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컬링의 멋
(하얼빈= 박동주 기자 = 11일 중국 하얼빈 핑팡 컬링 아레나에서 동계아시안게임 컬링 남자 라운드로빈 A조 한국과 카자흐스탄의 경기가 열리고 있다. 2025.2.11
(하얼빈= 설하은 기자 =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에서 결승에 올라 금메달을 눈앞에 둔 남자 컬링 대표팀 의성군청 선수들은 "금메달을 따고, '최고'라는 의미로 '의성BTS'라는 별명으로 불리고 싶다"고 말했다.
남자 대표팀 의성군청(스킵 이재범, 서드 김효준, 세컨드 김은빈, 리드 표정민, 핍스 김진훈)의 표정민은 13일 중국 하얼빈 핑팡 컬링 아레나에서 열린 대회 남자부 준결승전에서 홍콩을 13-2로 대파해 결승 진출을 확정한 직후 "우린 카카오톡 대화방 이름도 의성BTS"라며 민망한 듯 웃었다.
아시안게임 시상대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오른 뒤, 세계적인 가수로 성장한 BTS처럼 더욱 비상하겠다는 각오를 담은 것이다.
'BTS'라는 이름에 담긴 '무게감'을 잠시 곱씹은 스킵 이재범은 "오히려 욕을 먹을 지도 모르겠다. 나는 모르는 일"이라며 선을 그어 취재진의 웃음보를 터뜨리기도 했다.
의성군청은 이번 대회에서 매 경기 완벽한 샷을 선보이며 그야말로 압도적인 경기를 펼치고 있다.
조별리그에서는 스위스 대표팀 출신으로 귀화 선수로 구성돼 '우승 후보'로 꼽히는 필리핀에 6-1 완승을 거뒀고 4전 전승으로 준결승에 직행했다.
이날은 홍콩을 초전 박살내며 '준결승전답지 않은' 싱거운 승부를 냈다.
의성BTS의 굳은 각오
[여자 컬링 대표팀 설예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01∼2003년생 의성 출신 형·동생들이 모인 '의성BTS'의 사기는 하늘을 찌른다.
이번 대회 금메달엔 병역 특례도 걸려 있다.
이들은 태극기에 각자의 각오를 적어 넣으며 '금메달'을 향한 마음을 다잡았다.
표정민은 "목표를 금메달로 하고 왔기 때문에 그에 맞는 마인드를 태극기에 적었다"고 했고, 김효준은 "간절한 마음을 그대로 글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사실 의성군청은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열린 2024-2025 컬링 슈퍼리그와 토리노 동계세계대학경기대회에서 만족할 만한 성적을 거두지 못해 불안감을 갖기도 했다.
스킵 이재범은 "불안하지 않았다면 솔직히 거짓말"이라며 "포커스는 아시안게임에 있었다. 그 대회들을 거치면서 보완점을 찾아 고치려고 했기 때문에 오히려 좋은 경험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2003년 아오모리 대회에서 한국 컬링 최초 금메달을 목에 건 이동건 감독도 그 누구보다 든든한 존재다.
표정민은 "아무래도 금메달 경력자가 하시는 말씀이다 보니 더 믿고 따르게 된다"며 "아이스 위에서 하나로 뭉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늘 말씀하신다"고 전했다.
남자 컬링의 시간
(하얼빈= 박동주 기자 = 11일 중국 하얼빈 핑팡 컬링 아레나에서 동계아시안게임 컬링 남자 라운드로빈 A조 한국과 카자흐스탄의 경기가 열리고 있다. 2025.2.11
자신감이 충천한 의성BTS는 결승 상대가 누구든 전혀 상관없다며 스스로 해야 할 것에만 집중한다면 충분히 금메달을 딸 거라고 확신했다.
이재범이 "100점짜리 경기력을 보이겠다"고 선창하자, 김효준이 "나는 200%로 임할 것"이라고 지지 않고 말했다.
김은빈은 "23년 인생 살면서 진짜 처음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표정민은 "이 친구들이 정말 금메달을 따고 싶어하는구나라는 의지를 느낄 수 있게 아이스 위에서 기세를 뽐내고 싶다"고 기대했다.
'의성BTS'가 되고 싶다는 표정민은 금메달을 목에 건다면 시상대 위에서 BTS처럼 "춤을 추겠다"며 세리머니를 예고했다.
의성BTS는 14일 오전 10시 핑팡 컬링 아레나에서 열리는 결승에서 중국을 7-6으로 꺾은 필리핀을 상대로 18년 만에 우승에 도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