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멸 경고등] 사라질 위기 학교·마을 살린다…변화 꾀하는 경남 고성
기사 작성일 : 2025-02-08 08:00:32

(경남 고성= 이준영 기자 = 경남 고성군은 2003년 인구 6만명대가 무너진 뒤 한동안 5만명대를 유지하다가 2023년부터는 4만명대로 쪼그라들면서 심각한 인구 감소 위기에 직면했다.

지역 안팎에서는 '대한민국 공룡 1번지'로 불리는 경남 고성군이 공룡처럼 소멸할지도 모른다는 자조 섞인 농담이 나올 정도다.

군은 이러한 인구 감소에 맞서기 위해 2023년 인구청년추진단을 신설하는 등 각종 시책과 사업 발굴에 나서며 분주히 해법을 찾고 나섰다.

몇 해 전부터는 폐교 위기 학교를 활용한 인구 유입 정책을 펼치며 작지만, 유의미한 변화를 만들어 가는 중이다.


경남 고성군 삼산초등학교


[촬영 이준영]

◇ 20년 만에 인구 5만명 붕괴…'소멸 고위험 지역' 경고

8일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고성군 인구는 4만8천5명을 기록했다.

2002년에 6만명대(6만374명)를 마지막으로 기록한 뒤 2003년부터 5만명대를 유지했으나, 2023년 4만명대(4만9천468명)로 내려앉은 뒤 좀처럼 5만명대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군 단위 기초자치단체에서 인구 5만명은 중요한 지표다.

정부가 지방자치단체에 주는 교부세를 산정하는 여러 기준 중 하나가 인구 5만명이다.

자치구와 시군 지역구 시·도의원 정수 역시 인구 5만명이 기준이다.

5만명을 넘으면 최소 2명이지만 미달이면 최소 1명에 그친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해 3월 발표한 전국 시도별 소멸위험지수에 따르면 고성군의 지수는 0.142다. 전국 평균(0.615)과 경남 평균(0.444)을 훨씬 밑돌아 소멸 고위험 지역으로 분류됐다.

소멸위험지수는 20∼39세 여성 인구 수를 65세 이상 인구수로 나눈 값이다. 1.5 이상이면 소멸 위험 매우 낮음, 1.0∼1.5 미만이면 보통, 0.5∼1.0 미만이면 주의, 0.2∼0.5 미만이면 소멸 위험, 0.2 미만이면 소멸 고위험 지역으로 나뉜다.

고성군은 지난해 3월 기준 전체 인구 4만9천48명 중 20∼39세 인구가 2천502명에 불과했다.

반면 65세 이상 인구는 1만7천599명으로 전체의 35.8%를 차지했다.

이대로라면 머지않아 노인만 남고 지역 자체가 소멸하는 상황이 현실화할 것이란 분석이다.


작은 학교 살리기로 준공한 공공임대주택


[경남 고성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소멸 위기 학교·마을 살리자…지자체·교육청·LH '맞손'

군은 몇 해 전부터 경남도와 경남교육청,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함께 추진하는 '작은 학교 살리기 사업'으로 변화를 도모했다.

이 사업은 지자체와 교육청, 학교가 힘을 합쳐 폐교 위기인 학교와 마을을 살리자는 게 핵심이다.

지자체는 빈집 정비와 정주 여건 개선 등을 맡고 교육청은 특색 있는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LH는 공공임대주택과 커뮤니티 공간을 건립해 신혼부부와 저소득층, 다자녀 가정 등에 시중 시세의 약 30% 가격에 공급한다.

특히 지자체 이외 지역에서 전입하는 세대에게 우선으로 임대주택을 제공해 인구 증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군은 영오초와 삼산초, 동해초 등이 3년 연속으로 작은 학교 살리기 사업에 선정됐다.

영오초와 삼산초 사업은 임대주택 입주까지 마쳤고, 동해초 사업은 오는 9월 임대주택 준공과 입주를 앞두고 있다.

경기도 안산시에서 2년 전 고성군으로 전입한 임정훈(49) 씨 가족은 이번 사업의 대표적인 사례다.

창원이 고향인 임씨 가족은 안산에서 10여년을 살다가 윤아(12), 한아(10), 남우(7) 세 자녀와 함께 부모님이 계시는 고성으로 내려왔다.

부모님 연세가 많아 경남으로 내려오려고 고민하던 중 이번 사업을 알게 되면서 전입을 결심했다.

임씨는 "누나도 오래전 고성으로 시집와 낯선 느낌이 없어 적응하기 편했다"며 "도시보다 훨씬 조용하고 공기가 좋아 심적으로 편안한 상태가 유지되는 게 가장 좋다"고 말했다.


경기도 안산에서 고성에 전입한 임정훈 씨 가족


[촬영 이준영]

임씨 가족이 사는 공공임대주택은 윤아, 한아 양이 다니는 삼산초와 걸어서 1분 거리에 불과하다.

면적도 84㎡라 넓고 신축이라 깨끗해 임씨 가족이 생활하기에 문제없다.

타지에서 전학해 온 아이들도 일찍이 적응을 마쳐 즐거운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

특히 삼산초는 진로 체험 교육과 여름·겨울 계절학교, 학생·학부모 밴드, 난타 교실, 생태 놀이 수업, 어울림 한마당 등 다양한 체험과 예체능 활동을 즐기는 특색 있는 교육과정으로 아이와 학부모들에게 큰 호응을 받고 있다.

첫째 윤아 양은 "체험학습이 많아서 학교생활이 재밌고 친구들도 모두 잘 대해줘서 금방 적응할 수 있었다"며 "최근에 전북 무주로 스키 캠프를 다녀온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삼산초 관계자는 "경남교육청에서 지원받은 예산으로 특색있는 교육과정 개발에 힘쓰고 있다"며 "아이들과 학부모, 그리고 마을과 지역 공동체가 함께 하는 프로그램들을 만들다 보니 다들 만족해해서 뿌듯하다"고 자랑했다.

군은 주변 인프라 확충과 홍보 등을 통해 관외 이주 주민을 늘려 인구 증가 효과를 꾀할 계획이다.

군 관계자는 "학교와 지역 마을이 적극적으로 소통, 협력하는 마을 공동체를 만들어 서로 상생하는 효과를 낼 수 있도록 꾸준히 관심 갖고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삼산초 스키 캠프 체험활동


[삼산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폐교·빈집이 청년예술촌과 촌캉스 공간으로 '탈바꿈'

군은 2022년부터 올해까지 지방소멸 대응 기금으로 확보한 예산 357억원을 바탕으로 학생과 청년 등이 지역에 머물며 지낼 수 있는 정주 여건 개선에도 박차를 가한다.

지난해에는 폐교된 고성중학교 삼산분교를 리모델링해 작품 전시 공간과 공연장, 체험 교육실, 공유주방 등을 갖춘 청년예술촌을 만들었다.

폐교를 예술촌으로 바꿔 공간을 재활용하고, 청년 등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콘텐츠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호평받고 있다.

또 빈집을 활용해 소유자와 5년 무상 임대 계약을 맺고 리모델링을 거쳐 '촌캉스' 공간도 조성했다.

시골집에서 최대 1주일 동안 지내며 고성을 체험하고 이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홍보해 생활 인구 유입 효과를 기대한다.

2022년부터 추진해 온 마동호 국가습지 주변 생태공원 조성과 당항만 둘레길과 연계한 힐링타운도 올해 결실을 본다.

힐링타운은 숙박시설 9동과 관리동 1동 등으로 조성돼 마동호 국가습지를 찾는 방문객에게 독수리 관찰, 체험과 숙박시설을 제공한다.

이 밖에도 거류면 일대 정주 환경 개선을 위해 도시가스를 공급하고 서외리 일원에 80세대 노동자 주택 1동을 건립해 지역 내 기업체 고용과 지역 전입을 유도한다.

김종춘 군 인구청년추진단장은 "많은 분이 고성군을 찾고 또 안착할 수 있게 그에 맞는 정책과 사업을 하나씩 찾아 추진해가고 있다"며 "앞으로 남녀노소 모두가 행복한 고성군이 될 수 있게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경남 고성 청년예술촌


[고성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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