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의 문방사우·정약용 편지…붓끝에서 피어난 서예 문화
기사 작성일 : 2024-06-28 12:01:19

전시장 전경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김예나 기자 = 옛사람들은 종이, 붓, 먹, 벼루를 '문방사우'(文房四友)를 부르며 늘 가까이 뒀다.

좋은 글씨를 익히기 위해 당대 이름난 사람의 글씨를 여러 차례 따라 적었고, 정성껏 써 내려간 글에 솔직한 마음을 담기도 했다. 붓과 묵향을 따라 피어난 서예 문화다.

서예의 참된 멋과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전시가 인천공항에서 열린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국립전주박물관,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함께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탑승동에 있는 인천공항박물관에서 특별전 '서예, 일상에서 예술로'를 선보인다고 28일 밝혔다.


정약용 간찰


국립전주박물관 소장품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조선시대 서예 문화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유물 20여 점을 모은 자리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과거 벼루에 먹을 갈아 먹물을 만들고, 붓으로 글씨를 쓰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두꺼비 모양으로 만든 백자 청화 연적, 용과 구름무늬가 장식된 벼루 등이 공개된다.

조선 후기 실학을 집대성한 다산(茶山) 정약용(1762∼1836)이 쓴 편지도 볼 수 있다.

정약용이 윤규노(1769∼1837)에 보낸 편지에는 친한 벗의 죽음과 이를 어떻게 수습할지 논의하는 내용이 담겨 있는데, 당시 문인들이 어떻게 교유했는지 보여준다.

흥선대원군 이하응(1820∼1898)이 '제일난실'(第一蘭室)이라 적은 편액도 눈여겨볼 만하다.


김충현 필 훈민정음반포 500주년 기념비문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편액은 종이나 널빤지에 그림을 그리거나 글씨를 써 걸어 놓는 액자를 일컫는다.

가로 127.8㎝, 31.6㎝ 크기의 편액에는 난초 문양, 대나무 문양도 볼 수 있다. 대원군의 호인 '석파'(石坡), 대원군을 뜻하는 '대원군장'(大院君章)의 낙관도 눈에 띈다.

이어진 전시에서는 예술성이 더해진 한문·한글 서예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서화가 김규진(1868∼1933)이 남긴 '난죽도 병풍'은 6폭 병풍 위로 글과 그림이 어우러져 서예 문화를 논할 때 빠지지 않는 작품 중 하나다.

한국 서예계의 거목이었던 일중(一中) 김충현(1921∼2006)이 쓴 '훈민정음반포 500주년 기념비문'에서는 점과 획이 이루는 조화를 느낄 수 있다.


벼루(왼쪽)와 백자청화 두꺼비연적


국립전주박물관 소장품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박물관 관계자는 "잔잔한 먹 향기 속에 피어난 우리 전통의 서예 문화를 감상하고, 고단한 여행길에서 마음의 여유를 되찾고 새로운 여정이 시작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국립중앙박물관과 소속 지역 박물관이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협력해 선보이는 3번째 전시다.

박경도 국립전주박물관장은 "K-컬처가 우리 역사와 전통문화에 대한 향유와 탐구로 확장되고 있다"며 "한국문화의 브랜드 가치와 문화국가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협력 관계가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인천공항박물관은 탑승동을 이용하는 여객 등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전시는 내년 2월 28일까지.


인천공항박물관에서 열린 개막식 모습


왼쪽부터 장진아 국립전주박물관 학예실장, 최장열 국립중앙박물관 미래전략담당관, 박경도 국립전주박물관장, 김홍수 인천공항터미널운영처장, 오승연 인천공항 문화예술공항팀장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