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 고쳐쓰는 조규홍 장관
류영석 기자 =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제11차 전체회의에서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2024.12.5
오진송 한혜원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에 참석했던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5일 "(계엄 선포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계엄이 위헌이냐는 질문에 "동의한다"고 답했다가 "제가 판단할 사항이 아니다"라며 말을 바꿨다.
윤 대통령이 계엄 선포 사유 중 하나로 꼽은 국회 예산 삭감에 대해선 "내란과 연결시킬 수 없다"고 답했다.
조 장관은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당시 국무회의 참석에 대한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의 질의에 "(3일 밤) 10시 17분께 국무회의 말미에 도착해 10시 45분께 회의실에서 나왔다"고 언급했다.
그는 "국무회의에 도착했을 때 이미 토론이 진행 중이었다. 나는 (계엄 선포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는데, 바로 윤 대통령이 이석해 더 충분하게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기회가 제한적이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조 장관은 이번 계엄 선포가 위헌이라고 답했다가 자신이 판단할 사항이 아니라고 한 발짝 물러섰다.
그는 '계엄이 위법이고 위헌이라는 데 동의하느냐"는 김 의원의 질문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일정 부분 시간이 흐른 뒤 "아까 계엄이 위헌인지에 대한 게 보도되는 것 같은데, 정확히 말씀드리면 계엄령 선포에는 동의하지 않았지만 위헌 여부는 제가 판단할 사항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비상계엄 선포의 위법성 여부는 사실관계 확인과 별도의 법률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어두운 표정의 조규홍 장관
류영석 기자 =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제11차 전체회의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2024.12.5
이어 '(국무회의 때) 몸을 던져 막은 장관들이 있었느냐'는 질문엔 "너무 놀랐고 경황이 없었다. 어떤 분이 어떤 말씀을 했는지 솔직히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계엄 해제 결정 국무회의에는 왜 불참했느냐'는 추궁엔 "국무회의 소집 공지가 새벽 2시쯤 문자 메시지로 온 것을 새벽 4시에 알았다"면서도 "(불참한 데 대해) 책임지겠지만, 일부러 안 간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조 장관은 국회의 예산 삭감이 윤 대통령의 말처럼 '내란 획책'이냐는 질문엔 "내란과 연결시킬 수 없다"고 답했다.
함께 출석한 이기일 복지부 제1차관도 "(국회가) 국민을 대표해서 예산을 심의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담화에서 야당의 예산 삭감을 두고 "자유대한민국의 헌정 질서를 짓밟고 헌법과 법에 의해 세워진 정당한 국가 기관을 교란시키는 것으로서 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 행위"라고 비판한 바 있다.
'전공의 미 복귀 시 처단' 내용을 담은 계엄사령부의 포고령에 대해선 "전혀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대화와 설득, 착실한 의료개혁을 통해 복귀를 유도한다는 정부 방침에 배치되고, 그 표현이 매우 거칠고 과격했다"며 "(포고령) 6개 항목 중 유일하게 특정 직역에 대한 내용이었기 때문에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9천명이 넘는 전공의가 이미 사직한 것도 고려가 안 됐고, 9천명 중 50%의 의사가 의료현장에서 봉사하고 있다는 사실도 고려가 안 된 포고령이어서 놀랐고 동의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포고령이 정부 방침에 배치된다는 발표를 왜 진작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엔 "상임위 등에서 충분히 얘기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이에 대한 복지부의 방침이 여러 차례 있었기에 오해하지 않으실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계엄 선포 이후 복지부 1급 간부회의를 열어서 '이탈 전공의 처단' 등의 내용이 담긴 포고령 조항에 대해 논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전공의 처단은 동의할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고, 전공의 복귀를 위해 우리가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논의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