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스타머, 취임 100일 앞두고 '삐걱'…총리실 리셋
기사 작성일 : 2024-10-08 03:00:58

스타머 총리


(런던 로이터= 키어 스타머 총리가 7일(현지시간) 총리실이 있는 런던 다우닝가로 들어서고 있다.

(런던= 김지연 특파원 = 14년 만의 정권 교체에 성공하며 '국가 리셋'을 선언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취임 100일을 앞두고 각종 소음을 빚은 끝에 총리실 참모진 리셋으로 난국 돌파에 나섰다.

7일(현지시간) 영국 언론에 따르면 수 그레이 비서실장은 총리실 내 의사소통과 결정을 지나치게 통제한다는 '문고리 권력' 논란과 스타머 총리보다 높은 연봉 등으로 구설에 오른 끝에 전날 사임했다.

후임 실장으로는 그레이 전 실장과 갈등설이 돌던 모건 맥스위니 정치전략수석이 지명됐다.

맥스위니는 노동당이 압승한 7월 4일 총선 전략을 짠 선거전략가로서 스타머 총리의 재선을 위한 정치적 측면을 중시해 정부 조직 질서를 중시하는 그레이 실장과 충돌한 것으로 전해진다.

스타머 총리는 또한 비서실 부실장직을 신설해 제1야당 대표 시절 자신의 대외관계를 담당했던 비디아 얼랙슨, 대정부 관계를 담당했던 질 쿠스버트슨 등 여성 두 명에게 공동으로 맡겼다.

그밖에 닌제리 판딧 수석비서관이 새로 임명됐고 선데이타임스 기자 출신인 제임스 라이언스가 공보팀에 합류했다.

이번 참모진 재편을 두고 지난 7월 5일 취임하면서 '국가 리셋'을 선언했던 스타머 총리가 취임 100일을 며칠 앞두고 내부 기강을 다잡아 '정부 리셋'부터 시도하는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토니 블레어 전 총리의 참모를 지낸 존 맥터넌 BCW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전략가는 블룸버그에 "다우닝가 10번지(총리실)는 그간 특별 보좌진이 부족했고 통제(grip)가 없었다"며 "이번 리셋은 이제 정치적 프로젝트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스타머 총리 정부는 총리실 내부 혼란뿐 아니라 스타머 총리를 비롯한 내각 핵심 인사들이 의류, 숙박 등 편의를 제공받았다는 '선물 스캔들', 노인 난방비 삭감 등 정책 논란을 일으키며 지지율 하락을 겪고 있다.

지난달 중순 옵서버가 여론조사 기관 오피니엄에 의뢰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스타머 총리의 직무를 지지한다는 응답은 24%로 반대한다는 응답률 50%보다 낮았다. 지지율과 반대율 격차는 -26%로, 7월 19일 조사( 19%)보다 45%포인트 떨어졌다.

총리실 재편 이후 시선은 다시 레이철 리브스 재무장관이 오는 30일 발표할 스타머 정부의 첫 재정계획 및 예산안에 쏠린다.


영국 금융지구 카나리 워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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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머 정부로선 공공부문 개선을 위한 재원이 필요하지만, 증세와 공공지출 삭감 어느 쪽으로도 상황을 돌파하기 쉽지 않은 처지다.

고위 각료들이 보수당 정부가 정부 재정에 '블랙홀'을 물려줘 어쩔 수 없다는 '연막작전'을 펼쳤지만, 이는 높은 조세 부담과 공공부문 서비스 악화에 불만을 표출해온 기업과 소비자 신뢰도를 깎는 역효과를 냈다.

블룸버그 통신은 "예산안은 이미 압박받는 상황으로, 노동당이 공공부문을 개선하기 위해 계획한 추가 세수 확보 계획 절반 이상의 실행 가능성에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당 정부는 기업 자산이나 주식 등에 붙는 자본이득세 세율 인상, 연금 저축에 대한 세금혜택 축소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각계의 반발에 부딪혀 이를 재검토하고 있다고 영국 언론은 전했다.

또한 정부는 사립학교 학비에 20%의 부가가치세(VAT)를 부과할 계획이었으나 행정 절차상 문제로 연기될 가능성이 있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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