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유럽은 뒷전…러, 트럼프 통화에 '기세등등'
기사 작성일 : 2025-02-14 04:01:00

러시아 전통 인형에 그려진 트럼프와 푸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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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 최인영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먼저 통화하고 직접 만나겠다고 예고하면서 13일(현지시간) 러시아에서는 기세등등해진 반응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푸틴 대통령과 전화 통화하고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을 즉각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우크라이나 문제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나 유럽 지도자들보다 푸틴 대통령과 먼저 대화한 것이어서 우크라이나와 유럽 주요국은 협상에서 '패싱' 될 우려와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러시아 고위 인사들과 언론들은 이미 승기를 잡은 듯한 반응을 쏟아냈다.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유럽이 이번 대화에 대해 우려스러운 반응을 내놓은 것에 대해 "유럽은 질투와 분노로 미쳐있다"고 썼다.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이어 "(유럽은) 푸틴과 트럼프의 통화를 사전에 알지 못했고 그 내용과 이후 성명에 대해서도 상의 받지 못했다"며 "유럽의 시대는 끝났다"고 주장했다.

알렉세이 푸시코프 러시아 상원 의원도 소셜미디어에 "우크라이나, 유럽연합(EU), 프랑스, 영국은 지금 트럼프와 푸틴의 대화에 대한 긴 성명을 공포를 느끼며 읽고 있다. 그들은 이를 믿을 수 없다고 확신하고 있다"고 적었다.

세르게이 나리시킨 러시아 대외정보국(SVR) 국장은 이날 우크라이나 영토 관련 회의에서 "우크라이나 국가의 붕괴는 필연적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고 리아노보스티 통신이 보도했다.

러시아의 친정부 매체 콤소몰스카야 프라브다는 홈페이지 첫 화면에 "트럼프, 젤렌스키 사형 선고에 서명"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배치했다.

하지만 러시아 전문가들은 지나치게 앞서 가거나 결론을 넘겨 짚으면 안 된다는 경고도 내놓고 있다. 합의에 이르기까지 협상의 과정이 길고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러시아 고등경제 세계군사경제전략연구소의 연구 책임자 드미트리 트레닌은 러시아 매체 RBC에 "속으면 안 된다. 우리는 서방 국가의 정책과 관련해 많은 실망을 해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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