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쫓아낸 방글라 시위대, 내친김에 "대통령 퇴진" 시위
기사 작성일 : 2024-10-29 13:01:00

방글라데시 시위대


지난 22일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서 시위대가 대통령 관저 앞에 설치된 바리케이드 위에 올라 모함메드 샤하부딘 대통령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로이터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자카르타= 박의래 특파원 = 지난 8월 대규모 시위로 21년간 장기 집권하던 셰이크 하시나 전 총리를 권좌에서 물러나게 한 방글라데시 대학생 시위대가 이번엔 대통령 사퇴를 주장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29일(현지시간)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최근 방글라데시 대학생들은 모함메드 샤하부딘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며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주에는 시위대 수백명이 대통령 관저에 진입하려다 경찰과 충돌했고, 30여명이 다치기도 했다.

내각책임제인 방글라데시에서 대통령은 상징적 국가원수이고 실권은 총리가 갖고 있다.

그런데도 시위대가 굳이 샤하부딘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것은, 그가 이전 하시나 정권에서 임명된 인물인 데다 하시나 전 총리의 퇴진이 불법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아서다.

샤하부딘 대통령은 이달 초 언론 인터뷰에서 하시나 전 총리의 사직서를 본 적이 없으며 법적으로는 총리직 사임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고 주장해 시위대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처럼 샤하부딘 대통령 퇴진 압력이 커지자 방글라데시 과도 정부 대변인인 시에다 리즈와나 하산 장관은 대통령 해임에 관한 논의가 진행 중이라며 "혁명 이후 구성된 정부가 파시스트 정부에서 선출된 대통령을 유지해야 하는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샤하부딘 대통령이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 상황에서 그를 강제로 퇴진시킬 경우 위헌 논란과 함께 헌정공백 사태를 야기할 수 있다.

방글라데시 헌법은 대통령을 탄핵하려면 의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고, 대통령 탄핵 시 의회 의장이 대통령직을 승계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하시나 전 총리 퇴진 이후 방글라데시 의회는 해산됐으며 총선 일정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의회가 해산됐으니 대통령 탄핵 절차를 밟을 수 없고, 자진해서 사퇴하더라도 의회 의장이 없어 대통령직을 승계할 사람이 없는 것이다.

제1야당인 방글라데시민족주의당(BNP)의 미르자 파크룰 이슬람 알람기르 사무총장은 "헌법적 공백 상태를 만들 수 있는 이런 변덕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며 샤하부딘 대통령의 강제 퇴진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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