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아웃] 비운(悲運)의 가자지구
기사 작성일 : 2025-02-10 09:00:58

김종우 선임기자 = 팔레스타인 자치지역 중 하나인 가자지구(Gaza Strip)는 지중해 동부 해안에 위치한 소지역이다. 도끼처럼 생긴 가자지구의 면적은 365㎢로 충남 서천군(366.1㎢)과 비슷하다. 주민 수는 210만여 명으로 추정된다. 주민 대다수가 국제 원조에 의존해 생활하고 있으며, 빈곤율은 70%를 웃돈다. 인구의 3분의 2는 1948년 제1차 중동 전쟁으로 발생한 팔레스타인 난민 또는 그 자손이다. 가자지구에는 공항이 없다. 국경과 영해 출입도 이스라엘에 의해 제한되면서 '지구 최대의 창살 없는 감옥'으로 불린다.


[그래픽] 가자전쟁 주요 피해


김영은 기자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15일(현지시간) 가자전쟁 휴전 합의에 도달했다고 로이터, AP 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2023년 10월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뒤 15개월여만이다.

기원전 1200년경 그리스계 이주 세력인 블레셋족이 중동 지역에 정착했다. 블레셋(Peleset)은 고전 라틴어 팔라이스티나(Palaestina)로 전해지며 '로마의 팔레스타인 지방'이란 뜻이다. 영어로는 팔레스타인(Palestine)으로 표기된다. 바다 민족인 블레셋족은 가자를 비롯한 5개 도시에서 연방체를 이루며 번성했다. 이들은 이집트에서 탈출한 히브리인들과 땅의 소유권을 놓고 오랜 싸움을 벌였다. 구약성서에 나오는 삼손과 데릴라, 다윗과 골리앗 이야기에서 데릴라와 골리앗이 블레셋족이다. 이후 블레셋족을 포함한 토착 집단들은 역사에서 사라졌다. 대신 팔레스타인 지역의 정치집단들은 동화 과정을 거치면서 종교를 통해 구분된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이슬람 저항운동)는 2006년 총선에서 승리한 뒤 이듬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의 충돌 끝에 가자지구의 통치권을 장악했다. 하마스는 미국과 유럽연합, 이스라엘에서 테러단체로 지정돼있다. 하마스가 2023년 10월 7일 이스라엘 남부를 침공하면서 이스라엘-하마스 간 전쟁이 발발했다. 양측은 지난달 15일 1년 3개월 만에 휴전에 합의했다. 전쟁 초기 1천200여명이 죽고 250여명이 인질로 끌려가는 피해를 본 이스라엘은 하마스 소탕을 목표로 가자지구를 초토화했다. 팔레스타인인 4만7천500명 넘게 목숨을 잃었고, 11만1천600여 명이 부상했다고 한다. 가자지구 내 건물 70%와 보건·식수·위생 인프라가 붕괴됐다.

전쟁 장기화에 따른 피로감이 커진 가운데 재선에 성공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스라엘-하마스 간 분쟁 종식을 강하게 압박했다. 이에 이스라엘은 레바논 전선에 이어 가자지구에서도 휴전에 합의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는 지난 4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회담을 마친 뒤 "우리는 가자지구를 소유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현장의 모든 위험한 불발탄과 다른 무기를 해체하고 파괴된 건물을 철거하고 경제발전을 일으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의 느닷없는 '가자 구상'은 국제 사회에 충격파를 던졌다. 특히 문제가 된 것은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인들을 주변 제3국으로 영구 재정착시키겠다는 언급이었다.

트럼프의 구상은 이른바 '두 국가 해법'(Two-State Solution)을 정면으로 거부하는 것이다. 두 국가 해법은 팔레스타인이 주권 국가로 독립해 이스라엘과 '국가 대 국가'로 공존하는 것을 말한다. 앞서 트럼프는 1기 집권 기간에 주이스라엘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기는 등 친이스라엘 정책을 펼친 바 있다. 급기야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주민들을 주변국으로 이주시키는 계획 초안을 마련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트럼프 구상은 중동 정세를 뒤흔드는 또 다른 뇌관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가자지구 주민들은 '디아스포라'(고향상실)의 악몽으로 잠을 못 이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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