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아웃] 새해 예산안 시정연설
기사 작성일 : 2024-11-04 15:00:04

김종우 기자 = 국회 시정연설(施政演說)은 대통령이 정기국회 개회식에서 정부의 새해 예산안에 관해 설명하는 것이다. 예산안 편성 이유와 주요 내용을 소개하고 협조를 당부하는 일종의 '예산안 프레젠테이션'인 셈이다. 특히 정부의 예산 편성에서 경제·재정에 관한 정책적 사항뿐 아니라 국정 전반에 대한 대통령의 구상을 가늠할 기회여서 국민의 이목이 쏠리는 행사이기도 하다.


새해 예산안 다룰 정기국회 개막

대통령이 직접 국회에 출석해 시정연설을 한 것은 1988년 노태우 대통령이 처음이다. 하지만 대통령이 해마다 시정연설에 나선 것은 아니었다. 이명박 정부 때까지 취임 첫해에만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했다. 나머지는 국무총리가 대독(代讀)하는 게 '관례'였다. 대통령의 시정연설은 취임 첫해만 한다는 관행을 깬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4년 연속 '예산 국회'가 열리는 첫날 시정연설을 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취임 후 2021년까지 한 번도 빠짐없이 5년 연속으로 새해 예산안에 관한 시정연설을 했다.

2022년 5월 취임한 윤석열 대통령은 그해 5월 16일과 10월 25일 각각 코로나19 방역지원금 지급을 핵심 내용으로 한 제2차 추가경정 예산안과 현 정부의 첫 새해 예산안을 위한 시정연설을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31일에도 국회에 출석해 2년 연속으로 시정연설을 진행한 바 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올해 시정연설을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맡겼다. 현직 대통령이 정기국회 첫날 시정연설에 불참하고 총리가 본회의장 단상에 오르는 것은 11년 만의 일이다.


한덕수 총리 새해 예산안 시정연설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 불참은 이미 예고됐다.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은 지난 1일 국회 운영위 국정감사에서 "국무총리가 시정연설에 나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통령 시정연설이 매년 있는 것은 아니고 총리가 대신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은 야권에서 대통령 탄핵론까지 거론하는 상황에서 시정연설이 정쟁에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불참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과 명태균씨 통화 내용, 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을 둘러싸고 여야 대치가 극심한 상황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9월 열렸던 국회 개원식에도 비슷한 사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1987년 민주화 이후 현직 대통령이 국회 개원식에 불참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국회법 제84조 1항에는 '예산안과 결산은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하고, 소관 상임위원회에서는 예비 심사를 해 그 결과를 의장에게 보고한다. 예산안에 대해서는 본회의에서 정부의 시정연설을 듣는다'고 명시돼있다. 이 조항은 헌법상 정부 수반(首班)인 대통령이 직접 국회에 나와 새해 예산안에 관한 시정연설을 해야 한다는 의미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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