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선 안전가시설 기울게 시공 해명 논란…도면엔 '수직시공'
기사 작성일 : 2024-11-28 09:01:09

흙막이 가시설(왼쪽은 시공 직후, 오른쪽은 현재)


[국가철도공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광주= 천정인 기자 = 호남선 열차가 운행 중인 선로 인근의 안전 가시설이 기울어진 것을 두고 국가철도공단이 '처음부터 기울어지게 시공한 것'이라는 섣부른 해명을 내놨다가 곤혹스러운 처지가 됐다.

28일 취재를 종합하면 국가철도공단은 호남선 선로의 성토사면을 지지하고 있는 흙막이 가시설(안전 가시설)이 기울었다는 지적에 대해 "(처음부터) 기울어지게 시공한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흙더미가 붕괴하려는 압력을 받아 기울어진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기울어진 것이어서 안전상 문제가 없었다는 취지다.

이는 시공사의 설명을 그대로 반복한 것으로, 안전 가시설이 기울어져 있는 현재의 모습을 나타낸 단면도를 제시했다.

그러나 가 입수한 시공사 내부 문건에서 이 단면도와 달리 안전 가시설을 수직으로 설치하는 계획 도면이 확인됐다.

이 문건은 안전 가시설의 기울어짐 문제가 지적되자 시공사가 뒤늦게 안전성을 검토한 내부 자료다.


서로 다른 도면


[왼쪽 국가철도공단 해명 자료, 오른쪽 시공사 내부 문건 발췌]

시공사는 안전 가시설이 수직으로 설치된 것을 전제로 안전성을 검토하면서 이 계획 도면을 첨부해 둔 것이었다.

이 도면대로 시공했다면 '(외력으로) 기울어진 것이 아니다'는 취지의 국가철도공단의 해명은 거짓인 셈이다.

반대로 공단 측의 해명이 맞는다면 계획대로 시공하지 않은 부실 공사라는 점을 자인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해당 자료를 검토한 한 토목구조관련 전문가는 "처음부터 기울게 시공했다면 안전성 검토를 할 때 기울어진 상태를 반영해 구조계산을 해야 한다"며 "이 검토 자료는 기울어진 상태를 반영한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시공사의 내부 검토 자료는 안전 가시설이 기울어진 것을 반영하지 않고 안전에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안전 가시설이 설치된 지 6개월 뒤에서야 보강된 2개의 버팀지지대 효과 등을 반영한 결과다.

공단 측도 이 수치를 그대로 가져와 "현재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공단은 "안전(보강) 가시설 뿐만 아니라 선로 레일빔, 전철주 보호공 및 버팀지지대를 추가 설치해 안전을 확보,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문제 제기 이후 긴급 점검을 시행해 궤도틀림, 노반·전철주 침하 등 시설물의 이상 징후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장 열차가 운행하는 데 지장이 없다고 하더라도 버팀지지대가 설치될 때까지 상당 기간 위험한 상태로 열차가 오갔을 것이라는 지적은 여전하다.

시공사 문건을 살펴본 또 다른 토목건설 관련 전문가는 "버팀지지대가 설치돼 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며 "그러나 버팀지지대가 설치될 때까지는 굉장히 위험했던 상태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현재 호남선 열차는 호남고속철도 2단계 공사를 위해 나주시 고막원역부터 임시선로를 이용해 운행 중이다.

공사 과정에서 임시 선로의 성토부를 잘라내고 설치한 흙막이 가시설이 기우는 등 안전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공사를 추진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