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에서 항공기 부품까지" 케나프 연구의 전초기지 원자력연
기사 작성일 : 2024-08-26 14:00:38

케나프 활용 제품 설명하는 류재혁 박사


[촬영 박주영]

(정읍= 박주영 기자 = "삼나무가 7∼8년 걸리는 일을 케나프(Kenaf·양마)는 다섯 달 만에 해낼 수 있습니다."

전북 정읍에 있는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방사선연구소가 세계 3대 섬유작물로 꼽히는 '케나프' 연구의 전초기지로 떠오르고 있다.

류재혁 박사는 지난 22일 연구소를 찾은 기자단에 "케나프의 이산화탄소 흡수량은 삼나무의 7배"라며 탄소중립 작물로서 케나프의 역할을 설명했다.

케나프는 아프리카 원산의 무궁화과 1년생 초본식물이다.

나무줄기 없이 3∼5m까지 자라 긴 섬유를 대량으로 만들 수 있다.

부직포·마대·방재포·층간소음 방지 매트부터 자동차 내장 패널, 항공가 경량화 부품 등 고부가가치 플라스틱까지 다양하게 활용 가능하다.

일제가 1930년대 군수물자 제작 목적으로 처음 도입해 1960년대 가마니 제작용으로 전북과 제주에서 조생종 재배를 시도했으나, 국내 기후 특성상 생산성을 확보하기 어려웠다.

1970년대 합성섬유 나일론의 등장으로 연구가 중단됐으나, 2000년대 들어 친환경 수요가 증가하면서 케나프에 대한 관심이 커지기 시작했다.

원자력연 첨단방사선연구소는 2013년 국내 최초로 방사선의 일종인 감마선을 쪼여 우수 돌연변이종을 얻는 방법으로 케나프 신품종 '장대'를 개발했다.

이후 생산성을 크게 늘린 '완대', 내염성이 우수해 간척지에서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원백', 항산화 효능의 안토시아닌을 대량 함유한 '적봉' 등을 차례로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 충남 당진 석문간척지와 전북 새만금간척지에 각각 2만여㎡, 1만여㎡ 규모로 실증 재배 중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방사선연구소 내에 재배 중인 케나프


[촬영 박주영]

류 박사는 "연구소 내 7천여㎡ 부지에 지난 5월 파종한 케나프가 이미 3m 50㎝까지 자랐다. 수확 즈음인 10월에는 4m까지 클 것"이라면서 "15도 이하에서는 자라지 않는 등 재배 조건이 까다롭지만, 방사선 육종 기술을 통해 1m 이상 키우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연구소는 국내 유일의 케나프 품종보호권 보유기관으로서 케나프를 이용한 바이오 소재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지난해 완대 분말에 전자선을 쪼여 강도와 열안전성을 높인 목재 플라스틱 복합재(WPC·Wood Plastic Composite·나무 목분을 30∼70% 함유한 친환경 소재) 기술을 개발, 특허를 출원했다.

기존 제품보다 가볍고 튼튼한 데다 비용이 저렴하며, 산림을 벌채하지 않고 목재 소재를 만들 수 있어 친환경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경기 화성 도일에코텍과 충남 당진 더자연에 기술을 이전해, 각각 케나프를 함유한 목분 플라스틱 데크와 폴리에틸렌 제품을 양산하고 있다.

연구소는 셀룰로스 함유량을 높인 '원청', 나무를 단단하게 하는 리그닌 함량을 낮춰 초경량화 소재로 활용할 수 있는 '원강' 등 케나프 신품종을 개발 중이다.

탄소 소재, 의료용 신소재, 화장품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류재혁 박사는 "방사선 육종 기술은 유전자 변형(GMO) 기술과 달리 돌연변이 원 처리에 의한 자체 유전자 변이를 이용하는 기술로, 80년의 역사를 가진 안전성이 높은 기술"이라면서 "첨단 방사선 기술을 통해 탄소중립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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