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의 한 상점에 전시된 화웨이의 최신 스마트폰 메이트 70 시리즈. [AFP 자료사진]

권수현 기자 = 중국 최대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가 최신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이전 제품과 마찬가지로 7㎚(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를 탑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중국의 반도체 기술 발전 속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일(현지시간) 시장조사업체 테크인사이츠는 화웨이가 지난달 중국에서 출시한 메이트 70 프로 플러스(Mate 70 Pro )를 분해해 분석한 결과 화웨이 자회사 하이실리콘이 설계하고 중국 최대 파운드리업체 중신궈지(中芯國際·SMIC)가 만든 7㎚ 공정 프로세서 '기린 9020'이 탑재돼있다고 밝혔다.

이는 화웨이가 작년에 내놓은 메이트 60 시리즈에 사용된 기린 9010에서 일부 개선됐으나 일각의 예상과는 달리 획기적 진전은 보이지 못한 것이라고 테크인사이츠는 평가했다.

테크인사이츠는 "초기 소문에는 5㎚ 공정으로 만들어진 기린 9100 칩셋이 탑재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메이트 70 프로 플러스에는 그 대신 7㎚ 공정 노드에서 SMIC가 제작한 기린 9020을 탑재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 업체는 기린 9020이 메이트 60 시리즈에서 발견된 기린 9000, 기린 9010 등 이전 기린 프로세서들과 비슷한 패키지 표시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린 9020 프로세서는 극적으로 재설계된 것이 아니라 이전 모델인 기린 9010에서 점진적으로 개선된 제품이다. 이런 접근방식은 하이실리콘이 첨단 반도체 제조 분야에서 SMIC의 역량을 활용하는 가운데 기존 설계 개선에 집중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테크인사이츠는 다만 기린 9010과 비교해 기린 9020의 회로 평면도에 눈에 띄는 변화가 있었으며, 이런 수정은 SMIC의 7㎚ 공정과의 호환성을 유지하면서 성능과 효율성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26일 중국 베이징 왕푸징의 한 상점에서 한 쇼핑객이 화웨이의 최신 스마트폰 화웨이 스마트폰 메이트 70 프로 플러스를 살펴보는 모습. 2024 12.12 [AFP 자료사진]

이에 대해 블룸버그통신은 지난해 미국 정부에 경종을 울렸던 메이트 60 때와 달리 메이트 70은 중국 반도체 발전이 지연되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메이트 70의 7㎚ 칩 탑재는) 화웨이가 기술력 면에서 업계 선두 주자인 대만 TSMC에 5년가량 뒤처져있음을 의미한다"며 "TSMC는 2018년에 7㎚ 칩을 처음 출시했고 2019년에 두 번째 버전을 내놓았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또한 화웨이가 적어도 내년까지는 7㎚ 기술을 넘어설 가능성이 작으며, TSMC와 삼성전자가 내년에 2㎚ 칩 양산을 시작하면 그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로이터통신도 화웨이가 지난해 미국 제재에도 첨단 반도체를 탑재한 메이트 60 시리즈를 출시해 업계에 충격을 줬으나 그 이후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기 어려웠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특히 SMIC가 네덜란드의 반도체 생산장비 업체 ASML의 최신 장비 부족으로 칩 성능과 수율을 개선하는 데 제약이 있다고 짚었다.

화웨이는 앞서 지난해 8월 출시한 메이트 60 시리즈에 중국 자체 기술로 만든 7㎚ 공정 AP를 탑재해 미국 제재를 뚫고 기술적 자립에 진전을 이룬 것으로 평가받았다. 지난달 26일에는 구글 안드로이드에서 벗어나 완전 토종 OS를 탑재한 메이트 70 시리즈를 출시, 반도체에 이어 OS 생태계에서도 독립에 나섰다.

화웨이 측은 지난주 메이트 70 수요가 강하며 주문량을 따라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업계 분석가들은 메이트 70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감이 메이트 60보다 약해 매출도 비교적 적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국 베이징의 화웨이 플래그십 스토어에 전시된 화웨이 최신 스마트폰 메이트 70 시리즈 제품들. [로이터 자료사진]