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로 부러진 '포천 초과리 오리나무', 천연기념물 해제된다
기사 작성일 : 2024-09-09 09:01:21

뿌리째 뽑힌 천연기념물 오리나무


(포천= 23일 새벽 경기 포천시 관인면 초과리의 오리나무가 강풍과 폭우를 이기지 못해 뿌리째 뽑혀 쓰러져있다. 높이 21m, 둘레 3.4m에 이르는 이 나무는 230년 이상된 국내 최고령 오리나무로, 2019년 9월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2024.7.23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김예나 기자 = 지난 7월 기록적인 폭우로 부러진 포천 오리나무가 국가유산에서 해제된다.

9일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자연유산위원회는 최근 열린 회의에서 '포천 초과리 오리나무'의 천연기념물 지정 해제 안건을 심의해 가결했다.

포천 관인면 초과리에 있는 오리나무는 수령이 230년 정도로 추정된다.

높이가 21.7m에 이르는 큰 나무로, 크기와 둘레가 월등하고 고유한 형태를 잘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 지난 2019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오리나무 중에서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유일한 나무다.


부러진 나무 모습


자연유산위원회 회의록에 실린 피해 현장 모습 [국가유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초과리 오리나무는 예부터 마을 주민들의 쉼터로서 기능하며 민속학적 가치 또한 큰 것으로 여겨졌으나, 올해 집중호우로 큰 피해를 봤다.

지난 7월 21∼22일 이틀간 경기 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500㎜가 넘는 비가 쏟아지면서 나무 밑동이 뿌리째 뽑혀 접합이나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현장을 살펴본 한 전문가들은 '회생이 불가능할 정도의 피해를 입었다'거나 '거의 모든 뿌리가 끊어져 원래대로 세운다 해도 소생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의견을 냈다.

지정이 해제되면 천연기념물 가운데 오리나무는 없어진다.

국가유산청은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포천시와 부러진 나무를 어떻게 할지 검토 중이다.

자연유산위원회의 한 전문가는 "나무 일부를 학술적 목적이나 교육적 자료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신속한 이전 및 보존 처리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피해 현장 모습


자연유산위원회 회의록에 실린 피해 현장 모습 [국가유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현재 경기도산림환경연구소는 후계목 생산을 위한 작업에 나선 상황이다.

연구소 측은 초과리 오리나무와 동일한 유전자를 가진 후계목을 생산하기 위해 부러진 나무의 가지 등을 채집해 조직배양 실험에 들어갔다가 밝힌 바 있다.

구체적인 활용 방안과 이전 장소 등은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유산청은 조만간 정부 관보를 통해 지정 해제 사실을 예고할 계획이다.

최근 태풍, 집중호우 등 자연재해로 천연기념물이 큰 피해를 보고 국가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상실하는 사례는 꾸준히 나오고 있다.

통일신라시대 대학자이자 문장가인 최치원(857∼?)과 관련된 전설이 전해지던 '합천 해인사 학사대 전나무'는 2019년 태풍 '링링'으로 쓰러져 천연기념물에서 지정 해제됐다.

이 밖에도 '완도 예작도 감탕나무'와 '옹진 백령도 연화리 무궁화' 등이 태풍의 영향으로 수세가 급격히 약화하면서 각각 천연기념물 목록에서 제외됐다.


'포천 초과리 오리나무' 원래 모습


[국가유산청 국가유산포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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