에서 미국의 독주 분위기를 깨고 중국의 기술력을 과시했지만, 앞으로 중국 공산당의 권력 독점에 위협이 된다는 판단이 내려지면 규제 강화의 칼날을 맞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일(현지시간) 'AI 경쟁에서 중국에 1승 안긴 딥시크, (중국 공산)당은 이를 억누를까?' 제하 기사에서 중국의 AI 개발 노력과 AI 규제에 대한 중국 공산당의 태도 변화를 짚었다.
NYT는 "딥시크의 성공은 AI 분야에서 중국의 야심을 구현한 것이다. 하지만 이 나라 지도자들이 유지하고 있는 권력 독점을 위협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NYT에 따르면 AI에 대한 중국 당국의 규제 강도는 딥시크의 발전 정도를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여러 해에 걸쳐 달라졌다.
중국 당국은 미국 오픈AI의 챗GPT가 공개된 2022년에는 중국이 미국에 뒤처졌다고 걱정해 불간섭 정책을 폈으며, 그 결과 딥시크와 다른 업체들이 번창할 수 있었다.
그러나 딥시크의 성공을 계기로 중국 AI 업계도 미국과 겨룰만하다는 자신감이 형성됐고, 이 점은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 카네기국제평화재단(CEIP)에서 중국 AI를 연구하는 맷 시핸 연구원의 지적이다.
그는 "통제에 끌리는 것이 (중국 공산당의) 핵심 본능"이라며 "(중국 공산당이) 중국의 AI 역량에 대해 자신감을 회복함에 따라, 이런 업체들에 대해 간섭을 강화하려는 욕구에 저항하는 것이 어려워질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딥시크
딥시크 로고, 키보드, 로봇팔이 포함된 2025년 1월 27일 제작 일러스트레이션 (REUTERS/Dado Ruvic/Illustration/File Photo) [재판매 및 DB 금지]
딥시크 창업자 량원펑(梁文鋒)은 이 회사가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계기인 최신 AI 모델 'R1'을 내놓은 당일인 지난달 20일에 리창(李强) 총리 주재의 좌담회에 참석했다.
R1 공개 전까지만 해도 딥시크는 중국 당국이 AI 분야에서 기대를 걸어 온 텐센트, 바이두, 알리바바, 바이트댄스 등 대기업들은 물론이고, 즈푸, 미니맥스, 바이촨, 문샷, 스텝펀, 01.AI 등 이른바 '6대 AI 호랑이' 스타트업들보다도 주목도가 낮았다.
이 때문에 당시에는 사람들이 잘 몰랐던 량원평의 좌담회 참석이 R1의 대성공 후 뒤늦게 화제가 되기도 했다.
시핸 연구원은 "딥시크 모델은 저비용에 오픈소스라는 특성을 갖고 있는 까닭에 '중국이야말로 AI 해법을 찾는 개발도상국들이 봐야 할 곳'이라는 중국 정부의 서사에 기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NYT는 AI 분야 세계무대에서 중국이 얼마나 큰 플레이어가 되는지는 궁극적으로 정부가 '규제'와 첨단 연구로 미국과 경쟁하려는 기업·연구자에게 필요한 '자유'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잡느냐에 달려 있을 수 있다고 관측했다.
중국 당국은 분야에 따라 AI 개발 규제를 달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NYT는 전했다.
군사 분야에서는 오로지 성능만 중요할 뿐 아무런 규제가 없지만, 민간 분야 AI는 여러 규제 기관들의 다양한 요구사항을 준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술이 널리 쓰일수록 공산당은 이를 통제하고 싶어한다.
2023년 챗GPT가 선풍적 인기를 끌자, 중국 정부는 중국 챗봇들이 사용자들에게 하는 답변에 "사회주의적 핵심 가치들"을 반영하고 "국가권력을 훼손하는 정보"는 피하도록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