껑충 뛴 월세에 원룸 떠나 하숙·기숙사 찾는 대학생들
기사 작성일 : 2023-02-22 09:00:15
중앙대 인근 알림판에 붙은 원룸·하숙 광고


[촬영 이민영 수습기자]

사건팀 = 24일 서울의 한 대학교 졸업식을 앞둔 취업 준비생 이모(30)씨는 졸업 후에도 이전부터 살던 학교 인근 하숙집에 계속 살기로 했다.

이씨는 "월 부담금이 30만원대로 지금 지내는 곳이 유달리 싸기도 하고, 매 끼니도 챙길 수 있어 하숙집을 선택했다"며 "자취도 생각해봤지만, 보증금이나 월세 부담이 크다 보니 하숙집에 머물게 됐다"고 말했다.

고물가 속에 대학가 원룸 임대료까지 오르면서 하숙집과 기숙사 등 조금이라도 저렴한 거주 시설을 찾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22일 부동산 플랫폼 다방의 서울 주요 대학가 원룸 시세 자료에 따르면 작년 11월 기준 전용면적 33㎡ 이하이면서 보증금 1천만원 이하 원룸의 평균 월세는 이화여대 인근이 69만1천원으로 전년 동기(51만7천원) 대비 34% 상승했다.

같은 기간 한양대학교 인근 원룸 월세는 45만6천원에서 57만7천원으로, 연세대 주변은 48만2천원에서 55만4천원으로 올랐다.

성균관대 인근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김선덕(60)씨는 "새 학기라 살 곳 찾는 학생들이 많고 물가도 오르면서 5만원씩이라도 월세를 올리려는 집주인들이 많다"고 전했다.

원룸 가격이 뛰다 보니 입주 수요도 예전 같지 않다.

중앙대 인근에서 공인중개업을 하는 최모(52)씨는 "원룸을 찾는 학생들이 코로나가 유행하던 1년 전보다도 3분의 1까지 줄어든 느낌"이라고 했다.

최씨는 "경기가 안 좋은데 부모님 월급도 한정적이라 서울에 본가가 있는 학생들도 예전엔 자취를 했다면 요즘은 기숙사를 가거나 거리가 있어도 통학을 하는 등 지출을 아끼려는 모양새"라고 전했다.

한양대학교 제1학생생활관


[ 자료사진]

원룸과 기숙사에 밀려 점점 자취를 감추던 하숙집은 되레 인기를 얻고 있다.

한 집에 딸린 방들을 각자 쓰고, 화장실 등 공용시설은 함께 이용하는 형태가 대부분이라 보통 난방비나 관리비 등을 따로 내지 않고, 끼니를 제공한다는 점이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중앙대 인근의 한 하숙집 업주는 "방이 꽉 찼는데도 들어오고 싶다는 문의가 계속 오고 있다"며 "별도로 전기세를 안 내고 식사도 차려주는 점이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듯하다"고 짚었다.

학교 기숙사 인기도 날로 치솟고 있다. 기숙사는 통금 시간이 있거나 남들과 같은 방을 써야 하는 등의 불편함이 있지만, 원룸보다는 저렴해 수요가 계속 늘고 있다.

중앙대 기숙사 입사 경쟁률은 올해 1학기 기준 대 1을 기록해 지난해 대 1보다 상승했다.

한양대 기숙사 또한 올해 경쟁률 대 1을 기록해 대학 정보 공시 사이트 대학알리미 기준 작년(대 1)과 재작년(대 1)보다 높았다.

성균관대에 재학 중인 박모(24)씨는 "지난 학기에는 기숙사 신청을 안 하던 동기들도 이번 학기는 신청하는 경우가 꽤 있었다"며 "자취하면 이런저런 비용이 많이 나가서 부담스러운 모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 지역 대학교 기숙사는 학생들의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여전히 턱없이 부족하다.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작년 서울 지역 대학들의 평균 기숙사 수용률은 재학생의 %에 불과했다. 학생 10명 중 2명꼴로만 기숙사에서 지낼 수 있는 셈이다.

비교적 높은 연세대도 % 수준이었고, 한양대는 %, 고려대는 %에 그쳤다.

그나마 한양대는 기숙사 두 곳을 올해 말 준공해 1천198명을 추가로 받을 계획이다.

서울대, 연세대, 서강대, 이화여대 등 여타 주요 대학들은 기숙사 수용 인원을 늘릴 계획이 현재까지 없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