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워치] 막오른 관세전쟁, 지구촌경제 폭풍속으로
기사 작성일 : 2025-02-03 08:00:15

김지훈 선임기자 = 설마 했던 우려가 현실이 됐다. 혹시 압박용 협상카드가 아닐까 하는 기대는 무산됐고, 앞서 경험했던 것보다 더 광범위하고 신속한 관세부과로 무역전쟁이 시작됐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현지시간) 캐나다와 멕시코, 중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오는 4일부터 미국으로 수입되는 캐나다의 에너지 제품에는 10%, 여타 제품엔 25%의 관세가 부과된다. 멕시코산 모든 수입품에도 25%의 관세를 물리고 중국산 제품엔 10%의 관세가 추가 부과된다. 해당 국가들은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고 미국 제품에 보복관세를 물리겠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

미국 트럼프 정부의 관세부과는 30여년간 이어져 온 자유무역의 시대가 끝나고 본격적인 보호무역 시대가 열렸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이번 관세 부과는 무역적자 해소는 물론 불법 이민, 마약 유통 등 비(非) 무역 이슈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관세를 무기화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더구나 트럼프 1기 때는 취임 후 무역적자 원인을 분석하는 기간이 있었고 관세 부과 품목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거나 세율을 점차 올리는 방식이 사용됐지만, 2기 정부에선 취임 10여일 만에 시작했고 모든 품목에 관세를 물리는 보편관세 방식이 사용됐다는 점에서 더욱 강경해졌다는 평가다. 특히 트럼프가 철강, 반도체 등의 품목에 대한 부문별 관세 부과 방침도 예고한 데다 이들 3개국 외에 유럽연합(EU) 등 적자를 보는 여타 교역국으로 확대할 방침도 시사했으니 앞으로 미국의 무역전쟁은 확산될 여지가 크다.


[그래픽] 트럼프, 캐나다·멕시코·중국에 고관세 부과 강행


김토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직후 최대 교역국인 캐나다·멕시코·중국을 상대로 보편 관세 부과 절차에 들어가자, 상대국들도 지체 없이 '보복'을 천명하고 나섰다. 페이스북 tuney.kr/LeYN1 X(트위터) @yonhap_graphics

이번 무역전쟁이 지구촌 경제에 몰고 올 파장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국제무역뿐 아니라 글로벌기업의 생산방식과 공급망 재편은 물론, 투자와 소비, 물가와 금융시장에 이르기까지 메가톤급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내 수입업자가 부담하게 될 관세는 결국 미국 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달러 강세와 대체 품목 소비로 일부 상쇄될 순 있겠지만, 종국엔 수입 제품의 미국 내 판매가격이 올라 간신히 진정시킨 인플레를 다시 자극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 내 전문가들은 이번 관세부과가 시행되면 작년 12월 2.6%였던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상승률이 3% 이상으로 치솟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물가가 다시 오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 기조에도 제동이 걸리고, 경기부양을 위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도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 관세 부과로 무역이 둔화하고 인플레로 소비가 줄면 '나홀로 독주'하던 미국 경제의 성장률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주말을 지낸 후 3일 오전 개장하는 아시아 금융시장에도 충격이 불가피하다. 주요 수출업체의 주가가 하락하고 전반적인 투자심리도 위축되는 한편 원/달러 환율 등 외환시장도 무역전쟁의 파장을 피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멕시코의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국내 제조업체나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하는 기업들도 타격을 걱정하고 있다. 미국이 한국과의 교역에서 510억달러(2023년 기준 8위)의 적자를 내고 있는데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 지명자의 최근 발언 등을 고려하면 한국도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미 국내 경기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고 지난달 수출액은 10% 이상 줄면서 16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계엄과 탄핵 정국으로 혼란스러운 와중이지만 몰려오는 대외리스크에 긴밀하게 대처해 피해를 최소화할 생존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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