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이준서 송정은 기자 =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우리나라의 성장 눈높이를 또 끌어내렸다.
올해 2%대 초반 성장에 그치고 내년에는 잠재성장률 부근인 2.0%를 턱걸이하는 수준으로 성장세가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내수 회복이 늦어지는 데다가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맞물려 수출 불확실성도 크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면서도 향후 경제의 최대 변수인 미국 무역장벽은 2026년부터 본격화할 것이라는 기본전제를 깔았다.
미국 신정부가 출범과 동시에 보호무역주의에 시동을 건다면 추가적인 성장둔화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낙관적 시나리오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 "내수회복 늦다" 올해 성장전망치 0.3%p '컷'
KDI는 12일 발표한 '2024년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2%로 0.3%포인트(p) 끌어내렸다.
지난 5월과 8월 각각 0.1%p 하향조정한 데 이어 이번에 더 큰 폭으로 내렸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브리핑에서 "내수회복이 생각보다 더 지연되고 있다"며 "0.3%p 하향조정은 전적으로 내수 요인에 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과 엇비슷한 눈높이다. 한은은 지난 8월 올해 성장률 전망치로 2.4%를 제시했다. 이후 이창용 총재는 최근 국정감사에서 "올해 성장률이 2.2~2.3% 정도로 떨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국제기구 전망치보다는 다소 보수적이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로 2.5%를 유지하고 있다.
KDI는 보고서에서 "내년에는 내수가 일부 회복되겠지만, 수출 증가세가 완만해지면서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내년도 성장 전망치를 2.1%에서 2.0%로 0.1%p 낮췄다.
취업자수 증가폭은 올해 18만명에서 내년 14만명으로 축소될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 소비자물가는 1.6%로 '목표치 2.0%'를 밑돌 것으로 전망했다.
힘겨운 성장…"내년 더 힘들다" 전망 확산 (CG)
[TV 제공]
◇ 내수 점차 개선되지만…"한은 금리인하 늦었다"
KDI는 내수부진이 점차 완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민간소비 증가율은 올해 1.3%에서 내년 1.8%로 다소 높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KDI는 보고서에서 "민간소비가 상품소비를 중심으로 미약한 증가세이지만, 시장금리 하락과 실질임금 상승폭 확대로 민간소비 여건은 일부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건설 부진을 내수의 리스크 요인으로 꼽았다.
건설투자 증가율은 올해 -1.8%에서 내년 -0.7%로 마이너스 폭이 줄기는 하겠지만, 회복으로 이어지기에는 상당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KDI는 "건설업체 채무건전성 악화의 영향이 실물경제로 파급된다면 건설투자의 부진이 더욱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내수부진과 관련해 '금리인하 실기론'도 다시 꺼냈다.
정규철 실장은 "금리인하가 저희 생각보다는 조금 늦어졌고, 그 부정적 영향이 생각보다 더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정 실장은 금리인하에 따른 금융불안 가능성에 대해선 "통화정책은 물가에 집중하고 금융안정은 거시건전성 정책으로도 갈 수 있다"고 말했다.
KDI 전경
[KDI 제공]
◇ '트럼프 리스크'도 경고…"관세장벽 현실화엔 시차"
최대 경제 현안으로 떠오른 '트럼프 리스크'에 대해서도 경고음을 내놨다
총수출 증가율(물량)은 올해 7.0%에서 내년 2.1%로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 2기의 관세장벽이 내년에는 현실화하지 않는다는 기본 시나리오에 따른 것이다.
정 실장은 "지난 트럼프 1기 정부의 과정을 봤을때 시차가 걸릴 것"이라며 "관세인상이 진행되더라도 2026년부터 진행된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저희 생각보다 관세인상이 더 빠르게 진행된다면,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이 크고 내년 성장률 전망치(2.0%)도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