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질좋은 일자리…청년 '쉬었음' 올해도 경고등
기사 작성일 : 2025-02-10 07:00:16

취업 향한 까치발


(대구= 윤관식 기자 = 21일 오후 대구 북구 iM뱅크 제2본점에서 열린 '제2회 청년과 기업이 손 잡(JOB)는 대구-단디 잡(JOB)자! 페스티벌'에서 한 구직자가 채용 상담을 받고 있다. 2024.10.21

(세종= 민경락 이대희 기자 = 공공기관·대형 사업체 등 선호도가 높은 일자리에서 채용이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청년 고용 위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양질의 일자리 감소는 청년들의 구직 의욕을 꺾어 결국 이들이 구직시장을 떠나게 하는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특히 작년 12·3 비상계엄·제주항공 참사 등 잇따른 악재로 내수 회복의 골든타임을 놓친 데 이어 미·중 관세 전쟁 등 대외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어 고용 둔화 우려는 더 커지는 상황이다.

정부는 청년 고용 확대를 위한 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양질 일자리가 늘지 않는 한 정책 효과는 한계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고용한파 계속…건설업은 10만명 감소


임화영 기자 = 통계청이 '9월 고용동향'을 발표한 16일 서울의 한 고용센터에서 구직자가 일자리정보 게시판을 보고 있다. 지난달 취업자 수가 14만여명 늘며 석 달째 증가 폭이 10만명대에 머물렀다. 청년층 '쉬었음'은 44개월 만에 최대 폭 늘었다.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9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15세 이상 취업자는 2천884만2천명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14만4천명 증가했다. 산업별로는 건설업 일자리가 10만명 줄었다. 10차 산업 분류로 개정된 2013년 이후 역대 최대 폭 감소다. 2024.10.16

◇ 대형사업체 취업자 증가 폭 9만→5만8천명 '뚝'

10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300인 이상 사업체 월평균 취업자는 314만6천명으로 전년보다 5만8천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2018년 5만명 늘어난 뒤로 6년 만에 가장 증가 폭이 작다.

300인 이상 대형 사업체의 취업자 증가 폭은 2022년 18만2천명을 기록한 뒤 2023년 9만명으로 반토막 났고 작년에도 36% 줄어드는 등 3년째 가파른 감소세다.

본사·지사·공장 등의 총 직원이 300인 이상인 대형 사업체 중 상당수는 중견·대기업에 속한다. 그만큼 선호도가 높고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일자리일 가능성이 크다.

질 좋은 일자리로 분류되는 제조업 취업자는 작년 6천명 줄며 전년(-4만2천명)에 이어 2년째 감소세다.

반면 운수·창고업 취업자는 같은 기간 5만6천명 늘었다. 운수·창고업 취업자에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증한 택배기사 등 플랫폼 노동자들이 속해 있다.

높은 고용 안정성으로 선호도가 높은 공공기관 취업자 수도 최근 감소세가 뚜렷하다.

지난해 399개 공공기관이 채용한 일반정규직(이하 무기계약직·임원 제외)은 전년(2만207명)보다 287명 줄어든 1만9천920명을 기록하면서 2만명 선이 무너졌다.

최근 수출 호조세에도 대기업·제조업 취업자가 줄어드는 것은 고용 유발효과가 상대적으로 낮은 반도체 산업에 성장세가 집중된 점과 관련이 있다.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신입보다는 경력직 채용을 선호하는 기조가 확대된 영향도 있다.

윤석열 정부의 대규모 세수 펑크·긴축 재정 기조와 과다한 부채를 줄이기 위한 재무 정상화 노력은 공공기관 채용 문을 좁게 하는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그래픽] '쉬었음' 청년 추이


김민지 기자 = 19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15∼29세 청년층 '쉬었음' 인구는 41만1천명으로 1년 전보다 12%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 공공기관·대기업·제조업 일자리 부진→'쉬었음' 청년 증가

양질의 일자리 부족은 청년의 구직시장 이탈을 늘리는 주된 요인이 되고 있다.

이런 현실은 최근 '쉬었음' 청년 증가세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쉬었음'은 중대한 질병이나 장애는 없지만 경제활동인구 조사에서 "그냥 쉰다"고 답한 이들이다. 취업자·실업자가 아닌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된다.

지난해 '쉬었음' 청년은 전년보다 2만1천명 늘어난 42만1천명이었다.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44만8천명)을 제외하면 역대 두 번째로 많다.

최근 청년층 인구가 줄고 있음에도 '쉬었음' 청년이 오히려 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청년들의 구직 의욕 저하가 심각하다는 반증이다.

한국은행은 작년 12월 발표한 '청년층 쉬었음 인구 증가 배경과 평가' 보고서에서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미스매치 현상은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노동시장을 이탈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사회 이동성 개선방안·2025년 경제정책 방향 등을 통해 청년 일자리 지원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대부분 취업 맞춤형 프로그램 등 지원책에 머물러 있다.

청년들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 자체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구직 지원책만으로 뚜렷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비상계엄 사태,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최근 고용시장이 둔화하는 점은 올해 청년 고용 전망을 더 어둡게 한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발표한 최근 경제 동향(그린북) 총평에 "고용 둔화" 진단을 추가하면서 경제 상황 우려 수위를 높였다.

정부는 올해 취업자 증가 폭 목표치를 202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12만명)으로 낮춰 잡았지만 탄핵정국·관세전쟁 등 불확실성이 커지면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올해 청년 고용은 작년보다 더 좋지 않을 수 있다"라며 "양질의 일자리가 늘지 않은 상황에서는 '쉬었음'이나 실업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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