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예멘인 속여 전선 투입…협박당해 입대 주장도"
기사 작성일 : 2024-11-24 21:00:57

10월 쿠르스크의 러시아군


[러시아 국방부 제공. AP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런던= 김지연 특파원 = 러시아가 일자리를 준다고 예멘인을 속여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후티 반군과 관련된 업체를 통해 수백명이 높은 급여의 일자리나 러시아 시민권을 약속받고 고용됐으며 일부는 러시아로 건너갔다가 위협 속에 강제로 전선에 배치됐다고 한다.

이 신문은 러시아는 자국군 사상자가 증가하자 전면 동원을 피하려 북한 파병군 약 1만2천명과 네팔, 인도 용병에 더해 예멘인까지 끌어들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멘인 압둘라(가명)는 드론 제조 일을 하면 1만달러(1천400만원) 보너스와 월 2천달러(280만원), 나중엔 러시아 시민권을 주겠다는 약속을 받고 9월 러시아 공항에 도착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예멘인들과 함께 끌려간 곳에선 투박한 아랍어를 쓰는 한 남성이 머리 위로 총을 쏘면서 러시아어로 된 입대 계약서에 서명을 강요했다고 한다. 압둘라는 "무서워서 서명했다"고 말했다.

이후 이들은 기초 군사 훈련을 받고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 부대에 배치됐다. 압둘라는 '인간을 사고파는 사기꾼들' 탓에 끌려온 많은 사람이 우크라이나에서 죽었다면서 "모두 거짓말이었다"고 말했다.

국제예멘이주민연맹이 예멘 정부에 압박을 가한 이후 압둘라를 비롯한 예멘인 11명이 러시아를 떠나 예멘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또 다른 예멘인 나빌(가명)은 FT와 주고받은 문자에서 자신과 다른 예멘인 약 200명이 9월 모스크바 도착 이후 러시아군에 들어가게 됐다고 말했다.

나빌은 일부 숙련된 전투원도 있으나 상당수는 군 경험이 없고 러시아까지 속아서 이동했으며 읽지도 못하는 러시아어로 된 입대 계약서에 서명했다고 말했다.

9월 말 또는 10월 초 촬영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같은 예멘인들의 영상에서 한 남성은 "우리는 폭격받고 있다. 지뢰, 드론이 있다"며 "동료 중 하나는 자살을 기도해 병원에 실려 갔다가 살아났다"고 말한다.

FT는 이런 예멘인들이 서명한 계약서에 후티의 이름난 정치인 압둘왈리 아브도 하산 알자브리가 설립한 '알자브리 일반 무역&투자'라는 업체 이름이 있다고 전했다. 이 업체는 오만에 관광·의약품 유통업체로 등록돼 있다.

가장 시기가 이른 계약서는 올해 7월 3일자이며 러시아 도시 니즈니 노브고로드의 계약군인 선별 소장의 서명이 들어 있다.

러시아가 이런 보도대로 후티를 통해 병력을 공급받았다면 러시아가 이란과, 이란과 연계된 중동 무장세력과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다는 방증이 된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는 지난해 가자지구 전쟁 이후 홍해에서 서방 상선을 공격하며 글로벌 공급망 혼란을 일으킨 무장 단체다.

팀 렌더킹 미국 예멘특사는 러시아가 후티와 무기 공급도 논의하고 있다면서 "예멘에 이런 협상을 돕는 러시아 인력이 있다"며 "논의가 오가는 무기의 종류는 놀랄 만한 것이고 후티에 홍해 선박 또는 그 이상을 더 잘 표적으로 삼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후티 대변인은 FT의 답변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후티 최고정치위원회의 무함마드 알부하이티는 이달 초 러시아 웹사이트 메두자에 "경제, 정치, 군 등 모든 분야에서 러시아와 관계 발전을 위해 러시아 지도부와 지속 접촉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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