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에서 열리는 현대미술전시…'DMZ 오픈 전시: 통로'
기사 작성일 : 2024-08-21 20:01:14

(파주= 황희경 기자 = 경기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에서 임진강을 건너기 위해 타는 평화곤돌라 탑승장 옥상 바닥에 흑색과 백색의 자갈이 양분돼 깔렸다. 이 곳을 찾는 사람들은 누구나 자갈 위를 자유롭게 걸을 수 있다. 사람들의 발걸음으로 돌이 섞이면서 분명하게 구분됐던 흑색과 백색의 경계선은 점차 흐릿해진다. 독일 베를린과 서울에서 활동하는 지비리 작가의 설치 작품 '균열-회색지대'로, 남과 북의 경계가 상호작용으로 점차 흐려지기를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담긴 작품이다.



(파주= 황희경 기자 = 30일 개막하는 'DMZ 오픈 전시: 통로'전에서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 평화곤돌라 옥상에 전시되는 지비리의 '균열-회색지대'.

DMZ 인근에서 현대미술을 소개하는 'DMZ 오픈 전시: 통로'전이 30일부터 임진각 평화누리 일대에서 열린다.

전시는 흔히 닫힌 공간으로 생각되는 DMZ를 일종의 '통로'이자 열린 공간으로 해석하며 국내외 작가 12명의 작품을 평화누리와 갤러리그리브스, 그리고 이 두 곳을 오가는 길목에 선보인다.

나오미 작가는 평화누리의 극장 공간에 대형 회화 설치 작업 '우리는 이 세상 밖으로 떨어질 수 없다'를 전시한다. 역사적 사건의 이미지와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으면서 자연 생태가 잘 보존된 지역이 된 DMZ의 생태적 상황을 담은 이미지, 흐르는 강의 이미지들이 혼재된 작업이다.


정연두의 'DMZ 극장 시리즈-도라 극장'


(파주= 황희경 기자 = 30일 개막하는 'DMZ 오픈 전시: 통로'전에서 파주 임진각 갤러리그리브스에 전시되는 정연두의 'DMZ 극장 시리즈 - 도라 극장'. 2024.8.21.

평화곤돌라를 타고 임진강을 건너 갤러리그리브스로 가는 길목 휴게소에는 노원희 작가의 '바리데기' 삽화 연작이 걸렸다. 황석영이 일간지에 연재했던 소설 '바리데기'를 위해 그렸던 삽화로, 북한 여성이자 탈북민, 세계시민이었던 바리의 삶을 121장의 그림으로 담아낸 작업이다.

예전 미군의 볼링장이었던 갤러리그리브스에는 박론디, 정연두, 박기진, 제인 진 카이젠, 최찬숙, 신미정 작가 작업이 놓였다. 정연두 작가는 지금은 폐쇄된 옛 도라전망대를 배경으로 황금 밧줄로 줄다리기하는 듯한 '키 큰 남자'와 '키 작은 남자'의 이야기를 담은 'DMZ 극장 시리즈-도라 극장'을 선보인다. 각각 남한과 북한을 상징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는 두 남자의 이야기와 마치 극장처럼 북한을 바라볼 수 있는 현실의 전망대 풍경이 겹치며 현실과 상상이 교차하는 작품이다.


'DMZ OPEN 전시' 작품 설명하는 박기진 작가


(파주= 21일 경기도 파주시 캠프 그리브스에서 열린 'DMZ OPEN 전시:통로' 기자간담회에서 박기진 현대미술작가(오른쪽)가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2024.8.21 [경기도북부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박기진 작가는 한국전쟁 때 대치했던 유엔군과 북한군의 전차 궤도 자국이 남아있는 DMZ 땅을 캐스팅해 켜켜이 쌓아 올린 설치 작업을 내놨다. 21일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실제 DMZ에서 군 복무를 했을 당시 중부 전선 지역에 전차가 지나간 선이 남아 있는 것을 보고 묘한 감정을 느꼈던 것을 20여 년 만에 설치 작품으로 구현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신미정 작가는 속초 아바이마을에 거주하는 실향민 1세대 권문국씨가 한국전쟁 당시 쓴 일기를 바탕으로 한 영상 작업을 전시한다.

전시는 11월 16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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