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테러대책위원회 참석한 홍장원 국정원 1차장
황광모 기자 = 홍장원 국가정보원 1차장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가테러대책위원회에 참석해 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2024.3.14
홍지인 조다운 기자 = 홍장원 국가정보원 1차장은 6일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 직후 "싹 다 잡아들여 정리하라"고 본인에게 직접 지시했고 방첩사령부가 구체적인 체포 대상 명단도 전달했다고 밝혔다.
홍 1차장은 이날 국회에서 신성범 정보위원장과 면담을 갖고 이같이 말했다고 배석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기자들에게 전했다. 면담에는 조태용 국정원장도 동석했다.
김 의원이 전한 바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계엄 선포 직후 홍 1차장에게 전화를 걸어 "비상계엄 발표한 것 봤느냐"라며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 정리하라. 국정원에도 대공 수사권을 줄 테니 우선 방첩사령부를 도와서 지원하라. 자금이면 자금, 인력이면 인력, 무조건 도우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한 담화문에서 더불어민주당의 탄핵 공세 및 예산 단독 처리 등을 거론하며 "빠른 시간 내에 반국가 세력을 척결하고 국가를 정상화 시키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홍 1차장은 윤 대통령과의 통화 직후 여인형 방첩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윤 대통령의 지시 사항을 전달하면서 "뭘 도와주면 되냐"고 하자 여 사령관이 "일단 국회는 경찰을 통해 봉쇄하고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여 사령관은 그러면서 "체포조가 나가 있는데 소재 파악이 안 된다"며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주며 검거를 위한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에게 삼정검 수치 수여한 윤 대통령
임헌정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중장 진급·보직 신고 및 삼정검 수치 수여식에서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에게 삼정검 수치를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3.11.6
체포 대상자 명단은 우원식 국회의장,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박찬대 원내대표·김민석 수석최고위원·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유튜버 김어준씨, 김명수 전 대법원장, 권순일 전 대법관, 김민웅 촛불승리전환행동 상임대표, 노총위원장 등이라고 홍 1차장은 전했다.
정치인과 전직 법관, 시민운동가 등 여러 직군이 있지만, 홍 1차장의 주장이 맞는다면 이들이 공통적으로 윤 대통령과 대척점에 있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대선 후보에 이어 제1야당 대표로 윤 대통령과 정면으로 충돌해왔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윤 대통령의 검찰총장 시절 발생한 '조국 사태'의 장본인이다.
윤석열 정부 퇴진 운동을 벌여온 김민웅 촛불승리전환행동 상임대표와 현 정권의 계엄 시도 의혹을 처음 제기한 민주당 김민석 수석최고위원은 형제 사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김명수 전 대법원장, 대장동 개발 사업 논란의 '50억 뇌물 클럽' 일원인 권순일 전 대법관 등 전직 법관 출신들도 포함됐다.
민주당 출신의 입법부 수장으로 '계엄 해제 본회의'를 이끈 우원식 국회의장과 야당 원내 지휘봉을 잡고 있는 박찬대 원내대표, 탄핵 공세 선봉인 정청래 법사위원장, 친(親)야권 성향 유튜버 김어준 씨 등도 있다.
검찰 시절 동고동락한 후배지만 정치 입문 이후 긴장 관계를 이어 가고 있는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도 포함됐다.
여 사령관은 이들에 대해 "1차·2차로 축차적으로 검거해 방첩사 내 시설에 구금해 조사할 예정"이라고 했다고 한다.
그러나 홍 1차장은 "미친 X이구나",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곧이어 조태용 국정원장과 1·2·3차장, 기조실장 등이 모여 회의를 열었고 이 자리에서 "대통령이 방첩사와 잘 협조하라고 얘기했다", "한동훈, 이재명을 잡으려고 한다"는 보고가 나오자 조 원장은 "내일 아침에 얘기하자"고 답했다고 홍 1차장은 전했다.
홍 1차장은 또 전날 오후 4시께 조 원장으로부터 대통령의 '즉시 경질' 지시를 전달받아 본인이 사직서를 제출했지만, 이튿날인 이날 오전 자신의 이임식을 마친 직후 조 원장이 사직서를 반려했다고 전했다.
홍 1차장은 "용산에서는 '1차장 때문에 1차 비상계엄이 실패했다'면서 대통령이 노발대발하면서 경질하라고 했다는 얘기를 복수의 출처에서 들었다"며 "사직서 반려는 입막음용"이라고 주장했다고 김 의원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