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28일 오전 인천시 미추홀구 학익동에서 건물 지붕이 무너져 있다. 2024.11.28 [인천소방본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양정우 기자 = 지난달 서울과 경기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쏟아진 폭설 피해 규모가 최근 20년 내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7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달 26∼28일 사흘간 큰 눈이 내린 경기 남부와 충북, 충남 일부 지자체에서는 피해 현장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행안부는 당초 8일까지 지자체 피해 신고를 마칠 예정이었으나, 피해 규모가 계속 늘어나면서 13일까지 피해 조사 기간을 연장했다.

이번 폭설로 큰 피해를 봤다고 신고한 지자체는 경기 안성, 화성, 평택, 용인, 인천, 여주, 충북 음성, 충남 천안 등 8곳이다.

공공시설보다는 농축산 농가 등 사유시설에 피해가 집중되면서 신고나 현장조사, 피해액 산정 과정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지자체는 소속 읍면동 사무소에 피해 신고가 들어오면 현장 조사를 통해 피해 정도 등을 살펴본 뒤 국가재난관리정보시스템(NDMS)에 피해액 등을 입력하고 있다.

13일 지자체 조사가 끝나면 중앙정부 차원의 합동조사가 실시된다. NDMS 현황 등을 토대로 조사를 벌이고, 그 결과 피해규모가 국고지원 대상 피해 기준금액의 2.5배를 초과하는 시군구는 특별재난지역 선포대상이 된다.

(인천= 지난 27일 오후 인천시 중구 항동7가 도로에서 신호등이 파손돼 있다. 2024.11.28 [인천소방본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00년 이후 가장 큰 폭설 피해가 났던 해는 2004년이다. 전국 10개 시도, 82개 시군구에서 6천734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다음 해인 2005년에도 9개 시도, 57개 시군구에서 5천206억원의 눈 피해가 이어졌다.

2010년에는 전남 영암 등에 많이 눈이 내리면서 약 380억원의 재산피해가 났다.

2011년엔 강원 강릉·삼척과 경북 울진에서 약 360억, 2022년 전북 순창에서 149억의 대설 피해가 각각 발생했다. 이들 지역은 모두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다.

지자체가 전날까지 NDMS에 입력한 피해액만 최소 수백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액은 이미 2010년 영암 수준을 넘어 계속 불어나고 있어, 2005년 이래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최근의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국정 운영에 큰 차질이 빚어지면서 특별재난지역 선포 절차도 지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가 특별재난지역을 선포하려면 31개 부처의 장이 참여하는 중앙안전관리위원회의 심의·의결과 대통령 재가를 거쳐야 하는데 이 같은 절차가 현 상황에서 정상적으로 작동할 것으로 기대하기가 어렵지 않겠냐는 것이다.

다만 현장 조사과정에서 피해 규모가 워낙 커 특별재난지역 선포 요건 충족이 확실할 경우 우선 선포가 가능하고, 중앙안전관리위원회 심의·의결이 서면으로도 진행돼 온 점 등을 고려하면 절차상 문제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행안부 관계자는 "어떤 긴박한 상황에도 재난대응 절차는 정상적으로 추진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