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파괴 GP 복원에 2∼3개월…남 GP 완전 복원엔 10년 걸려
기사 작성일 : 2024-10-08 00:00:05

최전방 소초 복원하는 북한군


국방부는 지난 24일 북한이 동부전선 최전방 소초(GP)에서 감시소를 복원하는 정황을 지상 촬영 장비와 열상감시장비(TOD) 등으로 포착했다고 27일 밝혔다. 남북은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를 통해 비무장지대 감시초소(GP) 시범 철수를 이행했지만, 북한은 지난 23일 합의 파기를 선언했다. 사진은 북한군이 목재로 구조물을 만들고 얼룩무늬로 도색하는 모습. 2023.11.27 [국방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김호준 기자 = 9·19 남북군사합의로 파괴된 북측 최전방 감시소초(GP)는 복원에 불과 2∼3개월밖에 안 걸렸지만, 남측 GP는 완전 복원에는 10년이나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8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에 따르면 북한은 작년 11월 9·19 군사합의 파기 선언 이후 파괴 GP 복원에 착수해 2∼3개월 만에 작업을 마치고 정상 경계 임무에 들어갔다.

그러나 남측 파괴 GP는 2033년에야 철근콘크리트 구조물 복원 및 장비 투입 등 모든 복원 공사가 완료될 예정이다.

남북은 2018년에 체결한 9·19 군사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DMZ) 내에서 운영 중이던 각각 11개 GP 중 10개를 파괴했고, 1개씩은 병력과 장비는 철수하되 원형은 보존했다. 이에 따라 DMZ 내 북한군 GP는 160여개에서 150여개로, 우리 군 GP는 78개에서 67개로 줄었다.

그러나 북한은 작년 11월 23일 9·19 군사합의 파기를 선언한 직후부터 파괴 GP를 복원하기 시작해 경계초소를 다시 만들고 병력과 장비도 투입했다.


최전방 소초에 무반동총 반입한 북한군


국방부는 지난 24일 북한이 동부전선 최전방 소초(GP)에서 감시소를 복원하는 정황을 지상 촬영 장비와 열상감시장비(TOD) 등으로 포착했다고 27일 밝혔다. 남북은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를 통해 비무장지대 감시초소(GP) 시범 철수를 이행했지만, 북한은 지난 23일 합의 파기를 선언했다. 사진은 북한군이 GP 내에 무반동총과 고사총 등 중화기를 반입한 모습. 2023.11.27 [국방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우리 군도 이에 대응해 작년 말부터 파괴 GP 복원 조치에 착수했지만, 북한에 비해 복원 속도는 훨씬 더디다.

군 당국은 1단계로 우선 1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수색 및 매복 작전에 필요한 임시 작전시설을 만들었고, 올해 안에 400억원을 추가 투입해 철근콘크리트 구조물을 부분적으로 복원할 계획이다.

2단계 철근콘크리트 구조물 복원 및 장비 투입은 2033년에 완료된다. DMZ 내 공사이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용도 많이 든다. GP 1개를 새로 짓는데 144억원에 달하는 예산이 필요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북한 GP 복원 속도에 큰 차이가 발생한 것은 북측의 경우 GP 지하갱도를 남겨두고 지상 설치물만 파괴했지만, 남측은 철근콘크리트 구조물을 완전히 파괴했기 때문이라는 게 유 의원의 설명이다.

유 의원은 2018년 12월 12일 9·19 군사합의 이행을 위해 추진된 남북 파괴 GP 상호 현장검증 관련 당시 국방부 발표가 조작됐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유 의원은 "GP 검증단 요원의 제보에 따르면 당시 국방부는 '모든 화기·장비·병력 철수와 지하 시설물 매몰·파괴 상태 등을 확인했다'고 발표했지만, 실제로 검증단은 북한의 GP 총안구 및 지하시설 파괴 여부를 확인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측이 검증하는 동안 식별한 미상 총안구 지역에 대한 접근 자체를 통제당했을 뿐만 아니라 지하시설, 탄약고, 감시초소에 대한 안내를 북측이 모두 거부한 것으로 밝혀졌다"며 "지하시설도 북한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해 확인이 어려웠다"고 전했다.

아울러 남측 검증단이 특정 장소를 지하시설로 의심하자, 북측은 '샘물' 혹은 '지하 물탱크'라고 둘러댔으며, 일부 지역엔 사전 예고도 없이 '지뢰지대 팻말'을 설치해 검증단의 접근을 막았다고 덧붙였다.

유 의원은 북한의 방해로 파괴 GP 검증이 부실하게 이뤄졌는데도 대북 유화 분위기 조성을 위해 당시 국방부가 무리하게 북한 GP 불능화를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북한 GP 지하 3∼10m에는 총안구(진지 안에 몸을 숨기고 사격하기 위해 만든 구멍)와 생활관, 탄약고, 취사장 등 갱도화된 시설이 있는데도 남측이 부실하게 검증해 이런 지하시설이 보존됐고, 이에 따라 북한 파괴 GP는 2∼3개월 만에 복원될 수 있었다는 게 유 의원의 주장이다.


DMZ에서 마주 선 남북


(연천= 임병식 기자 = 북한이 9·19 남북군사합의로 파괴하거나 철수한 비무장지대(DMZ) 내 최전방 감시초소(GP) 복원 작업에 들어간 가운데 28일 경기도 연천군 DMZ에서 남측 GP(오른쪽)와 북측 GP가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다. 남북은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를 통해 GP 시범 철수를 이행했으나, 북한은 지난 23일 합의 파기를 선언했다. 2023.11.28

한편, 군 당국은 새로 복원하는 GP에 첨단 경계장비를 투입해 유무인 복합시설로 운용할 계획이다.

병력이 상주하는 기존 GP와 달리 복원 GP는 DMZ 밖 일반전초(GOP)에서 장비를 통제하고, 필요시에 병력을 투입해 작전을 수행하게 한다는 구상이다.

유 의원에 따르면 군 당국은 우선 시범적으로 유무인 복합 GP 1개를 운용해보고, 시범 GP에 대한 운용 평가를 거쳐 나머지도 유무인 복합 GP로 복원할지 판단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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