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세탁기 고율 관세' 압박…삼성·LG, 현지생산으로 대응
기사 작성일 : 2024-12-09 12:01:15

트럼프, 한국산 수입 세탁기 관세 압박(CG)


[TV 제공]

김아람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한국산 세탁기에 부과하는 고율 관세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고 나서면서 국내 가전업계도 향후 정책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이 모든 수입품에 매기는 10∼20%의 보편적 관세를 공약으로 내건 만큼 가전제품 전반에 고율 관세가 적용될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9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8일(현지시간) 미국 NBC 방송 인터뷰에서 한국의 삼성과 LG 등이 생산한 수입 세탁기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한 조치를 자신의 업적이라며 자랑했다.

미국은 2018년 1월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제작한 수입 세탁기에 대해 120만대 이하 물량에 20%, 그 이상 물량에 50% 관세를 물리는 세이프가드를 발동했다.

세이프가드는 작년 2월 종료됐으나, '트럼프 2기' 출범으로 한국산 세탁기를 비롯한 가전제품 전반에 걸쳐 높은 관세가 다시 부과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국 가전 업계는 우선 현지 생산 확대로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세탁기는 이미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와 통상 압박에 대응해 미국에서 세탁기 현지 생산 체제를 갖춰서 유연한 대응이 가능한 편이다.

세이프가드 발동 이전에 세탁기 현지 생산 체제 구축을 추진하던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모두 세이프가드 발동을 계기로 공장 준공 일정을 앞당겼다.

삼성전자가 2018년 1월 사우스캐롤라이나 공장, LG전자가 같은 해 12월 테네시 공장에서 각각 세탁기 생산을 시작했다.



LG전자 미국 테네시 공장에서 로봇이 세탁통을 들어 올리는 모습.[LG 전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미국 현지 생산 체제가 자리 잡은 세탁기뿐 아니라 다른 가전제품에 대해서도 현지 생산 확대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통상 정책을 예의주시하면서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LG전자의 경우 현재 세탁기와 건조기를 생산하는 테네시 공장에서 냉장고와 TV 등도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손창우 LG전자 테네시 공장 법인장은 지난 6월 기자간담회에서 통상 이슈를 언급하며 "냉장고뿐만 아니라 TV 등 다른 제품을 생산할 수도 있다"면서 "그런 상황이 됐을 때 충분히 대응할 수 있고 그런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 가전이 제품 경쟁력에서 우위를 갖춘 만큼 관세가 큰 영향이 없으리라는 관측도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미국 생활가전 시장과 TV 시장에서 모두 1∼2위를 지키고 있다.

실제로 세이프가드는 오히려 제품 경쟁력이 우수한 한국 세탁기의 미국 시장 지위를 더 공고하게 했다.

미국국제무역위원회(USITC)기 세탁기 세이프가드의 효용을 분석한 결과, 세이프가드를 시행한 2018∼2022년 LG전자와 삼성전자의 생산량, 시장 점유율, 총매출, 고용 인원, 급여 등 주요 성과지표가 모두 향상됐다. 반면 같은 기간 월풀과 GE 등 기존 미국 생산업체의 지표는 악화했다.

현재 미국 세탁기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번갈아 가며 1∼2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어 월풀, GE 등 미국 업체가 뒤따른다.

업계 관계자는 "세이프가드가 결과적으로는 업계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며 "제품 경쟁력과 혁신 등 차별화로 미국 현지에서 오히려 한국 제품이 세탁기 시장을 더욱 주도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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