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미 류미나 기자 = 박정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은 10일 정부가 제출한 677조원 규모 내년도 예산안과 관련해 "건전재정이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긴축재정을 짠 것"이라며 "재정 준칙 한도(3.0%)를 지켜야 한다는 강박이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박 위원장은 이날 와 인터뷰에서 예산안 심사 방향으로 "민생경제 발전에 마중물 역할을 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불요불급한 예산은 확실히 감액하되 민생활성화 예산은 증액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지역화폐, 고교 무상교육 관련 예산을 복구하고 재생에너지, 인공지능(AI)·반도체산업 발전 등 미래에 대비하는 예산을 대폭 증액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박 위원장은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꼼꼼히 심사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며 예산 심의를 마치면 '자동부의제도 폐지'와 국회 예산심사권 강화 방안을 논의하겠다고도 밝혔다.
다음은 박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박정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
이정훈 기자 = 박정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이 10일 예결위원장실에서 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4.11.10.
-- 정부 예산에 대한 평가는.
▲ 정부에서는 건전재정이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긴축재정을 짜왔다. 아직 만들어지지도 않은 '재정 준칙의 3% 상한'을 지켜야 한다는 강박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지금 민생현장은 정말 어렵다. 양극화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국가가 더욱 어려운 분들의 삶을 돌봐야 하는데, 현재 역할을 못 하고 있다. 정부가 3%에 집착할 때 민생은 30% 후퇴한다. 국회는 민생을 살리는 예산안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다. 3%에 집착하지 않을 것이다.
-- 이번 예산 심의의 주안점은.
▲ 내년도 예산은 민생경제를 살리는 마중물이 돼야 한다. 미래를 담보하는 먹거리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정부가 재정 여건에 따라 예산을 임의로 쓰는 재량 지출 증가율은 0.8%에 그쳤다. 최대한 불요불급한 예산을 삭감하고 필요한 예산으로 전환하도록 하겠다.
-- 주로 증·감액을 검토할 예산 항목은.
▲ 긴축재정이라 지방교부세,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내려보내지 않은 게 많아서 지방은 굉장히 어렵다. 지역화폐 관련 예산은 일단 다 살려야 한다. 정부에서는 정치적 이유를 들면서 예산안에 아예 반영하지 않았다.
또 고교 무상교육 국비 지원이 계속되도록 할 것이다. 정부가 해당 예산을 전년 대비 99% 삭감해 가져왔다. 정부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통한 지원을 말하는데, 지자체에 따라서 재정 여건이 어려운 곳도 있다. 국비 지원이 없을 경우 교육 불평등이 발생할 수 있다.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대비 재생에너지 투자를 확대해야 하고, '재생에너지 고속도로'를 만들어야 한다. AI·반도체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전력망을 확충해야 하는데, 현재는 원전 의존도가 높아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박정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
신준희 기자 = 박정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이 10일 예결위원장실에서 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4.11.10.
-- 야당은 개식용 종식, 마음건강지원 등을 '김건희 여사 예산'이라며 대폭 삭감을 예고했다.
▲ 전반적으로 삭감 기조로 가는 것이 맞다. 그에 따른 부작용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 정부안은 설계가 잘못된 부분이 있다. 예를 들어 폐업 업체에 대한 보조금 지원의 경우, 무허가 업체들은 지원받지 못한다. 이 업체들이 개를 그대로 거리로 풀어놔서 유기견을 만들어버릴 수 있다. 마음건강 문제도 엉뚱한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코로나 이후 마음건강을 살펴보고 치료한다는 정당한 목적이 아니라 오용하는 경우 등이 있는지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 증액은 정부 동의가 필요하다. 올해도 예산안을 법정시한 내 처리하지 못할 가능성은.
▲ 667조원 규모의 예산인데, 법정시한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나 꼼꼼히 심사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법정시한을 맞추기 위해서 노력은 하겠지만, 심의를 잘하도록 더 노력할 것이다.
-- 민주당이 추진하는 '예산안 자동부의' 폐지에 대한 견해는.
▲ 해야 하는 일이 맞다. 정부가 3∼4개월 동안 준비해온 예산을 국회는 한 달 안에 심의해야 한다고 해 항상 시간에 쫓기고 있다. 이미 관련 법이 소관 상임위를 통과했지만,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올해 당장 적용은 어렵더라도 내년도 예산안 심의·의결이 12월 중으로 마무리되면 남은 회기 동안에는 자동부의 폐지 문제를 비롯해 국회 예산심의 권한 강화 관련 법 개정을 논의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