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담그기' 유네스코 등재에 식품기업들 "수출 확대 기대"
기사 작성일 : 2024-12-04 12:00:18

우리의 '장 담그기 문화'


(안성= 홍기원 기자 = 콩을 발효해 된장과 간장을 만들어 먹는 우리의 장(醬) 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될 것이 확실시된다. 5일 유네스코가 누리집을 통해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보호 정부간 위원회(무형유산위원회) 산하 평가기구는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를 심사해 '등재 권고' 판정을 내렸다. 사진은 5일 오후 경기도 안성시 서일농원에서 직원들이 장을 관리하는 모습. 2024.11.5

김윤구 기자 =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자 식품기업들이 반색하고 있다.

CJ제일제당[097950]과 대상[001680], 샘표[007540] 등 식품기업들은 이번 등재를 계기로 한국 전통 장류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장류 수출이 확대될 것이라고 4일 일제히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류의 영향력이 커지며 한식에 대한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늘어나는 가운데 지난해 고추장·된장 등 전통 장류를 포함해 소스류 수출액은 3억8천만달러(약 5천억원)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으며 올해 역시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CJ제일제당은 트렌드에 맞춘 제품을 선보이며 장류 시장 성장세를 이어가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3월에는 국내 장류 브랜드 최초로 해찬들 고추장 제품 18종이 유럽 V-라벨 비건 인증을 획득했다. 지난해 말에는 나트륨 함량이 25% 낮은 고추장과 간장을 출시했다.

CJ제일제당은 비비고 브랜드를 앞세워 60개국에서 고추장, 된장, 쌈장 등 한식 장과 각종 양념장(불고기·떡볶이·치킨 소스)을 포함한 다양한 K-소스를 선보이고 있다.

고추장은 해외 소비자의 입맛에 맞춰 매운맛의 강도를 조절했으며, 미국에서는 현지 식문화를 반영해 튜브형 고추장 등을 선보였다.

중국에서 판매하는 고기양념장은 현지 소비자가 선호하는 쯔란, 흑후추 등을 첨가하고, 고기를 재는 용도가 아니라 볶음용 소스로 내세웠다. 일본에서는 일본인이 좋아하는 닭갈비 양념을 선보이고, 야키니쿠 식문화에 맞춰 '바르는 소스'로 판매한다.

CJ제일제당은 외식업체 대상 기업간거래(B2B) K-소스 납품도 확대하고 있다. 최근 영국에서 퀵서비스 레스토랑 체인인 '잇슈' 80개 매장에 쌈장을 도입했으며, 현지 일식 체인인 '와가마마' 160개 매장에 돼지고기 양념장을 납품했다.

이같은 해외 사업 확대에 힘입어 올해 지난 10월까지 CJ제일제당의 K-소스 해외 매출은 작년 동기보다 10% 증가했다.

대상은 글로벌 식품 브랜드 오푸드(O'food)를 통해 고추장이나 간장을 활용한 떡볶이 소스 등 세계인의 입맛을 겨냥한 K-소스 200종을 20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김치, 고추장 등 한국 대표 매운맛 제품을 활용한 오 트러플 핫소스, 시즈닝킥뿐 아니라 K-BBQ의 맛을 기반으로 한 소스를 출시했다.

최근 높아진 K-푸드 인기와 함께 현지인의 한국 식품 소비가 늘면서 현지인 입맛에 맞춰 맵기나 제품 형태, 용도를 변형한 장류, 소스류 신제품을 선보이며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고추장 등 장류의 경우 테이블 소스를 일상적으로 쓰는 서구식 식문화에 맞춰 용도와 형태를 바꿨다.

국내에서 파는 고추장, 쌈장보다 농도는 묽게하고, 향은 줄였으며 용기를 튜브형으로 변경했다. 샐러드나 타코, 스프링롤에 뿌리거나 찍어먹도록 드레싱과 디핑소스 형태로 개발한 제품도 출시했다.

K-푸드 열풍의 주역인 떡볶이의 글로벌 인기를 적극 반영해 '간장', '로제', '핵매운 고추장' 등 3종의 떡볶이 소스도 내놨다.

고추장, 쌈장, 액젓 등 동물성 재료를 넣지 않은 비건 제품은 서구권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으며 할랄 인증을 받은 할랄 장류는 동남아시아 등에서 매출이 늘고 있다.

대상은 지속적으로 글로벌 수요와 트렌드를 반영한 K-소스를 선보일 예정이며 각 국가, 권역별 생산기지 확보를 통해 현지화 소스를 출시해 글로벌 소스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넓혀 간다는 방침이다.

대상 관계자는 "전통 장류 대표 기업으로서 사명감을 갖고 우리나라 장과 장 담그기 문화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널리 알리는 데 앞장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장류 매출 비중이 높은 샘표는 지난주 전통 장류 관련 강연을 개최하는 등 유네스코 등재에 맞춰 장류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기 위해 적극적인 활동을 해왔다.

샘표는 국내 간장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일본 기코만이 장악한 간장보다 고추장 매출을 확대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샘표의 해외 고추장 매출은 연평균 25% 성장하고 있다.

샘표가 내놓은 유기농 고추장은 우리나라 전통 고추장을 세계인의 입맛에 맞게 새롭게 구현한 프리미엄 제품이다. 현지인의 입맛에 맞게 고추장의 감칠맛은 더 높이고 짠맛은 낮추며 매운맛을 부드럽게 조절했다. 또 지속 가능하고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을 반영해 글루텐이 없는 유기농 제품으로 만들었다.

샘표는 또 자연 발효한 콩 발효액과 채소 우린 물로 만들어 무침이나 볶음, 국물 요리에 쓰는 소스인 '연두'가 순식물성이면서도 고기와 같은 깊은 맛을 낸다는 점에서 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두'의 해외 매출은 연평균 30% 이상 증가하고 있다.

샘표 관계자는 와 통화에서 "이번 등재를 계기로 자랑스러운 한식과 장 문화가 전 세계에 널리 알려지고, 그 소중한 전통이 미래 세대에도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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