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잠든 시간에도 꺼지지 않는 지역경찰 불…내동지구대 동행
기사 작성일 : 2024-10-21 06:01:11

거리에서 잠든 주취자 대응하는 지역경찰


[촬영 강수환]

(대전= 강수환 기자 = "명석한 판단력을 갖춰야 하는 게 지역경찰의 소양이랍니다."

지역경찰의 불은 언제나 꺼지지 않는다.

순찰차를 타고 제복을 입고 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지역경찰은 약 14만명의 경찰 조직에서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

모두가 잠든 시간에도 시민들이 필요할 때면 구급대원이 되기도 하고, 보호자, 가족 등이 되기도 한다.

21일 79주년 경찰의날을 맞아 지난 17일 대전 지역경찰을 동행했다.

이날 오후 10시에 찾은 대전서부경찰서 내동지구대에서는 한 중년 여성이 경찰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여성은 자신의 휴대전화를 경찰에 보여주며 "코인 투자 문자를 받고 일주일 전에 현금을 입금했는데 아무래도 이상한 것 같다"며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초조한 표정으로 물었다.

경찰은 발생일이 수일 지났기에 경찰서 민원실 고소장 접수와 절차를 안내했다.

내동지구대 이대진 순찰4팀장은 "경찰법에 명시된 경찰의 임무는 국민의 생명과 신체, 재산을 보호하는 것을 포함하는데 그렇다 보니 업무 범위가 넓고 포괄적"이라며 "그렇기에 현장에서 상황마다 적절하고 신속한 판단을 내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새벽 시간 대전서부경찰서 내동지구대


[촬영 강수환]

내동지구대는 서구 내동과 가장동, 용문동, 괴정동, 변동을 관할하며, 관내 인구수는 약 10만명이다.

개발지역과 둔산동 신시가지 중간에 위치해 다가구주택 등이 밀집해 있고 백화점 뒤편 괴정동에는 술집과 모텔 등이 즐비해 치안 수요가 높은 곳이다.

주취자나 음주운전 의심 신고, 폭력 등 신고가 특히 많은데 신고 현장에서 다치는 일도 예삿일은 아니다.

이날 만난 A 경사 손등은 며칠 전에 생긴 상처로 딱지가 올라와 있었다.

주취자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주취자가 손톱으로 할퀸 상처였다.

A 경사는 "현장에서 민원인으로부터 '짭새', '내가 낸 세금 받아먹으면서 왜 일을 이따위로 하냐'는 식의 욕을 먹는 일은 흔한 일이고 제압하는 과정에서 밀침을 당하거나 얼굴과 몸에 상처가 생기는 일도 자주 있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지역경찰의 업무는 민원인 응대, 신고 처리 및 서류 작성에 그치지 않는다.

틈틈이 순찰 업무와 범죄피해자 보호조치 업무 등도 해야 한다.

18일 자정께가 되자 A 경사와 B 경위는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조치를 위해 경찰차를 타고 피해자 주거지 근처에 갔다.

피해자의 전남편이 주거지에 찾아오지 못하도록 하는 예방 목적과 함께 피해자의 스마트워치가 발동되면 빠르게 조치를 취하기 위해서다.


범죄피해자 보호조치 업무 중인 지역경찰


[촬영 강수환]

길가에 경찰차를 정차해놓고 업무를 하고 있을 때면 황당한 일을 겪기도 한다.

B 경위는 "오늘처럼 업무나 대기 때문에 길가에 경찰차를 세워두고 있으면 가끔 '(경찰이) 일 안 하고 놀고 있다'는 민원 신고가 접수될 때가 있다"고 말했다.

경찰차 내에서 PDA(휴대용 정보 단말기)로 수배 차량이나 과태료 미납 차량 등을 검색할 때는 '할 일이 없어서 여기서 죽치고 있는다'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

오전 1시를 넘어서자 주취자 신고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신고 장소에 도착한 경찰은 빌라 건물 외벽과 주차된 차 사이 좁은 공간에서 죽은 듯이 자고 있던 주취자를 발견했다.

경찰은 집 앞에서 휴대전화와 지갑도 흘린 채 자고 있던 20대 주취자를 흔들어 깨웠다.

주취자가 빌라 현관문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올라가는 것까지 확인한 뒤에야 경찰은 다른 주취자 신고를 처리하러 이동했다.

괴정동 먹자골목에 도착하니 중년 주취자가 도로 쪽으로 위험하게 다리를 내놓은 채 코까지 골면서 잠들어 있었다.

주취자를 깨웠지만 몸을 못 가누자 경찰은 주취자의 휴대전화를 지문인식으로 열어 가족에 전화를 걸었으나 받지 않았다.

몇 분 뒤 정신이 든 주취자가 "혼자 집에 가겠다"고 몸을 일으켰다.


잠든 주취자 깨우는 지역경찰


[촬영 강수환]

경찰은 비틀거리며 걷는 주취자가 택시까지 잡고 출발한 모습을 보고 나서야 현장을 떠났다.

여럿 신고를 처리하고 지구대에 돌아온 지역경찰의 얼굴엔 피곤함이 감돌았다.

대전 지역 112 신고 건수는 하루 평균 1천600∼1천700건에 달한다. 신고가 몰리는 날은 2천건이 넘을 때도 있다.

지난해 범죄예방 강화 등을 목적으로 기동순찰대 등이 신설되며 지역경찰 인원이 조금씩 줄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대전은 지역경찰 정원 대비 88명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원이 줄어 업무가 많아졌지만 치안 일선에서 활동하는 지역경찰들은 주어진 환경 속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이날 만난 한 지역경찰은 "누군가로부터 손가락질받을 때도 지역경찰로서 긍지를 갖고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지역경찰은 언제나 시민들의 치안을 위해 모두가 잠든 시간에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묵묵히 일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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