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아웃] 탄핵안 폐기, '시계제로' 정국
기사 작성일 : 2024-12-09 09:00:04

김종우 선임기자 = 2004년 3월 12일 오전 11시 5분 국회 본회의장은 여야 의원들 간 격렬한 몸싸움과 고성, 욕설로 '아수라장'이 됐다. 하지만 50여분 만에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의원 195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193표, 반대 2표가 나왔다. 헌정 사상 첫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의결이었다. 노 대통령은 같은 해 5월 14일 헌법재판소의 탄핵안 기각 결정으로 대통령 직무에 복귀했다. 공직선거법 위반 행위를 한 것은 맞지만 파면할 정도로 중대하지 않다는 게 헌재의 판단이었다.


'윤 대통령 탄핵안' 표결 무산


김주형 기자 = 우원식 국회의장이 7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에 대해 의결 정족수 부족으로 '투표 불성립'을 선언하고 있다. 2024.12.7

2016년 12월 9일 오후 4시 10분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탄핵안 의결까지 걸린 시간은 1시간 10분이었다. 투표에는 재적의원 300명 중 299명이 나섰다. 찬성 234명, 반대 56명, 기권 2명, 무효 7명, 투표 불참 1명으로 가결됐다. 탄핵안은 이듬해 3월 10일 헌재 재판관 8명 전원일치 의견으로 인용됐다. 재판관 8명은 박 대통령이 비선실세 최순실의 국정농단을 허용했고, 이를 감추려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등 헌법을 위배했다고 판단했다. 이로써 박 대통령은 '첫 파면 대통령'이란 오명을 안았다.

2024년 12월 7일 오후 6시 17분 국회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을 본회의 표결에 부쳤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과 무소속 의원들은 모두 투표에 참여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은 '김건희 여사 특검법' 재투표 결과를 지켜본 뒤 대다수 본회의장을 빠져나갔고, 안철수·김예지·김상욱 의원 3명만 투표에 임했다. 민주당이 여당의 투표 참여를 여러 차례 촉구했지만, 추가 투표자는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결국 투표 인원이 의결 정족수보다 5명 부족한 195명에 그치면서 투표 불성립으로 탄핵안은 자동 폐기됐다.

지난 2004년과 2016년에는 대통령 탄핵안이 통과되면서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아 탄핵정국을 수습했다. 이번에는 탄핵안이 국회에서 자동 폐기되는 바람에 애매모호한 형국이 됐다. 윤 대통령은 현재 정상적인 직무수행이 불가능한 상태다. 검찰은 윤 대통령을 '내란 혐의 피의자'로 입건했다. 특히 심각한 것은 안보 문제다. 유사시 위급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윤 대통령이 군 통수권자로서 권한을 행사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대북 대비 태세에 심각한 허점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당장 민주당은 윤 대통령 탄핵안을 재차 발의해 오는 14일 표결에 부치겠다고 선언했다. '목요일 발의-토요일 투표' 일정을 계속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다. 검경의 '계엄수사'가 본격화하고, 시민들의 '탄핵시위'가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는 것도 심상치 않은 대목이다. 여기에 미국 정부는 비상계엄에 대해 "심한 오판", "불법적" 등 높은 수위로 반대 입장을 밝히고, 평화적 시위를 보장하라고 압박하는 모양새다. 여야는 대권을 겨냥한 '치킨게임'을 해서는 안 된다. 머리를 맞대고 정국안정 해법을 찾아야 한다. 지금 국민은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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