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가계금융복지 조사, 공표 직전 연기…검증 시스템 '구멍'(종합)
기사 작성일 : 2024-12-05 16:00:20

통계청


[통계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 박재현 기자 =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 공표 당일 자료에서 중대한 오류가 발견돼 보도 및 공표가 미뤄지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통계청은 5일 기자단에 보낸 문자에서 "금일 보도 예정인 2024년 가계금융복지조사 보도자료 중 수치 오류로 인해 보도 계획을 변경한다"고 밝혔다.

가계금융복지조사는 가계의 자산, 부채, 소득, 지출 등을 통해 재무 건전성을 파악하고, 경제적 삶의 수준 및 변화를 파악하기 위한 조사다.

통계청, 금융감독원, 한국은행이 공동으로 작성하는 '소득분배지표 공식 통계'이기도 하다.

통계청은 당초 이날 8시30분 기자단에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 자료를 배포하고 오전 10시 브리핑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보도 및 공표 시점은 낮 12시였다.

그러나 이후 배포된 자료에서 중대한 오류가 발견됐고, 예정된 브리핑과 자료 배포 시점은 9일로 연기됐다.

문제가 발생한 데이터는 '장기요양보험료'였다.

가계금융복지조사는 조사자료 외 30여종의 행정자료를 연계해 데이터를 작성하고, 자료가 부족해 연계가 안 되는 가구는 별도 산식을 적용해 추정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통계청은 이번 조사에서 4만1천 가구원 중 연계가 안 되는 551 가구원을 대상으로 장기요양보험료를 추정했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 제도 변경 사항을 반영해 산식을 새로 만들었는데, 여기서 장기요양보험료율 '0.9082%'를 '0.9082'로 잘못 적용하는 오류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장기요양보험료 값이 실제보다 100배 높아졌고, 이는 장기요양보험료가 포함된 건강보험료와 공적연금, 비소비지출, 처분가능소득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통계청은 "장기요양보험료 자체가 큰 값이 아니어서 계산 오류가 쉽게 발견되지 않았다"며 "지표를 고치면 비소비지출은 감소하고, 처분가능소득은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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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실무자의 실수가 뒤늦게 발견된 것은 '검증 시스템 구멍' 때문이었다.

통계청은 "산식을 통해 도출된 데이터 값에 대해서는 여러 단계에 걸쳐 교차로 검증한다"고 밝혔다. 다만 산식 자체에 대한 교차검증이 이뤄졌는지 묻는 말에는 "산식을 짜는 부분은 별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코딩의 영역이라 이를 다른 사람이 검증하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다시 말해 이번처럼 산식을 입력한 담당 실무자가 본인의 실수를 알아차리지 못했다면, 잘못된 통계 수치가 그대로 공표될 수 있는 취약한 구조였던 것이다.

3개 기관이 공동으로 작성하는 연간 지표에서 공표 당일 오류가 발견돼 일정이 연기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정부 공식 소득분배지표의 발표가 미뤄지면서 이를 기반으로 한 연구 및 부가 조사 계획도 차질을 빚게 됐다. 통계청에 대한 국민 신뢰도 저하도 불가피해 보인다.

통계청 관계자는 "공표 예정 당일 일정 변경 등 혼란을 드린 데 대해 사과드린다"며 "착오 발생을 조기에 차단할 수 있도록 시스템 개선 등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비상계엄 선포 사태와 이번 오류가 관련이 있냐는 질문에는 "연간 조사인 만큼 통계표 자체는 이미 한 달 전에 나와 있던 상황"이라며 "계엄과는 무관한 실무적인 실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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