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흥륜사 터서 대형 법당 흔적 확인…햇볕 막는 시설도 갖춰
기사 작성일 : 2024-09-25 11:01:16

경주 흥륜사 금당지 전경


[국가유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김예나 기자 = 신라에서 가장 먼저 지어진 절인 흥륜사 터로 추정돼 사적으로 지정된 '경주 흥륜사지'에서 대형 법당 흔적이 확인됐다.

국가유산청은 "사적 '경주 흥륜사지' 일대를 발굴 조사한 결과, 황룡사 금당과 견줄만한 규모의 대형 금당지(금당 터)를 확인했다"고 25일 밝혔다.

금당은 사찰 중앙에 위치한 중심 건물로 본존불을 모신 큰 법당을 뜻한다.


금당지 기단 전경


[국가유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흥륜사지는 '신라의 미소'로 불리는 보물 '경주 얼굴무늬 수막새'의 출토지로 잘 알려져 있다.

지금은 1980년대에 새로 지은 흥륜사가 있으나 '영묘사'(靈廟寺)·'영묘지사'(靈廟之寺) 등의 글자가 새겨진 기와가 출토돼 635년에 창건된 영묘사로 보는 견해도 있다.

작년에는 고려시대 유물로 추정되는 불교 공양구(供養具·부처에게 음식이나 물건을 올리고 의식을 행할 때 쓰는 물품)가 출토돼 주목받았다.


금당지 기단 세부 모습


[국가유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조사단은 최근 조사에서 금당을 이루는 기단 흔적을 찾아냈다.

기단은 건축물의 터를 반듯하게 다듬은 다음 터보다 한층 높게 쌓은 단으로, 흥륜사 터에서는 상·하층 이중으로 된 기단을 조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아래층 기단에서는 햇볕을 가리기 위해 설치하는 차양 시설의 주춧돌도 발견됐다.


경주 흥륜사 및 주요 절터의 금당 규모 비교도


[국가유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햇볕을 가리거나 빗물을 막기 위해 출입 부의 상부 벽 또는 지붕 끝에 만드는 지붕인 차양 칸을 갖췄으리라 추정되는 부분이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2중 기단에 차양칸을 갖춘 금당은 경주에서는 황룡사 중금당(584년), 사천왕사 금당(679년)을 제외하고는 확인된 사례가 없다"며 "신라 사찰의 금당을 연구할 때 중요한 자료"라고 설명했다.

학계에서는 기단의 규모와 형태도 주목하고 있다.


금당지 내 계단석 노출 모습


[국가유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금당지 내부를 살펴보면 기단석에서 초석까지의 높이가 230㎝로, 황룡사 중금당의 기단 높이인 110㎝의 배에 달한다. 국내에서 가장 높은 기단을 갖춘 사례라고 국가유산청은 전했다.

금당 건물은 신라에서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최소 3차례 변화를 거친 것으로 추정된다.

금당 터에서는 삼국시대에 제작된 연꽃무늬 수막새가 출토됐으며, 금당 앞쪽에서는 지붕 마루 끝을 장식하는 기와인 곱새기와 등이 나왔다.


경주 흥륜사 금당지 내 출토 기와


왼쪽부터 7세기 전기 추정 연화문수막새, 7세기 중기∼후기의 곱새기와, 7세기 후기 연화문수막새 [국가유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국가유산청은 "8세기 전반에는 여러 개의 석재를 짜 맞추는 형태의 계단석을 설치한 것으로 추정되며, 9∼12세기에는 넓은 차양 칸을 갖춘 대형 건물로 변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가유산청은 26일 오전 11시에 발굴 현장에서 설명회를 열 계획이다.


'신라의 미소'


(경주= 김예나 기자 = 국립경주박물관에 전시된 보물 '경주 얼굴무늬 수막새'. 지난 1월 촬영한 사진. 2024.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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