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ML CEO "美의 대중국 제재에 경제적 동기…반발 커질 가능성"
기사 작성일 : 2024-09-05 13: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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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병섭 기자 = 미국이 네덜란드 ASML과 일본 도쿄일렉트론 등 반도체 장비 기업들에 대중국 제재 강화 동참을 압박하는 가운데, ASML 경영진이 이에 대해 비판성 발언을 내놨다.

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첨단 반도체 제조장비 부문 세계 1위인 ASML의 크리스토프 푸케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미국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이에 대해 "국가안보에 관한 것이라고 주장하기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가안보라는 명목하에 대중국 수출을 제재하려는 움직임이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더욱 경제적 동기가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제재 동참 압력이 늘어날 것으로 보면서도 "더 많은 반발이 있을 것"이라면서 "기업으로서 모두가 원하는 것은 어느 정도의 명확성과 안정성인 만큼 균형에 도달하기를 바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는 이미 시행 중인 제재로 인해 중국의 반도체 분야 진전이 느려지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앞서 딕 스호프 네덜란드 총리는 지난달 30일 대중국 반도체 수출통제 강화 여부에 대해 "현재 논의 중이며 ASML의 경제적 이익도 매우 구체적으로 살피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스호프 총리는 "ASML은 네덜란드에 매우 중요한 기업이고 혁신적인 산업으로 어떤 상황에서 피해를 입어선 안 된다"며 "피해를 본다면 ASML의 글로벌 입지가 훼손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호프 총리의 발언은 네덜란드 당국이 ASML의 중국 내 사업을 추가로 제재할 가능성이 높다는 블룸버그통신의 소식통 인용 보도 하루 만에 나왔다.

네덜란드는 자국 업체들이 특정 국가에 반도체 생산설비를 수출하려면 정부 허가를 받도록 하는 식으로 수출규제를 시행 중인데, 미국은 중국 기업들에 이미 판매한 일부 기기의 유지·보수 중단 등 제재를 강화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미국은 일본에 대해서도 네덜란드와 유사한 압박을 가하고 있는데, 중국은 일본이 추가 제재 시 경제 보복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라고 블룸버그가 전했다. 도요타 등의 자동차 제조에 필수적인 핵심 광물 공급을 차단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한편 푸케 CEO는 2024∼2025년 실적 전망과 관련, 컴퓨터 칩 시장의 회복이 고르지 않지만 인공지능(AI) 칩 수요 전망은 밝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이날 투자은행 UBS는 AI 붐에 따른 실적 기대감이 부풀려졌고 2025년 이후 매출 성장세 둔화가 예상된다며 ASML에 대한 투자 의견을 '매수'에서 '중립'(hold)으로 하향했다.

ASML 주가는 UBS가 2022년 8월 처음으로 매수 의견을 낸 뒤 2년여간 60% 넘게 상승했으며, 블룸버그 집계를 보면 여전히 월가 애널리스트의 4분의 3 이상은 매수 견해를 유지하고 있다. 매도 의견은 한 곳에 불과하다.

UBS의 이러한 견해는 전날 미 증시에서 AI 버블 우려와 미 당국의 반독점 조사 소식에 엔비디아 주가가 9.53% 급락한 가운데 나왔다.

전반적인 기술주 약세 속에 미 증시에서 ASML 주가는 3일 6.47%에 이어 4일 4.01%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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