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다르 시티 방문자센터
아부다비 마스다르 시티 방문자센터에서 방문객을 맞는 가상인간(버츄얼휴먼) 아말(Amal). [촬영 이주형]
(아부다비= 이주형 기자 = "내일의 도시, 탄소중립을 향한 마스다르 시티의 여정에 함께하세요."
지난달 29일 아부다비 마스다르 시티 방문자센터 앞에서 만난 가상 인간, 아말은 이곳을 '세계에서 가장 지속 가능한 곳'이라고 소개하며 이렇게 인사를 건넸다.
아말(Amal)과 마스다르(Masdar)는 아랍어로 각각 '희망'과 '시작점'을 뜻하는 단어로, 이곳이 중동지역 첫 친환경 미래도시이자 탄소중립을 목표로 한 도시 운영의 새 희망을 제시한다는 의미다.
아부다비 마스다르 시티
아부다비 마스다르 시티 전경. [촬영 이주형]
◇ 축구장 81개 면적에 구현한 지속 가능한 설계
내연기관 자동차가 없는 마스다르 시티는 도시 입구에서부터 방문자센터까지 무인자동 궤도 운행차량(PRT)을 이용해 방문객들을 수송한다.
전기 동력, 5G 네트워크 기반의 PRT는 탄소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친환경 이동 수단으로 평가받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 수도, 아부다비 외곽 사막 지역에 조성된 이 도시는 이렇듯 2006년 개발 초기부터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고 물과 전력 등 에너지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올리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최신 기술과 중동지역의 전통적인 방식을 모두 활용해 친환경·지속가능성에 주안점을 뒀다.
현재까지 완공된 건물은 업무·주거·복합시설 등 모두 36개, 연면적 57만5천641㎡ 규모로 축구장 81개 크기에 맞먹는다. 모두 신재생에너지로 운영된다.
전력은 2009년 첫 프로젝트로 완공된 10㎿급 태양열 발전소, 솔라팜(solar farm)과 도심 곳곳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시설에서 100% 자급자족하고 있다.
아부다비 마스다르 시티 PRT 정거장
아부다비 마스다르 시티 PRT 정거장 [촬영 이주형]
◇ 에너지 요새 방불케 하는 건물들
오전 11시께 도시 광장의 기온은 이미 32도에 달했지만, 건물들이 만든 그늘과 쉴 새 없이 부는 바람 덕분에 이곳이 사막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쾌적했다.
도심지는 지상 7m 높이의 연단을 쌓은 뒤 건설됐고, 건물 간 거리는 좁게 설계됐는데, 사막의 바람을 도심 내부로 자연적으로 끌어오기 위한 공법이다.
광장 한가운데 위치한 45m 높이의 윈드타워 주위로는 쾌청한 날씨 아래 휴식을 즐기는 직장인들과 야외수업에 나온 초등학생들로 붐볐다.
상층부의 뜨거운 공기를 분무기로 식힌 뒤 아래로 순환시키는 이 시설은 중동지역에서 고대부터 사용되던 자연 친화적인 통풍·냉방 장치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이다.
광장을 감싸고 있는 건물들은 외관과 마감재, 출입구 방향도 각기 달랐는데, 마치 다양한 보호막으로 꽁꽁 싸맨 요새를 보는 것 같은 인상이다.
아부다비 마스다르 시티
아부다비 마스다르 시티 전경. [촬영 이주형]
저탄소 콘크리트·재활용 알루미늄 등을 건자재로 활용했고,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해 실시간으로 건물의 에너지 사용량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살라 지앗 지속가능성 부문 담당자는 "일조량과 풍향을 따로 계산해 건물마다 최적의 창문 비율과 배치 각도를 설정하는 방식으로 실내외 온도를 줄여 전력 소모가 큰 에어컨 수요를 획기적으로 줄였다"고 밝혔다.
이어 "20개 이상의 건물이 미국의 친환경 건축물 인증제 최고 수준인 '리드(LEED) 플래티넘 등급'을 비롯해 다양한 친환경·저탄소 국제 인증을 취득했다"고 덧붙였다.
아미에 알와드히 마스다르 시티 프리존 책임자
아미에 알와드히 마스다르 시티 프리존 책임자(오른쪽)가 마스다르 시티 입주 기업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촬영 이주형]
◇ 탈석유·경제 다각화 전초기지
마스다르 시티는 현재도 연면적 21만5천12㎡ 규모의 추가 공사가 진행 중이지만, 실존하는 도시의 역할을 무리 없이 수행 중이다.
UAE 기업과 대학, 지멘스 에너지, 국제 재생 에너지 기구(IRENA) 등 다국적 해외 기업·기관 1천100여곳이 이미 입주를 완료했고 UAE 국영항공사인 에티하드 항공 직원 3천여명을 포함해 6천여명 이상이 거주 중이다.
아미에 알와드히 마스다르 시티 프리존(자유경제무역지대) 책임자는 "마스다르 시티가 이상기후와 석유 고갈 너머의 미래를 준비하는 기업들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하고 있다"며 "기업 간 협력과, 산학연 시너지효과를 창출하고, 직원들의 편리한 실거주를 돕는 데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